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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축산은 우리의 희망 / 본지·농협 주최 가업승계·축산창업 우수사례 공모전 ‘대상’>귀농 축산창업 / 충북 보은 가람뫼농장(대표 최생호)

작은 농장에 당당히 도전…꿈과 희망이 현실로

[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축산농가 고령화와 규모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가축사육을 이어나갈 후계인력 확보가 축산업계의 가장 큰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각종 규제와 초기 자본 투자문제 등으로 인해 신규진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속가능한 축산의 근간인 생산기반 유지를 위해 범 축산업계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본지는 농협과 공동으로 가업승계를 하고 있는 축산 2세들과 귀농 후 축산을 창업해 성공적으로 정착한 이들을 대상으로 우수사례 공모전을 개최했다. 공모전 수상농가(10)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가업을 잇고, 창업에 성공했는지 그들의 스토리를 들어봤다. 첫번째 순서는 대상을 받은 충북 보은의 가람뫼농장 최생호 대표의 귀농스토리이다. 다음호부터 우수사례를 연재한다.


지역주민과 동행…수시로 소통하고 환경 지켜
산란계 1천200수…유정란 고정고객 판로 확보
닭·한지 투 트랙 체험 프로그램 남녀노소 인기


당당한 작은 농장의 꿈과 희망, 그리고 새로운 도전 과정에서 겪었던 일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가람뫼농장 최생호 대표. 그는 예비 귀농인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축산 창업을 통해 성공적으로 정착하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은 마음을 내비췄다.
가람뫼농장은 1천수 규모의 산란계를 방사해 키우면서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는 아주 작은 농장이다.
고향이 순천인 최생호 대표는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직장생활은 서울에서 유업체 구매팀장으로 근무했고, 후에 직접 광고기획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의정부가 고향인 한은숙씨는 디자인을 전공한 한지공예작가이다. 2016년 한지대전에 초대작가로 나서기도 했을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도시생활을 하던 최생호 대표가 부인 한은숙씨와 귀농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0년 전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매너리즘에 빠져 있을 때 예비 귀농인을 위한 ‘즐거운 귀농, 귀촌학교’ 수강생 모집 광고를 보게 된 최 대표는 주저 없이 수강 신청을 했다. 5개월 동안 100시간의 과정을 이수하고 귀농은 막연한 환상도, 도시생활의 탈출구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귀농도 치열한 생존 현장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깨닫게 됐다는 설명이다.
“귀농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의 동의이다. 그 후 무엇을 하고 어떻게 생계를 꾸려갈 것인가에 대한 확실한 결정과 준비가 필요하다. 사실 귀농에 대한 공감대는 가족끼리 형성돼 있었지만 닭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었다. 귀농교육 중에 성공적으로 농촌에 정착한 선도농가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경남 산청에 있는 자연양계 유정란 생산농장을 찾게 됐는데 내가 선택할 업종은 이것이라는 확신이 왔다. 소규모로 하면 냄새 없이 자연친화적으로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 유정란을 생산해 택배로 직거래하면 승산도 있을 것 같았다.”
오래전부터 꿈꾸었던 귀농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결심하기까지 6개월여가 흐른 2009년 성탄절 다음날 최생호 대표 가족은 보은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최생호 대표 부부는 보은은 연고가 없는 곳인데 지역주민들이 잘 해주어 쉽게 정착했다고 한다.
“귀농에서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를 꼽는다면 마을주민과 원활한 인간관계와 소통, 경제적 자립을 위한 치밀하고 차별화된 실천전략이다. 이사 오기 전 집수리와 사전준비를 위해 오가면서 마을 이장님, 주민대표 분들을 자주 만나 인사드리고 마음을 터놓고 다가서기 위해 노력했다. 마을에 정착해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생활할지 구체적인 계획도 설명하고 도움도 요청했다.”
사실 농촌에서 새롭게 축산을 시작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양계장이라고 하면 덮어 놓고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다. 최생호 대표는 어떻게 주민들을 설득했을까.
“무엇을 할지 궁금해하는 마을주민들에게 닭을 키워 유정란을 생산하고 직거래로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씀드렸다. 관행적인 사육방식과 달리 깨끗하고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양계장이라고 설명하고 자신 있게 약속까지 했다. 병아리가 들어와 본격적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있을 때 주민들이 수시로 찾아와 농장 상태를 확인하곤 했다. 지금은 마을주민들이 우리 농장을 자랑스러워 할 정도가 됐다.”
최생호 대표의 귀농 축산창업에서 좋은 일과 행복만 가득했던 것은 아니다. “계사 신축을 위한 허가절차를 상담하기 위해 군청 농축산과를 찾았다가 날벼락 같은 소리를 들었다. 현재 확보한 부지에선 닭을 키울 수 없고, 당연히 허가도 못 내준다는 것이었다. 눈앞이 캄캄했다.”
가축사육 제한거리 조례로 인해 닭의 경우 직선거리 500m 이내에 민가가 세 채 이상 있으면 무조건 계사 신축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관련내용을 모조리 출력해 검토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며칠을 파고들었는데,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축산법 시행령에 최 대표가 계획하고 추진 중인 규모의 축사, 한 지번에 45평 이하 규모의 경우에는 거리제한이나 기타 규제에 관계없이 조건만 갖추면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을 발견한 것이다. “3천300㎡의 밭이 다행히 세 개의 지번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기막힌 우연과 행운이 겹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청으로 바로 달려가 관련조항을 보여주고 절차대로 진행해 허가를 받겠다고 했다. 계사 신축문제가 해결되면서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계사 규모와 설계도는 여러 농장을 견학하면서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만의 형태로 만들었다.”
최 대표는 업체에게 설계도에 맞춰 뼈대와 지붕만 해달라고 하고 닭에 필요한 횃대와 모이통, 산란상자, 급수시설, 울타리를 비롯한 나머지 모든 마무리는 아내와 둘이 직접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가람뫼농장은 각각 45평짜리 계사 3동. 마침 계획했던 계사 규모와 허가기준도 딱 맞았다. 계사 1동에 500수씩 동시에 병아리를 입추했다. 상시 사육규모는 1천~1천200수. 1개동은 육추용, 2개동은 산란용이다. 최적화된 닭 사육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주변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계사를 설계했다. 대류순환 원리도 적용했다. 지붕을 개조해 계사 안에서도 충분한 일광욕이 가능토록 했다.
현재 하루 계란 생산량은 600~700개. 산란율은 70%를 유지하고 있다. 꾸준한 고정고객을 확보해 판매에는 애로사항이 별로 없다. 명품계란을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아침 7시부터 저녁 6시까지 클래식과 국악을 틀어주고 있다.
“계란 1개당 택배비를 포함해 750원에 공급한다. 2011~2012년에는 500원씩 받았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계란을 왜 싸게 파냐고 오히려 고객들이 가격인상을 요청해왔다. 훨씬 좋은 상품인데 너무 싸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고객도 있었다. 농장이 수지타산이 맞아야 자신들이 오래 먹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가람뫼농장은 매일 오전에 생산된 계란을 오후에 택배로 발송한다. 행복한 닭이 낳은 최고의 유정란을 당일 산란, 당일 배송시키는 것이다. 월요일 오전에는 로컬푸드매장으로 낸다. 일요일 생산물량은 지역에 판매하는 것이다.
“150일, 입추 후 5개월이면 초란이 나온다. 6개월째 산란율을 50~60% 올리고. 산란 시작 후 15~18개월령이 되면 도태한다. 도태 이유는 생산성도 무시못하지만 그 정도 주령에서 빼는게 로테이션에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8~9년 계속 찾는 고객에게 품질 변화 없는 계란을 공급하기 위한 이유도 있다.”
가람뫼농장의 닭의 행복은 최생호 대표의 끊임없는 노력에서 비롯된다. 기록, 관찰, 오감, 자연양계의 기본을 정립한다는 생각으로 9년째 매일 영농일지를 쓰고 있다.
최생호 대표는 ‘내가 먹는 것이 내 몸이 된다’는 신념을 닭에게도 적용하고 있다. 매일 사료를 직접 배합해 급여한다. “닭에게 무엇을 어떻게 먹일지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힘이 들더라도 좋은 것만 먹이자는 각오를 다졌다. 여러 가지 원료를 확보하고 매일 배합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보람도 크다. 배합 때는 원료별로 함량 조절을 해가면서 영양불균형을 해소하고 있다. 산란계는 예민해서 자칫 난각 형성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아리 때부터 현미와 대나무 잎을 먹이고, 한방영양제와 미생물, 천혜효소로 자체 면역력을 키운다. 작은 배합기를 하나 사서 매일 10여 가지 재료를 발효, 배합해 급여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사료원료는 전국을 돌며 직접 구입한다. 밀기울은 전남 구례, 황도는 전북 김제, 석회석은 충북 괴산, 천일명은 전남 신안으로 구하러 다니는 식이다. “9년째 매일 아침 모이를 직접 만들어서 주다보니 계사 내부의 상태를 관찰하는데 아주 좋다.”
가람뫼농장의 특징은 산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 전국농촌교육농장 프로그램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을 정도로 체험교육장으로 명성을 누리고 있다. 교육부에선 진로체험기관으로 인증되고 장관표창을 받기도 했다. 체험은 투 트랙으로 운영된다. 일명 닭 체험과 한지공예체험이다.
‘행복한 닭의 비밀 프로그램’으로 운영되는 최생호 대표의 닭과 달걀의 체험과 한은숙씨가 직접 지도하는 한지체험으로 나뉘어진다.
가람뫼농장은 일단 다양하게 프로그램 되어 있는 체험활동 계획안을 갖고 있다. 이를 초중고교에 제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체험을 위해 찾는 연령층도 다양한데 학생들은 주로 오전에 닭 체험을, 오후에는 한지체험을 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현재 가람뫼농장 고객, 즉 계란을 주문하는 정기고객은 200가구다. 여태 총 이용고객은 1천500가구로 집계된다. 이들은 월 2회부터 매주, 또는 2주일 간격으로 명품계란을 주문한다.
최생호 대표는 “현재 한농대 1학년에 다니는 아들이 농장 일을 잘 거든다. 아들이 가업승계를 하고 싶다면 체험프로그램을 좀 더 확대해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황토방도 만들어 가장 자연친화적 환경에서 숙박까지 가능한 방식으로 체계적으로 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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