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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81. 식품사건 - 언론의 과장보도는 왜?

자극적 언론보도 따른 축산물 소비 반감 방지
올바른 정보 전달 위한 언론과의 ‘소통’ 노력을

  • 등록 2019.03.27 10:34:27


(전 농협대학교 총장)


▶ “계란이 사라졌다.” 2017년 8월 16일 수요일 아침 조선일보의 1면 머리기사 헤드라인이다. “계란에서 피프로닐 검출, 모든 농가 전수조사” “이미 15만개 유통, 대형마트, 편의점 계란판매 중단”이 부제로 올라왔다. TV방송 역시 톱뉴스로 보도했다. 계란을 폐기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방영되었다. 모든 신문, 방송, 인터넷 매체까지 보도에 열을 올렸고 연일 계속되는 보도로 국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 농장에서는 계란이 매일 생산되는데 유통채널이 끊겨 재고가 쌓였다. 정부는 산란계 농장을 전부 조사한다고 분주하고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 피프로닐(Fipronil)을 사용한 농장과 이를 판매한 업체는 당연히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할인마트에서는 계란 판매를 중단했다. 소비자들은 계란 판매대에 발길을 끊었다. 계란가격이 폭락하고 농가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렇게 사태가 커지자 대통령까지 나서서 철저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대책반이 꾸려지고 개선방안이 검토됐다. 식품안전 문제는 이렇게 소비자의 관심이 지대한 사안이다. 국민의 안전한 식생활 및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 그런데 과연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이 이렇듯 온 나라를 들썩일 만큼 위해의 정도가 큰 사안이었던가?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을 산란계에 사용한 것은 분명히 농가의 잘못이다. 계란의 안전성에 대해서 국민들이 불안해하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피프로닐 검출량이 가장 많이 나온 계란을 하루에 성인이 126.9개까지 먹어도 이상이 없는 수준이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그렇게 위해하지도 않은 것을 과장해서 보도한 꼴이다. 이 보도로 인해 관련 업계 즉 산란계 생산자와 유통업계는 극심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좀 차분하게 따져보고, 과학적인 근거도 챙겨보고, 큰 위해요인이 없다면 보도의 수위를 낮출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운 대목이다.


▶ 비슷한 사안을 놓고 우리나라와 일본 언론의 보도방식을 보면 차이가 나도, 너무 큰 차이가 난다. 2000년 3월 24일 우리나라에 66년만에 구제역(Foot and Mouth Disease)이 발생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 미야자끼현에서도 92년만에 구제역이 발생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연일 대서특필하고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당시 신문을 보면 구제역 기사로 도배하듯 했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내용도 많았다. 사용하는 언어도 매우 자극적이었다. 소·돼지를 살처분 매몰하는 장면까지 찍어서 TV에 그대로 방영했다. 온 나라가 구제역으로 홍역을 치루는 것 같았다. 구제역은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고 가열하면 바이러스가 죽는다고 홍보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런 경쟁적 보도가 보름이상 계속되었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졌다. 육류소비가 급격히 떨어지고 가격은 폭락했다. 한우와 양돈산업 그리고 요식업이 집중포화를 맞은 것이다.


▶ 반면에 일본의 경우는 신문 2면에 3단기사로 ‘미야자끼현에서 구제역으로 의심되는 질병이 발생했다.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 역학조사중이다. 구제역은 전염성이 강하고 가축에 피해가 큰 질병이므로 발생지역으로의 여행을 자제해주기 바란다.’는 요지의 간단한 내용이었다. 보도하는 방식이 우리와는 크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일본의 경우는 사실에 입각한 보도로 국민들에게 알리는데 충실하면서도, 국익이나 관련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국민에게 줄 수 있는 불안감을 최소화 하려는 절제하는 자세가 우리와는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 언론의 역할은 대중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자신들이 수집한 정보를 보도하는 것이며, 이 정보는 사실에 입각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내용을 과장하여 보도함으로써 당사자나 산업에 큰 어려움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언론은 공익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므로 국가, 국민, 사회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보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 그러면 언론이 위에서처럼 선정적인 보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식품의 위해성 즉 식품리스크(food risk)에 대한 정보는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고, 소비자의 리스크 인지과정에서 미디어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문현경 등의 연구(2004)는 일간지에서 건강, 식품, 영양과 관련된 내용이 전체 지면의 17.5%나 차지한다고 밝혔다. 아마도 지금은 더 많아졌을 것이다. 방송, 신문, 잡지, 디지털언론, 인터넷 등 매스 미디어(mass media)는 소비자의 눈과 귀를 머물게 하기 위하여 식품관련 정보들로 지면과 시간을 채우고 있다. 먹거리 정보는 쉽게 관심을 끌 수 있고 높은 뉴스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이귀옥 2007). 외국의 논문을 보면 미디어는 인간의 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물질, 사건, 사고 등을 전달하는 리스크소통 과정(risk communication)에 참여한다. 리스크소통 과정에서 미디어는 리스크를 공중에게 알림으로써 사회에서 리스크 요소를 제거하거나 감소시키고 피해를 방지하는 등 경고자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했다(Willis & Okunade 1997).    


▶ 우리가 여기서 반성해야 할 것은 언론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에 소홀하지는 않았나 하는 점이다. 이제 언론을 기피의 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소통의 상대로  생각해야 한다. 방송작가, 기자, 리포터 등 언론 주도자를 대상으로 축산식품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주기적인 정보제공과 아울러 사건 발생 시 오해가 없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론 보도에 대한 피해망상이나 비판보다는 사전 대응이 훨씬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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