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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 등록 2025.01.22 10:49:28

[축산신문]

 

곽춘욱 고문(벤코코리아(주), 전북대 겸임교수)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불은 아래에서 위로 솟는다”는 것은 진리(眞理)이자 순리(純理)다. 작금에 이러한 순리에 어긋난 일이 정치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국내 현실은 이제까지 애써 쌓아온 우리들의 금자탑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과연 후손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시간이란 모두에게 공평하다. 시대나 국가를 망라하여 우리 모두는 동일한 시간 속에서 역사를 만들고 있다. 결코 시간이 어느 특정집단이나 시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음은 누구나 공감한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우리 축산업계는 과거와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의 자화상을 점쳐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분야에서 2024년 기준 농업 총생산액 60조1천억원 중 축산업이 24조2천억원으로 약 40%에 달한 것을 보면 충분히 그 중요도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의 동물복지 상황은 어떠한가?
당초 금년 9월부터 산란계의 사육면적을 기존 케이지 사육 면적(0.05㎡/수)에서 동물복지 사육 면적(0.075㎡/수)으로 변경하기로 했던 것이 업계의 강력한 의견이 반영되어 2년 유예됐다. 주지하다시피 유럽에서는 법적으로 이미 기존 케이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축산박람회장에 가보면 과거의 아파트형 케이지가 위용을 자랑했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기존 케이지 구매자가 없으니 당연한 결과이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산란계농장의 절대다수는 아직도 기존 케이지에 머물러 있고 마지막 남은 유예기간 2년만을 남겨놓은 상태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에 좀 더 박차를 가하고자 정부에서는 축산시설 현대화자금, ICT융복합자금 등의 지원으로 불씨를 확대하려 하고 있으나 정작 필드에서는 그 감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즉, 아직도 동물복지에 대한 농장주들의 확실한 의지가 정리되지 않은 셈이다. 물론 이에는 자금도 뒷받침이 돼야 하겠지만 설령 자금이 마련된다 할지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농장주의 의지인데, 아직도 농장주들은 동물복지로의 전환을 머뭇거리고 있다. 그 이면에는 ‘현재 축산업이 불안정한데 정말 추가자금을 투자하여 과연 자금회수는 가능할까’하는 우려심이 바닥에 깔려 있는 것 같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추가투자를 하면 적어도 30여년은 예측되어야 할 텐데 미래관측지수가 불투명하기에 주저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만 있다.
모든 것은 순리에 따르는 것이 결국 순풍(順風)이었음을 우리는 뒤늦게야 인식하게 된다. 같은 값이면 역풍(逆風)보다 순풍에 배를 띄우는 것이 순리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축산업을 자신의 천직(天職)으로 여긴다면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동물복지의 대열에 참여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할 것이다. 아니 오히려 늦으면 늦은 만큼 추가비용이 증대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즉시, 그리고 바르게 가는 길이 왕도(王道)다. 동물복지 로의 전환을 2년 유예했다고 하나 그 시간이 결코 여유로운 시간이 아닐뿐더러 나 만을 기다려주는 것이 아님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유럽에서 동물복지가 이제 거의 정착단계에 접어든 것을 보면 종국에는 동물복지가 전제되지 않은 축산업은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즉, 동물복지가 친환경 축산업의 기초가 됨과 동시에 건강한 축산물을 생산함으로써 위생적인 먹거리가 제공된다는 사실에 공감하기 때문이리라. 더 나아가 동물복지는 사람이 인간답게 살자는 사회적인 합의임으로 동물만의 문제가 아닌 인간복지로 이어진다는 것을 동의한다면 시간을 지체해서는 아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히 이러한 국면을 보다 빠르게 인식하고 또한 스마트한 2세대, 3세대의 축산업종사자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면 장차 한국축산의 미래도 밝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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