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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공공의 적’ 내몰리는 잔반급여 농장

ASF 위험·돈가 왜곡 요인 지목…양돈현장 거부감 극에 달해
‘양돈장 아닌 폐기물 처리사업장’ 접근 강경대응론 급속 확산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지난달 18일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잔반돼지가 몰려들었다.
음성공판장측은 출하돼지 가운데 50%이상이 잔반돼지인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이는 곧 등급출현율과 경매가격으로 직결됐다.
당시 음성공판장의 2등급 출현율은 무려 50%까지 치솟았다.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부천공판장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 전국 평균(제주 제외)인 39.6%와 비교할 때 10%p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반면 상위등급(1+, 1등급) 출현율은 47.7%에 그치며 전국 평균(53.9%)과 큰 격차를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등급별 경락가격까지도 다른 도매시장을 크게 밑돌았다는 점이다.
이날 음성공판장의 경락가격(지육kg)은 ▲1+등급 3천431원 ▲1등급 3천276원 ▲2등급 3천64원에 머물렀다. 전국 평균과 비교해 ▲1+ 등급 604원 ▲1등급 608원 ▲2등급 446원이 각각 낮은 가격이다. 이로 인해 평균가격도 3천172원에 그치며 전국 평균과 무려 509원의 차이를 보였다.


돈가안정까지 ‘발목’
잔반급여 농가들이 국내 양돈업계로 부터 ‘공공의 적’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 세계 양돈업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국내 유입의 가장 큰 위험요인으로 손꼽히고 있는데다 최근엔 국내 돼지거래 기준가격을 떨어뜨리는 ‘주범’이라는 의혹까지 확산되며 저돈가 기조속 잔뜩 민감해져 있는 양돈농가들의 거부감이 극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부천, 음성, 나주, 고령 등 잔반돼지 출하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농협의 4개 축산물공판장 상황은 그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1~2월 이들 4개 공판장의 상위등급 출현율은 51.3%로 나머지 7개 도매시장 평균인 54. 5%에 미치지 못했다. 이와 달리 2등급 출현율은 37.9%로 오히려 2.2%p가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등급별 경락가격도 다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4개 공판장의 평균가격은 2천906원·나머지 도매시장의 3천145원과 239원의 차이를 보이며 전체적인 돼지가격을 끌어내리는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올해 1~2월 도체등급판정을 받은 돼지가 300만7천988두인 것과 단순 대입할 때 전국 양돈농가 입장에서는 60억원 정도가 날아간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열린 대한한돈협회 이사회에서는 “최저가격의 축산물 공판장을 기준시세 산출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기도 했다.


도매시장 출하돈 30%
농협 역시 잔반돼지가 축산물공판장에 미치고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법률에 의해 공판장에 들어오는 돼지를 제한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개체가 출하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상위등급 출현율과 경락가격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잔반돼지 출하가 많은 날은 그 차이가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민간 도매시장에도 잔반돼지가 출하되긴 하지만 정상적인 돼지 출하가 고정적으로 이뤄지는 게 대부분인 만큼 축산물공판장 보다는 등급출현율이나 경락가격 형성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축산물공판장을 포함한 전국 도매시장에 출하되는 돼지 가운데 25~30% 정도가 잔반돼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별도 관리대책 전무”
하지만 축산물공판장이나 도매시장 모두 현재로선 출하된 잔반돼지를 별도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잔반돼지로 의심된다고 해도 출하농가가 부정할 경우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데다 출하 직전에만 사료를 급여하는 농가들이 늘면서 그나마 구분이 더 어려워졌다.
외형상 두드러지는 문제점이 보이지 않는 이상 등급판정 단계에서 잔반돼지를 분리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도매인들은 다르다. 잔반돼지 취급으로 거래처로부터 각종 클레임에 휘말린 경험의 중도매인들은 굳이 잔반돼지로 의심되지 않더라도 사전 이력이 있는 농가의 돼지에 대해서는 좋은 가격을 주지 않고 있는 게 현실. 같은 등급이라도 잔반돼지의 경락가격이 일반돼지와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도 이유다.
음성공판장 김욱 경매실장은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비위생적인 잔반급여 농장의 실태가 소비자들에게 알려질 경우 국내산을 선택하겠나. 국내 양돈산업은 이미지 실추와 소비자 불신 등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돼지가격을 떠나 국내산 돼지고기의 품질, 소비자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잔반급여는 반드시 중단하되 검증된 사료만을 급여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보다 강력히 대응하라”
그러자 돼지에 대한 잔반급여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는 공감대가 양돈현장에 형성되고 있다. 한돈협회는 중국의 ASF 발생 이후 국내에서 잔반급여 자체를 법률로 제한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당장 잔반급여가 금지될 경우 해당농가들이 농장을 유지할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점진적 규제론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양돈현장에서는 “잔반급여 농장은 양돈장이 아니라 폐기물 처리사업장”이라는 시선과 함께 “전국 양돈농가들의 실력행사를 통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잔반급여를 중단시켜야 한다”며 보다 강력한 대응을 한돈협회에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농-농’ 갈등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치도 못하는 등 잔반급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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