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서동휘 기자] 지난 1일부터 시행된 ‘가금이력제’에 대해 산란계농가들이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지난 2년여간 계속된 계란 과잉생산으로 경영압박에 시달리던 산란계농가들이 올해부터 시행된 가금이력제에 따라 추가비용 발생이 불가피, 피해가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금이력제는 닭·오리·계란 등 각 축종의 생산 및 유통과정의 이력정보를 조회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축산물을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력제를 통해 계란의 거래 단계별 정보를 기록·관리, 문제발생 시 이동경로에 따라 역추적해 신속한 조치를 가능케 함과 동시에 구매시 이력정보를 제공해 소비자들이 계란을 안심하고 구매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관련업계서는 계란에는 이미 산란일자를 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력제까지 적용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력제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미 시행 중인 제도와 중복되는 부분이 상당해 현장 적용시 추가적인 비용만 발생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다수의 농가들이 일차 유통까지 담당하고 있는 산란계농가에서는 당장 이력관리번호를 표기하기 위해서 1천만원에 상당하는 이력번호 생성기를 구비해야 한다.
농장에서 유통을 담당하지 않는 농가들도 농장규모와 상관없이 이력번호를 관리할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 산란일자별로 다른 이력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농장 내에서 선별포장을 하지 않는다면 인근 선별포장장으로 계란을 이동시켜 이력번호를 생성해야 하기 때문에 운송비용이 발생하는 등 추가비용 발생이 불가피 하다.
산란계 30여만수를 사육하고 있는 한 산란계농가는 “이미 산란일자를 알 수 있고, 계란 껍데기에도 농장번호가 적혀 있는데 또다시 이력번호를 표기해야만 한다. 이력제 시행으로 번거로움을 넘어 전담으로 이력관리를 하는 직원을 새로 뽑아야 할 상황”이라며 “더욱이 이력번호 생성기를 구매하는 비용도 순수 농가에서 지불해야 한다. 중복된 작업을 위해 사람을 더 뽑고, 거액을 들여 기계를 사야하니 답답하기만 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계란을 생산·선별·유통까지 하고 있는 한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각기 다른 농장 5곳에서 이틀간 생산된 계란을 취합했다고 가정하면 시작부터 벌써 10개의 이력번호를 관리해야 한다”면서 “여기에 추가로 판매되는 거래처별로도 이력번호가 달라져야 하는데 이 경우 수십 개의 이력번호가 생성된다. 더욱이 계란의 규격이 왕·특·대·중·소로 나눠져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분리 관리해야할 계란의 경우의 수는 수백가지도 넘어간다. 이력제 시행이후 업무과중을 토로하던 직원들이 벌써 이직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 관련업계 전문가는 “최근 계란의 수급이 안정되며 간신히 한숨 돌린 산란계 농가들에게 새로운 제도 시행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계란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에게도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