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서동휘 기자]
정부 “3천만개 선제적 수입”…농가 “혈세낭비”
지난 11월 잠시 계란 산지시세가 들썩이기는 했지만 국내 AI 발생으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선제적으로 계란을 수입한다는 방침이라 양계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국내 계란 유통상황 양호
지난 8월 중순께부터 하락세로 돌아선 계란 산지시세는 지난 11월초 대형할인마트들의 할인행사와 국내 AI 발생으로 물량을 미리 확보해 놓으려는 유통업계의 움직임이 겹치며 소폭 상승했었다. 하지만 중순 이후 다시 안정화되며 현재 4천500원대(특란 30구 기준, 축산물품질평가원)를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가격도 지난 10월 중순이후 5천900원대를 꾸준히 유지중이다.
국내에 AI가 발생했음에도 지난 겨울보다 완화된 살처분(예방적)범위로 인해 계란가격이 지난 겨울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현재 산란계농가에 타격(AI 발생)이 적은 탓도 있지만 그것 보다는 정부의 방역기조(살처분 범위)가 지난해(반경 3km)와는 달라(현재 발생농가 반경 500m) 계란 가격이 급상승할 우려는 적다”며 “더욱이 최근 산란계 입식수수가 증가세인 가운데 일부 환우를 마친 계군들도 생산에 가담해 실제 사육되고 있는 산란계수수가 많은 상황이라 현 추세대로라면 계란 수급에 큰 문제가 발생치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지난 1일 기준 산란계 사육수수는 전년(7천258만수)과 평년(7천266만수) 대비 각각 2.4%, 2.3% 증가한 7천433만수로 오는 2022년 3월까지 산란계사육수수가 전년 및 평년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현재 계란 생산량도 평년(4천424만개)대비 높은 가운데 9월 이후 소폭이지만 가정소비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이를 반영하듯 11월 산지계란가격 평균이 전월보다 2.3%가량 하락했다”고 말했다.
유통현장 계란 오히려 남는데
이처럼 관련업계가 올 겨울 계란수급이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정부는 선제적으로 계란을 수입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양계농가들은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이 제35차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최근 AI 발생으로 불안심리가 확대된 계란의 가격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2월 중 수입란을 3천만개 도입할 것”이라면서 “내년에도 계란·계란가공품에 대한 수입이 지속될 수 있도록 6개월 간 월 1억개 물량에 대해 할당관세를 연장적용, 기본 관세율을 0%로 낮추겠다”고 밝힌 것.
이에 경기도 지역의 한 농가는 “정부의 정책을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면서 “현재 유통되고 있는 계란의 물량은 모자르기는 커녕 큰알을 중심으로 남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처럼 계란에 대해 수입 기조를 이어간다면 결국 이로 인해 손해를 예상하는 농가들이 생산량을 오히려 감소시켜 유통흐름을 악화 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계란을 수입한다는 계획을 밝혀 계란 가격의 추가하락을 예상한 농가들이 손실을 막기 위해 오히려 사육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등 장기적으로 악영향을 초래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통업계 “혈세 낭비 그만”
한편 유통업계는 정부가 국내 유통업체들은 외면한 채 수입계란에만 혈세를 지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계란 수입에는 할당관세, 운송비 지원 등 아낌없이 혈세를 투입하면서 정작 국내 유통업체들에게는 제값도 받지 못하게 가격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수도권의 한 계란 선별포장업체 관계자는 “국내 계란판매 업자들에게는 가격 인상 압박을 가해 업체들이 손해를 입어 부도 직전에 몰려있는데 미국 계란에는 오히려 돈을 더주면서까지 국내에 유통을 시키려는 정부가 너무 야속하다”면서 “수입계란의 원가가 국내 계란보다 싸서 정부가 싼계란을 수입해 물가를 안정시키려 한다면 누구도 할말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계란보다 비싼 계란을 들여와 혈세를 낭비해가며 유통을 시켜 물가를 잡겠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정부관계자에 묻고 싶다”고 개탄했다.
대한양계협회 이홍재 회장은 “정부는 물가안정이라는 이유를 들어 양계업계에 큰 피해를 강요하고 있다. 양계산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획재정부의 논리에 농림축산식품부까지 동조할 필요는 없다”면서 “계란 수입이야 말로 그동안 정부가 보여줬던 방역 정책 실패와 함께 정부의 무능함을 여실히 보여준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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