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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기고>돼지고기 등급제 규격제로 전환해야


유 병 현  박사(다비육종 고문)


현행 도체등급제는 돼지고기의 도체중, 등지방두께 및 도체의 품질을 근거로 등급을 정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을 돕고 원활한 유통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등급’은 도체의 우열을 가리는 개념이며 도체 거래가격이 등급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이지만 실제로 소비자가 등급에 따라 선호를 결정하지 않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면서 소비자의 요구가 등급제에 충실하게 반영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도체등급기준을 농가에서 사육하는 종돈의 등지방두께가 얇아지는 추세를 반영해서 변경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종돈을 선택하고 비육돈을 생산하는 것이 순서인지 그 반대로 하자는 의견으로 들린다.

근본적인 문제는 현행 도체등급제가 소비자의 선호를 반영할 수 없다는데 있다. 경제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기호와 생활 양식이 다양한 소비자가 축산물품질평가원에서 일률적으로 평가한 등급제에 따라 소비할 것이라는 전제를 버려야 한다. 소비자는 자기의 소비에 대한 자율적인 결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이 결정을 도와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등급제가 아닌 규격제를 도입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 수요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에 따라 생산자는 돼지고기를 생산해야 할 것이다.

필자가 제안하는 규격제는 육류매장에서 시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고기의 특성, 즉 육색, 지방색, 탄력성, 육즙, 조직감 등 육질에 관한 항목을 제외하고 (이런 항목은 육가공업체가 품질관리 차원에서 평가하여 도체를 신선육과 가공 원료육으로 구분 판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비자가 관심이 있으나 시각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항목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만 소비자가 규격을 기억하고 재구매 할 수 있도록 규격 표시는 단순해야 하고 그 내용을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를 해야 제도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등급제는 소비자의 선호가 바뀌어 감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경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때마다 소비자는 물론 농가 입장에서도 혼란을 겪어 왔다. 특히 종돈회사가 개량목표를 변경하고 시장에 맞는 비육돈을 생산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 반면 규격제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가 정착하고 소비자가 계속 활용하기 쉬운 장점이 있다. 

규격에 포함되어야 할 항목으로 등지방두께, 성별 및 품종 정보를 제시할 수 있다. 등지방두께는 가장 쉽고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으며 도체의 각 부위별 지방함량과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기 때문에, 그리고 지방 섭취량에 민감한 소비자의 관심사항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전통적으로 소비자는 고기를 선택할 때 암수를 구분하는 경향이 있고 암퇘지에 값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는 소비자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암수를 구분해서 판매하는 것은 이런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으며 거래과정에서 성별로 다른 가격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비육돈은 일반적인 3원 교배뿐만 아니라 두록이나 흑돼지, 재래돼지 등 다양하다. 이런 다양성은 다양한 소비자의 선호를 반영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소비자가 고기를 보고 품종을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규격으로 표시하여 소비자의 결정에 도움을 주고, 또 돼지고기의 공정한 거래에 활용할 수 있다.

규격의 표시를 예시한다면 F20W (암퇘지 20mm 3원교배), M30B (거세돈 30mm 버크셔), F25D (암퇘지 25mm 두록) 등으로 비교적 이해하고 기억하기 쉽게 하며, 이는 도축장에서 규격 결정을 자동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 구시대적인 등급제를 과감히 버리고 소비자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는 규격제를 도입할 때가 되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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