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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소 키우는 김 박사의 한우이야기(15) / 한우 송아지를 디자인하다 우리가 어미소가 되자(中)

송아지 60일 이유 프로그램 맞춘 영양·환경 제공을


김성진 새봄농장 대표(아태반추동물연구소장)


“여보시오, 부인님네 이 애 젖좀 먹여주오. 초 칠안에 어미 잃고 기허(飢虛)해 죽게 되니 이 애 젖좀 먹여주오” 효녀 심청전에 심봉사가 심청을 안고 동냥젖 얻어 먹이려 다니면서 하는 말이다. 그러니 우물가에 있던 아낙들이 하는 말이 “이 집에도 아이가 있고 저 집에도 아이가 있으니 어려이 생각 말고 자주 자주 다니면 내 자식 못 멕인들 차마 그 애 굶기리까?”. 심봉사가 아이를 키우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니 아이를 가진 아낙들이 자기 자식이 굶더라도 젖을 나눠주겠다고 한다. 

암소 비육을 하다가 새끼가 들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소가 갑자기 송아지를 출산하는 경우에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당황스럽다. 이럴 때 송아지가 어미젖을 먹더라도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2021년 여름 초산인 한 암소가 출산을 어렵게 했다. 출산 과정 중에 어미소는 죽고 송아지는 다행히 살았다. 의도하지 않은 출산과 난산으로 인한 어미소가 폐사해 송아지를 돌보지 못할 때 심청이와 같이 동냥젖을 먹고 생존해야 하는 송아지가 발생한다. 심청은 주변에 운 좋게 마음씨 넉넉한 아낙들이 있었지만 소 세계에서는 넉넉한 아낙들을 찾기 어렵다.

위 같은 경우는 어미소가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이 송아지를 직접 먹여 기르는 것은 어미소의 낮은 산유량과 서열로 인한 능력부족, 송아지가 너무 훌륭하거나 저 체중일 때이다. 송아지가 너무 훌륭할 때 예를 들어보자. 생시 체중이 40kg인 한우 송아지가 태어났다고 하면 독자께서는 매우 기뻐하실 것이다. 그러나 40kg의 송아지의 유지와 성장에 필요한 요구량은 일반 암소들이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반면 20kg에 태어난 송아지는 요구량을 충족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스스로 생존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결국 사람이 어미소를 대신할 경우가 생긴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송아지 사양에 대한 많은 연구가 성과를 이루어 어떻게 하면 송아지를 잘 돌볼 수 있는지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도 심청을 살릴 아낙들의 마음과 같이 여러분들에게 어미를 대신해 송아지를 기르는 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필자는 다년간 송아지 인공포육을 하면서 성장과 섭취량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그 과정에서 송아지 성장에 맞는 섭취 특성과 질병 패턴을 발견했고 이를 근거로 분유와 입붙이기 사료 급여 프로그램을 설정했다. 아래 그림과 같이 생후 15일령까지 ‘적응기', 15일~30일령까지 ‘안정기', 30일~60일령까지 ‘이유기'로 기간을 설정했다. 적응기는 다른 말로 정의하면 ‘수동면역기'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수동면역은 어미소로부터 초유를 통해 전달받는다. 초유는 송아지 생존과 포육의 시작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이 상황에 적용하면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초유는 필자가 주장하는 “최대한 좋은, 많이, 빨리”를 잊지 말자. 특히 초유 중 면역단백질(IgG)은 로타, 코로나와 같은 설사를 유발하는 바이러스들을 막아주거나 저항력을 키워준다. 충분한 초유를 제시간에 공급받은 송아지는 바이러스성 설사에 걸릴 확률이 낮다. 바이러스성 설사가 발병하더라도 극복하기 쉽고 발병 기간이 짧다. 따라서 축주의 노동력과 비용이 감소한다. 다음 ‘안정기'는 분유를 최대한 섭취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기이다. 최대 섭취는 최대 성장을 유도한다. 안정기에 잘먹는 송아지는 분유(가루)를 최대 1,000g~1,500g(5~6.5L)까지 먹기도 한다. 이 때 일당 증체량이 700g 이상 나타나기도 한다. 최대 성장을 목표로 하는 안정기에도 빈도는 낮지만 바이러스성 설사가 찾아온다. 원충성인 콕시듐과 같은 병원체에 의한 설사는 선혈이 있는 변을 볼 수 있다. 황색 수양성 성상을 지닌 바이러스성 설사와 원충성 설사는 변의 상태로 확연히 구분 가능하다. 원충성은 예방약이 치료제이고 치료제가 예방약인 항콕시듐제를 사용하면 도움 받을 수 있다. 한 달이 지나면서 분유섭취량은 정점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분유가격은 경제성이라는 단어와 경쟁한다. 궁극적으로 젖먹이 송아지가 원활한 반추위 발달과정을 거치면서 분유 없이 사료로만 생존,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인공포육의 목적이고 이유이다. 분유섭취량을 설정하고 유지, 감량하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축주의 선택이다. 아래 그림과 같이 필자는 30일령부터 감량하기 시작해 60일령에 포유를 중단한다. 감량하는 이유는 분유로부터 얻는 영양소를 입붙이기 사료로부터 얻게 하고자 함이다. 

아래 그림에서 입붙이기 사료를 30일령부터 급여하지 않고 태어난 이후 3일령부터 송아지에게 소개했다. 송아지는 적응기와 안정기, 이유기 일부(분유섭취량과 입붙이기 사료 섭취량 교차점 이전)는 대부분의 영양소를 분유를 통해 얻는다. 그러나 이유기 중반에서부터 사료를 통해 얻는 영양소가 더 많아진다. 이 과정을 이유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사료를 통해 생존하고 성장해야 하는 시기이다. 필자는 사료와 분유섭취가 교차하는 교차점을 기준으로 이유 1기와 이유 2기로 구분했고 그에 맞추어 사료 중 조사료 혼합비율을 조절했다. 만약 이유 2기에 조사료 자유급여가 가능하다면 더 좋겠다. 이유기에는 포유 감량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과 스트레스로 인해 호흡기성 질병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완전 이유시기에는 호흡기 질병이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호흡기 질병을 위한 예방 백신을 투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호흡기 질병 또한 급성일 경우 급사하는 예도 있으니 중점 관리가 필요하다.

만약 조선시대 분유가 있었으면 심청전이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하다. 심청은 아마 매우 아름답고 건강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아버지를 사랑하는 효심이 가득했으리라 생각한다.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 연꽃에 싸여 임금에게 가 왕비가 되었던 데에는 아낙들의 마음과 심봉사의 정성이 뒷받침 되었다. 심청에게 젖을 주는 아낙과 같은 마음으로 송아지의 적응기, 안정기, 이유기에 맞는 영양과 환경을 제공하면 송아지는 반드시 왕비가 되어 여러분들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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