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최윤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축산 비판론자들 잘못된 정보 기반 과장된 주장 고수
식량 시스템 혼란 부추겨 인류 건강 약화 초래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국내 배출량 전체의 1.3% 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축산업을 비판하는 이들은 이러한 수치가 지나치게 과소평가 되어있음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그들에 따르면 1.3%라는 수치는 ‘장내 발효’와 ‘분뇨 처리’ 두 가지 지수만으로 축산업의 온실가스 발생량을 파악한 것으로 축산업의 영향력을 파악하는데 적절하지 않고, 오히려 축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8%에 이른다고까지 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비판론자들의 이러한 주장이 타당한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검증 내용
1. 통계치는 어떤 수치를 합산하느냐에 따라 정량적 진실이 달라지는데, 축산업을 비판하는 여러 수치들은 오류로 밝혀진 허위 근거들이 대부분이다.
탄소 배출량은 그 산업의 어떤 항목을 포함시키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범위로 잡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가령 축산업의 경우 가축의 트림, 방귀, 분뇨 등과 같은 ‘직접 배출량’만을 측정할 수도 있고, 동물이 먹는 사료의 재배 단계부터 고려해서 측정할 수도 있다.
축산업 비판론자들은 일반적으로 축산업을 유지하기 위한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후자를 택하고 있고 대부분 잘못 계산된 것으로 판단된 과거의 수치를 가져와 허위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후운동가들은 FAO가 잘못된 수치라고 인정한 내용을 여전히 거론한다. FAO는 2006년 ‘축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체 배출량의 18%를 차지’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으나 이후 이 수치에 축산물 생산을 위한 사료 재배부터 가공, 운송, 유통과정, 판매, 폐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의 탄소량이 합산되어 있음을 밝히며 잘못된 계산이었음을 인정한 바 있다.
2. 가축을 사육하는 데 곡물 사료가 사용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오늘날 현대 식량 및 환경 위기는 축산업 때문이 아닌 불균형한 식량 시스템과 버려지는 음식물에서 주로 기인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식량위기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원인으로 식량이 충분하게 생산되고 있음에도 소수의 대기업이 장악하여 식량 분배가 불균형하게 되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다. 식량(food)과 독점(monopoly)를 합성한 ‘먹거리 독점’이라는 의미의 ‘푸도폴리’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글로벌 곡물 시장의 80%를 세계 4대 곡물 기업이 장악하고 있고, 세계 육류 산업 역시 4-5개 기업이 70~8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기후 위기 상황에서 특정 작물을 독과점하며 수익을 올리고, 인류의 식량보다 수익성이 좋은 식품원료 시장에 집중하기도 한다.
또한 2019년 FCRN(식량기후연구네트워크)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가축을 사육하는 데 사용된 사료 중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양은 14%에 불과했다. 더불어 2021년 세계자연기금(WWF)은 먹을 수 있음에도 버려지는 의미하는 ‘식품손실(Food loss)’이 매년 생산되는 식량의 약 40%(25억 톤)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즉 식량을 다루는 우리 세계인의 태도가 바뀌어야 하며 축산업을 식량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비판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3. 특정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문제가 복잡함을 고려하여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국가 고유 배출계수 개발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6년 IPCC의 지침 기준 3단계 중 가장 기본적인 수준인 1단계에 맞추어 계산된다. 이 단계가 높아질수록 각 국가들은 ‘국가고유 배출계수’를 개발하면서 탄소 배출량 수치를 더 정교하고 정확하게 만든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계산법은 지금보다 더 정확해야 할 것이다. 국립축산과학원 양승학 박사는 최근 ‘시사IN’ 인터뷰에서 “한국은 현재 1단계 지침을 적용, 2단계를 적용하는 국가들은 저마다 ‘국가고유 배출계수’를 개발해 국제 승인을 받고 있다. 가축이 섭취하는 사료 종류와 사육관리 방식 등에 따라 탄소 배출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국 상황에 맞춘 정밀한 측정 지수를 도입하는 것이다. 한국도 국가고유 배출계수를 개발해 배출량 값의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 온실가스 계산 기준에서는 축산업이 ‘직접 배출량’만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다소 부족하다 느껴질 수 있는 것도 사실이고, 향후 이러한 문제점은 점차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최근 농진청에서는 ‘저탄소 농축산물 인증제’를 실시해 저탄소 농축산업 기술을 활용해서 작물 재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준을 신설했다. 농진청은 향후 축산물 품목에서 역시 저탄소 인증에 필요한 기준을 설정할 것이라 밝혔으니 축산업계 역시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검증 결과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대한 비판은 잘못된 근거에 기반을 둔 과장된 주장이거나 다른 한편으로 축산업에만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잣대로 들이미는 경우가 많다.
축산업 비판론자들은 과거의 잘못 계산되었거나 과장된 수치를 정정하지 않고 여전히 사용하며 틀린 내용들을 계속해서 확산시키고 있다. 이렇게 잘못되고 과장된 방식은 오히려 인류의 건강약화를 야기시킬 뿐만 아니라 식량난 해소를 위해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불균형한 식량 시스템의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앞으로 국내 온실가스 배출 계산 기준이 더 정교해짐에 따라 축산업에 가해지는 기준은 더 엄격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는 축산업만이 아닌 모든 분야에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
검증 자료
위노나 하우터 지음, 박준식·이창우 옮김, 『푸도폴리(FOODPOLY)』 (빨간소금, 2020)
“Building Block What is food loss and food waste?” (Food Climate Research Network, 2019)
“We’re losing 40% of the food we produce. Here’s how to stop food waste” (World Wildlife Fund, 2021년8월19일자)
니콜렛 한 니먼 지음, 이재경 옮김, 『소고기를 위한 변론: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와 윤리적 육식에 관하여』 (갈매나무,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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