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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13>

중세 모습 간직한 건물들…카페 앞 마련된 야외 테이블

  • 등록 2020.11.25 10:40:12


(전 농협대학교 총장)


현재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표정, 여유로움 돋보여


▶ 고품격의 중세도시 산빈센테(San Vincente)  ( 6월 2일, 11일차 )

잠을 푹 잤더니 몸이 가볍다. 잰걸음으로 속도를 냈다. 2시간 만에 10km, 시속 5km는 배낭을 지고서는 빠른 걸음이다. 1차 목적지 꼬미야스(Comilllas)를 6km 남긴 지점에 오래된 성당이 있어서 들렀으나 잠겨있어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외관만을 보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오래된 성당이라 고색창연했다. 계속 걸어서 당도한 곳은 스페인에서 20대 아름다운 도시로 꼽히는 관광휴양도시 꼬미야스다. 해변을 끼고 있는 해수욕장이 아름다운 곳이다. 집들도 아주 예쁘게 지어놓았다. 꼬미야스 해변을 따라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관광을 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떠들썩하니 지나간다.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아담한 예쁜 집들이 다소곳하다. 간소한 복장으로 해변을 걷는 노인들은 이곳에 정주한 분들 같았다. 백사장에서 썬탠을 즐기는 여인들도 여럿 보였다. 작아서 매력이 있는 예쁜 해변의 도시다. 

우리가 도착한 시각이 오후 1시를 조금 넘긴 때이니 이곳에서 숙박할 수는 없고 약 7km 거리에 있는 산빈센테 데 라바케라(San Vincente de La Baquera)까지 더 가기로 했다. 산빈센테에 도착하니 여기도 중세의 건물들을 품고 있는 관광도시다. 대서양 해안을 따라 계속 해수욕장과 관광 휴양지가 이어져 있다. 여름 휴가철에는 가는 곳마다 사람들로 넘친다고 했다. 그래서 이곳이 다른 지역보다 소득이 높다는 것이다. 당초에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에 들르려 했는데, 언덕배기에 있는 사설 알베르게 여주인이 오라고 하도 친절히 손짓을 하기에 그리로 갔다. 이곳은 가정집을 알베르게로 꾸며서 영업을 하는 곳이었다.  

모든 정리를 끝내고 시내로 갔다. 먼저 제일 높은 곳에 우뚝 서있는 성당에 갔다. 성당 둘레에 돌로 성벽을 쌓아 견고하게 요새처럼 지은 곳이다. 사방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바다를 휘감고 호수를 품고 있는 멋진 중세도시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멀리 대서양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꼬불꼬불 흐르는 강과 다소곳이 엎드린 작은 산들이 속삭이는 듯했다. 교회 옆에 큰 건물은 옛 수도원을 공공 알베르게로 활용하는데 수리중이라 7월 1일에나 재개장한단다. 원래 우리가 묵으려고 했던 곳이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좁은 골목을 헤집고 올드타운 중심가로 내려갔다. 골목에 어깨를 맞대고 서있는 집들이나 네모진 광장 가장자리에 도열하고 서있는 건물들이나 모두 중세 때 모습 그대로다. 하나하나가 먼 옛날의 신비스럽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토해낼 것 같은 모습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듯이 보였다. 카페 앞 보도에 마련된 야외 테이블에는 관광객들이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무언가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웃고 떠들고 하는 이들의 모습은 한없이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현재를 철저히 즐기고 있는 이들의 태도가 우리하고는 대조적이다. 

대개 우리는 어디를 가든 지금 현재를 즐기기보다 다음에 할 일을 생각하면서 하루 종일 쫓기는 경우가 많다. 이들처럼 커피 한 잔이나 맥주 한 잔을 마시며 한 시간 이상을 견딜 수 있는 재주가 우리에게는 없다. 일을 해도 쫓기고, 휴식을 해도 쫓기고, 무엇을 해도 쫓긴다. 그러니 삶에 여유가 생길 수 없다.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몸이 항상 바쁘고 피곤하다. 그렇게 우리는 바쁘게 살아왔다. 이제 나도 이들처럼 현재를 즐기는 재주를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오늘일 뿐이고, 다시 오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 문을 닫을지 몰라서 마켓에 가서 내일 먹을 우유, 과일, 하몽을 곁들인 바게뜨빵과 계란 여섯 개를 샀다. 바나나와 사과도 샀다. 계란은 삶아서 내일 점심으로 먹을 요량이었다. 시장을 보고 식사를 하려고 식당에 들어가니 지금은 영업을 안 하고 8시에 문을 연단다. 참 이해가 안 된다. 이곳은 유원지이고 때가 저녁때가 다된 6시 경이었는데 음식을 팔지 않는다니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나라도 더 팔려고 24시간 문을 여는 식당, 편의점, 할인점 등이 있는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우리는 불편하다고 느끼는데 이곳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생각일까. 어찌 보면 필요한 물건을 상점 문을 열었을 때 사면 될 일이기는 하다. 어느 게 맞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24시간 영업을 하는 것을 재고해 봐야 할 제도라는 생각도 든다. 쓸데없는 자원의 낭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 35km를 걸어서인지, 아니면 포장도로를 많이 걸어서인지 오른발 넷째 발가락에 물집이 잡혀서 아팠다. 일단 물집을 터뜨려 안에 있는 물을 빼냈다. 그러지 않으면 물집이 점점 더 커져서 더 고생을 하기 때문이다.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려고 하는 부위에는 일회용 밴드를 붙여서 물집이 잡히는 것을 예방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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