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논단>欲速不達(욕속부달) : 일을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함

동물복지 오디세이 <10>


전 중 환 농업연구사(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복지연구팀)


1. 프롤로그

최근 전남 여수의 아쿠아리움(수조관)에서 관리하던 멸종위기의 흰돌고래 벨루가가 잇달아 폐사하는 일이 발생하여 많은 이슈가 되었다.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벨루가는 박람회 개최와 희귀종 보존 및 연구 등의 목적으로 2012년 러시아에서 들여온 개체로 3마리 중에서 2마리가 10개월 사이에 연이어 폐사한 것이다. 벨루가는 세계적으로 희귀종으로 분류되는 동물이며 짧은 기간 동안 연속해서 발생한 폐사라 더욱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벨루가를 관리하는 몇 몇 곳에 대해 환경단체와 동물보호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와 더불어 방류를 요구했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현재 이 사건을 두고 벨루가 운영권을 가진 전시관 측과 소유권을 가진 재단 측이 사인 규명 및 방류 등에 대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벨루가 사육시설에 대해 부족한 사육공간과 좁은 수조로 인한 면역력 저하, 스트레스 축적 등의 문제들이 지적되었는데 결국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사실 벨루가의 폐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른 지역의 아쿠아리움에서도 여수의 상황과 비슷하게 벨루가 2마리가 폐사했으며 많은 단체와 시민들의 요구로 나머지 한 마리에 대해 방류를 결정했다. 그리고 또 다른 곳에서는 벨루가 등에 사람이 타거나 입을 맞추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동물학대 논란이 일어 체험 프로그램 중단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위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에 있어 우리사회는 문제를 표면화시키고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 


2. 전시동물을 통해 바라본 사회의식의 발달

벨루가는 세계자연보전연명(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근접종으로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로 자연상태에서는 평균적으로 50년 정도이며 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특한 외모와 친화적인 성격으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돌고래로 세계 여러 곳에서 전시동물(동물원 동물 혹은 오락에 이용되는 동물)로 사육되고 있다. 캐나다 벤쿠버에 위치한 벤쿠버 아쿠아리움에서도 벨루가가 폐사한 일이 있었다. 당시 벨루가는 새끼를 출산한 상태였는데 출산한 새끼가 원인불명의 질환으로 죽게 되었고 며칠 후 어미 벨루가도 시름시름 앓다가 폐사한 것이다. 아마 먼저 떠난 새끼를 그리워하면서 어미 벨루가도 그렇게 떠난 것이지 않을까. 이 당시 아쿠아리움 직원들뿐만 아니라 평소 벨루가를 사랑했던 밴쿠버 시민들이 새끼와 어미 벨루가의 죽음을 애도했다고 한다. 그리고 벨루가 관련 러시아에서 동물학대 문제가 발생한 적도 있다. 러시아의 한 아쿠아리움 조련사가 벨루가를 손으로 때리고 발길질하는 동영상이 공개되어 동물보호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당시 아쿠라이움 측에서는 발정기 벨루가들의 공격적 행동을 막기 위한 행동이라 주장했다.

전시동물과 관련한 문제들은 오래 전부터 발생했으며 이를 통하여 문제점이 개선되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1964년 캐나다 밴쿠버 아쿠리움에서 발생했던 범고래 관련 유명한 일화가 있다. 밴쿠버 아쿠아리움은 전시를 목적으로 전문가를 고용하여 범고래 포획을 계획했다. 밴쿠버 항구에서 60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범고래를 포획하여 아쿠아리움에서 사육했으나 75일 만에 폐사했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던 야생의 범고래가 생활하기에는 기존의 수조관이 너무 좁았으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범고래를 죽음으로 몰았던 것이다. 이에 대한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넓은 수조관을 만들고 시설을 보완하여 다시 범고래를 사육하면서 그 아쿠아리움은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게 되었다.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야생 범고래의 포획에 대한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야생동물 포획이 금지되었고, 아쿠아리움의 범고래가 보다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더 넓은 사육공간 제공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2001년 밴쿠버 아쿠아리움은 더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미국 샌디아고의 모처로 범고래들을 이동시키기로 결정했다. 물론 그 이후로 범고래 포획은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오락이나 교육을 목적으로 가족들과 혹은 연인들이 동물원을 방문하고 동물체험 등을 즐겼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이러한 행위에 대한 문제점들을 깨닫기 시작했다. 갇혀있는 동물들의 불편함을 생각하게 되었으며 윤리적으로 옳은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이런 사회인식의 변화는 윤리와 도덕의 확장에 따른 것인데 윤리와 도덕은 과학과 문명의 발달과 함께 확장된다. 또한 과학과 문명의 발달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있어 물질적 충족을 이끄는데 물질적 충족이 의식의 변화를 이끌기도 하지만 때로는 의식의 변화가 앞서 가기도 한다. 즉 물질의 충족과 정신의 발달은 서로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지속적으로 확장한다. 


3. 에필로그

캐나다 밴쿠버 아쿠아리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의식의 발달은 전시동물에 대한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움직임까지 이끌어냈다. 시작과 끝이 사뭇 다른 한 편의 인생극(人生劇) 같은 이 사례의 과정을 몇 줄의 글로 간단하게 표현했지만 실제로 4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변화한 결과이다. 이 40여 년의 시간은 사회의식의 변화, 산업의 변화 등 매우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으며 문제해결을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매번 동일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발생한 전시동물의 문제점 개선과 해결을 위해서는 일시적이고 충동적인 비난보다는 지속적이고 충분한 논의와 협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욕속부달(欲速不達)은 ‘일을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함’을 의미하며 매사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나가라는 뜻이다. 밴쿠버 아쿠아리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시민들이 일방적으로 범고래의 야생 방류만을 주장했다면 밴쿠버 아쿠아리움은 폐쇄되었거나 혹은 범고래들은 여전히 그곳에서 고통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급하게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아쿠아리움 측과 시민들이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한 결과가 지금도 밴쿠버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아쿠아리움으로 남아있는 이유일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축산업의 동물복지 개선을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대상이 되는 경제주체의 합의(合意)를 얻어야 하며 나아가 해당 산업과의 협의(協議)를 해야 한다. 기존의 경제주체와 산업을 인정하면서 동물복지의 개선을 이룰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축산농가와 소비자가 함께 고민한다면 축산에서도 밴쿠버 아쿠아리움과 같은 귀감이 되는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