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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82. 고름우유, 다이옥신, 우지라면 사건

잘못된 용어 사용으로 `체세포는 고름’ 오인케
무지한 대응으로 `화’ 키워…교훈 삼아야

  • 등록 2019.03.28 19:24:11


(전 농협대학교 총장)


▶ 식품안전과 관련된 사건이나 사고는 수없이 많다. 언론에 보도되어 크게 이슈가 됐던 사건도 

▶ 고름우유 사건 : 1995년 10월 22일 MBC-TV 뉴스 고발프로 ‘카메라출동’에서 “유방염이 걸린 젖소에서 고름 섞인 우유가 나온다. 일부 유가공업체들이 유방염을  앓고 있는 젖소에서 짜낸 원유로 마시는 우유를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들도 대서특필했다. 당연히 낙농가와 유업체의 부도덕성과 정부의 감독소홀이 비난의 화살을 받았다. 소비자들은 아연실색했다. ‘우리 아이가 마시는 우유에 고름이 들어 있다니 말이 되는 소린가.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국민들에게 준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꽤 많다. 사건의 유형을 보면 불량식품제조 및 판매, 부적합한 원료사용, 함량미달 제품, 불법도축, 유해물질 함유, 세균오염, 원산지표시 위반, 둔갑판매, 건강유해식품, 부정유통, 집단식중독, 학교급식·군급식 비리 등 매우 다양하다. 이번 호에서는 과거에 크게 이슈가 됐던 식품관련 사건·사고들을 돌아보고자 한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 새로운 미래로 나가기 위함이다.

▶ 그러나 고름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채, 이 용어를 사용한 것이 사태를 키운 것이다. 우유 속에는 젖소의 체세포(體細胞)가 함유돼 있다. 체세포에는 60% 정도를 차지하는 상피세포와 40% 정도를 차지하는 백혈구가 포함된다. 체세포는 우유의 성분 중 고형분에 해당되므로 우리 몸에 해로운 물질이 아니다. 고름과는 다르다. 젖소의 몸에 세균이 침입했을 때 이를 퇴치하기 위해서 백혈구 수가 증가하게 되며, 이때 싸우다 죽은 백혈구와 세균이 황색으로 변해서 생성되는 것이 고름이다. 이 고름에는 죽은 세균의 독소가 들어 있고 일부 살아있는 세균도 묻어 있을 수 있으므로 해롭다는 것이다. 분명 체세포와 고름은 다른 것인데도 ‘체세포는 곧 고름이다.’ 라고 잘못 이해한데서 증폭된 식품안전 보도사건이다. 

▶ 당시 업계의 잘못된 대응으로 문제가 더 악화되었는데 이는 우리가 반성해야 할 일이다. 언론 보도 이틀 후인 10월 24일과 27일 ‘파스퇴르유업’은 주요 일간지에 “파스퇴르에서는 고름우유를 팔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5단 광고를 내고 자신들만 정직한 기업인 것처럼 호도하며 마케팅에 활용했다. 유업체 스스로 ‘고름우유’라는 표현을 쓰다니 이성을 잃은 짓이었다. 파스퇴르가 아닌 다른 유업체는 고름우유를 파는 것으로 오인하기 쉬운 광고 문구였다. 11월 1일 한국유가공협회는 긴급이사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파스퇴르우유 역시 체세포가 검출되어 고름우유임이 밝혀졌다.” 라는 광고로 맞대응했다. 어리석은 대응이었다. 11월 7일 농림수산부와 보건복지부의 중재로 상호 비방 광고를 중지하기는 했지만, 양쪽 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처신을 한 것이다. 

▶ 선진국에서는 원유(源乳) 1ml당 체세포수를 30~40만개 이하인 경우에만 음용유 생산을 허용하고, 국제낙농연맹(IDF)은 체세포수가 ml당 50만개를 초과하면 유방염 우유가 혼입된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나라는 체세포수 1등급(ml당 20만개 미만)의 원유 그리고 세균수 1A등급(ml당 3만개 미만)과 1B등급(ml당 3만개~10만개 미만)의 원유만을 음용 신선 우유 원료로 사용하도록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우리가 마시는 우유는 안심하고 마셔도 좋은, 높은 위생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 공업용 우지(牛脂) 라면 사건 : 1989년 1월 3일 검찰은 “삼양식품 등 식품제조 업체가 라면을 튀기는 과정에서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삼양라면은 가장 인기가 높고 즐겨 먹던 식품인데 식용이 아닌 공업용 기름에 튀겼다니,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해당 기업은 부도덕한 악덕기업으로 낙인이 찍혔고 정부는 감독 소홀로 여론의 질책을 받았다. 당사자인 삼양식품은 “20년 전부터 국민에게 동물성지방을 공급한다는 취지에서 우지를 수입, 정제해 식용으로 사용해 왔으며 이는 정부가 권장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 사태가 악화되자 보사부는 “원료우지와 정제된 우지는 구분되는 것으로 비식용 우지를 수입한 것은 위법이지만 정제해 생산한 라면은 이상이 없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사실을 살펴본다. 당시 우지를 수출하는 미국에서는 우지를 식용으로 쓰지 않으므로 당연히 식품으로 분류하지 않았고 식용(edible)으로 분류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식용이 아니므로 비식용이고 비식용이니 공업용이다.’라는 유추논법이 발동된 것이다. 사실 우지는 비누를 만드는 원료 등으로 쓰이므로 당연히 공업용이 될 수 있다. 삼양라면은 이 사건으로 매출에 극심한 타격을 입었고, 그 피해가 수백억 원에 달했지만 보상을 받을 길은 없었다. 

▶ 수입축산물 사건 : 국내산뿐만 아니라 수입축산물에서 문제가 되어 보도된 사건들도 여럿 있다. 1997년 9월 28일 조선일보는 ‘O-157 미국쇠고기 방역비상’이라는 제하의 보도에서 미국산 쇠고기에서 병원성 대장균인 O-157:H7이 검출되어 국민건강이 위협받고 있다는 기사를 냈다. 정부 당국은 오염된 미국쇠고기를 반송조치하고 검역을 강화했다. 한·미간의 통상마찰로 이어져 자동차협상이 결렬되기도 했다. 이 사건에 대한 보도는 3개월간 163건에 달할 정도로 이슈화 됐었다. 1999년 2월 2일에는 호주산 쇠고기에서 농약(엔도설판)이 검출되어 반송조치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1999년에는 벨기에산 돼지고기에서, 2008년에는 칠레산 돼지고기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되어 폐기하고 해당 작업장에 대해 수입중단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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