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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조사료 자급화 과녁 맞추기 <1>축산현장의 생태학적 관점에서 본 위치

생산 주체 축산인, ‘갑’ 아닌 ‘을’의 위치서 입지난에 허덕


김 동 균 이사장(강원도농산어촌미래연구소)


축산 경쟁력 조사료, 새로운 관점서 대안 제시


1. 들어가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참으로 오묘하고 다양하여 자신이 발 딛고 서 있는 자리를 조금만 벗어나면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느라고 애를 먹어야 한다. 축산을 동경만 하는 사람이 이 길을 들어서면 수많은 장애에 부딪히며 갈등하다가 포기하거나 도피하는 일이 많을 것이다. 이런 일이 어디 축산뿐이랴?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일이 순리에 따라 물 흐르듯 잘 처리되기를 바라지만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온통 문제투성이이고 모순 같은 사연들이 웃는 얼굴의 가면을 쓰고 지나가고 있어서 그것을 바라보는 민심도 조변석개(朝變夕改)한다. 세계 철학사를 빛낸 ‘헤겔’이 이러한 세태를 보다 못해 남긴 한 마디는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합리적이다.” 그런데 곱씹어보면, 이 말은 진정 함축미가 있는 진리가 아닌가?  

현재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상은, 오랜 역사적 궤적과 물질계의 만남 그리고 헤어짐의 원리가 작용한 결과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당면한 상황을 좀 더 원천적인 차원에서 따져 보고 해법을 찾는 것이 필요한 지점에 와 있다. 현대인은 조상들이 겪은 수많은 시행착오와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 덕분에 각종 수단이 창출되어 적은 노력으로 많은 소망을 이루며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물의 본질은 변함이 없으나 형상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은 우주적인 진리이다. 모든 물질의 형체는 원소가 모여 결합하여 일정기간 모양을 갖추었다가 때가 되면 분자를 이루었던 원소의 성질에 따라 조금씩 변하던 것이 어느 순간 크게 변하면서 형체가 흐트러진다. 그래도 그 원소는 우주에 고스란히 남겨진다. 이 원칙은, 작게는 아주 간단한 물질(원자)로부터 크게는 대우주에 이르기까지 공평하게 적용된다. 그러므로 우리의 몸, 지구는 말할 것도 없이 시간이 오래 지나면 태양 같은 별조차 소멸의 순간을 맞이하여 전혀 다른 모습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조사료 문제는 자연이 축적한 에너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발생한 현상이 아니다.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을 올바르게 조절하기만 하여도 이 문제는 해결된다. 즉, 에너지의 생성, 순환, 소멸의 관계를 제대로 알면 사실 우리가 지금 당면한 조사료 문제는 문젯거리가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태양의 자손이다. 태양은 매일 수소의 융합을 통하여 엄청난 에너지를 우주공간에 발산하고 있으며, 그 중 1/200억이 지구에 도달한다. 지구 생태계는 그 에너지의 일부를 영양소의 형태로 합성하여 생명체의 세포막을 드나들면서 산천초목과 온갖 동물들의 생명현상을 유지시키고 있다. 놀랍게도 생명계가 소비하고 있는 에너지는 지구라는 행성에 도달한 태양에너지의 0.023%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약 1천만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지구생태계의 목숨에너지는 태양이 발산하는 에너지의 200조분의 1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또한 생명에너지를 생산하는 존재는 식물의 엽록소이거나 광합성 미생물이며, 나머지 생명체는 모두 소비자일 뿐이지 결코 에너지 생산자가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 둘 만하다. 이러한 까닭에 천문학자들은 대우주의 섭리를 생각하면서 잘 난 줄 알고 설쳐대는 우리 인류는 겸손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큰 틀은 그렇다 치고, 바로 지금 내가 처한 위치를 살펴보자. 우리 축산인은 자고 깨면 가축을 먹이고 똥 치우고 생산물을 출하하는 일로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세월을 보내면서도 늘 마음에 새겨 두는 일은 ‘짐승들을 배곯지 않게 해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사지어 저장한 사료를 점검하고, 사다 먹일 사료업체와 촘촘히 약속해 두어야 하며, 현장을 운영하기 위한 주변 조직과의 연결된 사연도 챙기고 조절해야 한다. 현장 주변은 사료업계, 동물약품업계, 농기계업계, 가공업계, 금융업계, 언론계, 그리고 국가 연구조직을 포함한 학계 등이 포진해 있다. 이들은 겉만 보면 생산 현장에 도움 되는 일을 부지런히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더 깊이 들여다보면 여기에도 생태계의 먹이사슬처럼 치열한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의존하거나 협공하여 뜯어먹고 지내는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위에 열거한 조직의 사람이 많은가? 농장이나 목장을 경영하고 있는 양축가의 수가 많은가? 물론 이것은 축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국 자원을 투입하여 축산물을 만들고 있는 현장이  벌어 들인 재화로 저 많은 분야를 골고루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다. 이 관계를 자연생테계에 비유하자면, 현장은 광합성 작용을 하는 생산자이고 주변 조직은 그것을 먹고 살아가는 소비자인 것이다. 그런데 축산현장을 지키는 축산인은 소위 갑을관계에서 ‘갑’인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을’의 위치에서 허덕이다가 문을 닫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 증거로 양축농가의 수가 해마다 현저히 감소하여 지금 일부 업종은 붕괴되기 직전의 아슬아슬한 상황에 이르고 있다.   특히, 조사료의 필요성이 절실한 낙농업은 지금 멸종을 염려할 단계에 다가서는 중이다. 이에, 낙농진흥책이 꽃 피기 시작하던 시점(전국의 젖소 두수 1만8천, 목장수 3천미만)에 낙농현장과 인연을 맺었던 필자로서는 임종이 임박한 환자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한국의 조사료문제에 대한 해법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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