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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농협대학교 총장)
▶ 세상의 사물은 생명의 유무에 따라 생물과 무생물로 나뉜다. 또 생물은 식물, 동물 그리고 미생물로 구분한다. 미생물(微生物, microorganism)이란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생물체로서 현미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을 정도로 작다. 미생물이라고 하면 언뜻 세균을 연상하여 해로운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해로운 미생물은 1% 미만이고 이로운 미생물이 훨씬 많다. 미생물은 생태계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생태계의 원활한 보전과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다.
▶ 미생물은 모양과 크기에 따라서 바이러스, 세균(細菌), 균류(菌類), 조류(藻類), 원생동물(原生動物) 등 다섯 가지로 분류한다. 바이러스는 가장 작은 미생물로 크기가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정도이며 세균(박테리아)은 마이크로미터(백만분의 1미터) 단위의 크기이다. 균류는 발효를 일으키는 미생물로 제빵, 양조, 장류제조 등에 쓰이는 효모, 곰팡이, 버섯종균 등이 해당된다. 조류는 식물처럼 광합성을 할 수 있으며 원생동물은 동물처럼 운동성을 가지는 아메바류 등을 총칭한다. 조류는 색깔에 따라 홍조류, 갈조류, 녹조류로 구분한다.
▶ 인류가 미생물을 이용한 것은 미생물 발효를 통해서 발효식품을 만들어 먹은 것이다. BC 1만 년경에는 이미 포도주와 식초를 만들었으며 BC 4천 년경에는 빵을 만들어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미생물은 크기가 너무 작아서 17세기 후반에 현미경이 발명된 이후에야 실체를 확인하게 되었으며 그 이후에 연구도 활기를 띄게 되었다. 파스퇴르(Pasteur)는 와인이 효모와 세균의 발효활동에 의해서 만들어 진다는 것을 밝혀냈고, 프레밍(Fleming)은 1929년 푸른곰팡이균에서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분리함으로써 2차 세계대전시에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크게 기여했고 오늘날 까지도 질병치료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RDA, Interobang 25호)
▶ 미생물이 인류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은 발효식품이다. 우리나라에서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는 음식을 조제하는데 꼭 필요한 재료이며, 콩으로 메주를 쑤어 발효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콩을 재료로 하더라도 집집마다 장맛이 다르다는 점인데 이는 종균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종부(宗婦)는 씨앗 간장이 대대로 전수되도록 특별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한다.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인정받는 김치는 배추나 무를 재료로 만든 발효식품의 정수이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새우젓, 조개젓, 명란젓, 창란젓, 꼴뚜기젓 등 젓갈류는 수없이 많다. 일본의 미소, 인도의 스자체, 중국의 두시, 네팔의 키에짜 등도 콩을 재료로 만든 발효식품이다. 막걸리와 다양한 가양주(家釀酒) 또한 발효를 통해서 얻어진 술이다.
▶ 서양에서는 지방마다 맛이 다른 포도주나 맥주가 수없이 많고, 유제품인 치즈 역시 나라와 지방에 따라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발사믹식초는 이탈리아를 떠올리게 하는 발효식품이고 요구르트는 불가리아를 상징하는 발효식품이다. 언젠가 ‘치즈는 부패한 식품이므로 먹지 말라’는 주장을 펼치는 글을 읽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고 넌센스다. 인류가 젖[乳]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만들어서 먹어온 치즈가 부패식품이라니 어불성설이다. 미생물을 이용한 발효가 식품가공의 백미임을 모르는 소치라고 생각한다.
▶ 미생물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식생활에서는 발효식품 이외에 천연감미료, 건강기능식품, 프로바이오틱 제품 등의 생산에 활용된다. 의생활에서는 바이오신약, 미생물효소세제, 섬유유연제, 인디고색소, 의류 신소재 등의 생산에 이용된다. 주거생활에서는 미생물첨가 친환경 건축자재, 콘크리트결합제, 페인트 원료인 이타콘산 제조 등에 이용된다. 가정용품으로는 기능성 비누와 치약, 화장품, 탈취제, 접착제, 휴대용 소화기 등 제조에 활용된다. 산업용품으로는 아세톤 등 산업용 유기용매, 미생물이용 생분해성 고분자, 윤활제, 세병·세관제 등에 이용된다. 기계장치로는 가정용 음식물 찌꺼기 분해기에 미생물이 투입된다.
▶ 앞으로 미생물은 생명공학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유전자조작에 활용되는 주요 효소의 대부분은 미생물에서 얻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하여 미생물의 유용 유전자를 식물에 삽입함으로써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수많은 미생물 중에서 어떤 종은 뛰어난 분해 능력을 가지고 있어 가축분뇨나 하수오니(汚泥) 등의 친환경적 처리가 가능하다. 어떤 미생물은 폐기물을 분해하여 메탄가스나 퇴비로 자원화 하는 능력도 지니고 있다. 미생물은 독성물질, 난분해성 물질, 유출된 기름 등을 분해하는 역할도 한다. 해양이나 저수지 등에서 자주 발생하는 적조, 녹조 현상도 미생물을 활용하면 효과가 크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미생물 발효과정을 거쳐 옥수수 보리 밀 감자 등에서 바이오 에탄올을, 콩 유채 등에서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여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화학농약을 대체할 생물농약의 이용, 항생제를 대체할 미생물사료첨가제의 이용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 미생물은 부가가치가 높은 생물자원이다. 따라서 신종 미생물을 찾아내는 일에 각국이 열을 올리고 있다. 어느 분야이든 적절한 미생물을 찾아내면 특허로 등록하여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생물 바이오산업은 미래의 블루오션이다. 민·관·연이 연계하여 미생물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