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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4. 동서고금의 농업관 - 식량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선진국 농축산물 수출 주도…개도국은 되레 수입국 전락
세계 위인들 “농업 없는 국가발전 없다” 한 목소리

  • 등록 2018.05.11 18:18:47

[축산신문 기자]


(전 농협대학교 총장)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가 ‘먹는다’는 것은 생존의 가장 중요한 필수조건이다. 수렵생활을 하던 원시시대에는 짐승이나 물고기를 잡기 위한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싸웠다. 농경과 목축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비옥한 땅과 풍부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서 부족 간에 싸움을 했다. 부족사회에서 봉건국가 형태로 발전하면서 영토 확장을 위한 전쟁은 끊이지 않았고 그 규모는 더 커졌다. 어찌 보면 인류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이 모든 싸움과 전쟁은 결국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던가. 산업이 발전하면서 식량이외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까지 전쟁이 번졌고, 한편으로는 종교의 세를 확장하기 위한 종교전쟁도 많았지만, 결국 이 모든 전쟁은 자국의 세력을 확장하고 나라의 융성과 백성의 풍요한 삶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고 생존을 건 싸움이었다. 현대사회를 보더라도 소위 선진국치고 먹거리를 스스로 확보하지 못하는 나라가 없다. 국가경제에서 농업의 비중이 비록 낮지만 계속 지원을 하는 것은 농업발전 없이는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 조선왕조시대 세종대왕은 “국가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식량을 하늘로 삼는다[國以民爲本 民爲食以天]”는 사상을 통치이념으로 삼았으니 식량을 얼마나 중히 여겼는지 알 수 있다. 영·정조시대 실학의 거두인 다산 정약용 선생은 “농업을 장려하는 것이 이 나라의 살길이며, 이를 위해 선비보다 천한 신분상의 지위, 상인보다 낮은 이윤, 장인보다 힘든 노동을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분을 높여주는 것이 상농(上農)이고, 이윤을 높여주는 것이 후농(厚農)이며, 농사일을 편리하게 해주는 것이 편농(便農)으로 이 세 가지를 다산 삼농(三農)정책이라 하는데 농업·농민에 대한 그의 깊은 배려가 돋보인다.   

▶ 중국의 공자는 “식(食) 병(兵) 신(信) 셋 중에서 군사[兵]보다 중요한 것이 백성을 배불리 먹이는 일[食]”이라 해 국가의 군사력보다 식량이 더 중요함을 역설했다. 백성들이 못 먹고 헐벗으면 국내 변란으로 자멸하게 된 역사적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전쟁 시에도 병참이 끊겨서 군량을 대지 못하면 군사가 굶게 되고 전력이 약화되어 전쟁에서 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정한 이치다. 

▶ 서양의 기독교 교리에서는 “농민은 식량을 생산하는 근면한 사람들로서 신의 선택을 받은 자(people chosen by God)”라고 여겨 그들의 역할을 중요시했다. 근대사회에 이르러 중국의 손문은 “살아가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식량이다. 국가가 식량을 충분히 확보하려면 농민의 권리를 보장해 농민 스스로 식량을 증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정치가 미라보(Mirabeau)는 “농업은 뿌리이고, 공업은 줄기이며, 상업은 잎이다”라고 해 농업이 모든 산업의 근본임을 역설했다.        

▶ 현대사회에 들어와서 농업은 선진국이 주도하는 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선진국들이 곡물 등 농산물의 수출을 늘려가고 있는 반면, 개발도상국은 오히려 농산물 수입국으로 전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의 네루 수상은 “모든 일을 내줄 수 있어도 농업만큼은 절대로 내줄 수 없는 것이다”라고 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쿠즈네츠 교수는 “후진국이 공업발전을 통해 중진국까지 도약할 수는 있으나 농업발전 없이 선진국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라고 농업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 세계적인 육종학자인 우장춘 박사 역시 “농산물의 자급자족이 이루어져야만 우리나라가 진정한 독립국이 될 수 있으며,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농업의 과학화를 이룩함으로써 비로소 이 민족이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식량자급과 농업과학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선진국들을 보면 농업이 발전하지 않은 나라가 없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선진국들을 보라. 이들 모두 농축산 생산기반이 건실하게 유지되고 농업분야에 대한 연구와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 않은가?

▶ 항일 독립운동가 매헌(梅軒) 윤봉길 의사, 1932년 12월 상해 홍구공원에서 열린 일본군의 천장절 및 전승기념 행사장에서 포탄을 투척해 시라가와(白川) 대장 등을 살해하고 고위직 참석자들에게 중상을 입힌 직후 체포되어 뒤에 사형을 당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24살의 못다 핀 청춘을 바친 분이다. 그는 1930년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에 투신하기 전인 1926년, 고향인 충남 덕산에서 19세의 어린 나이에 ‘우리나라가 잘 살려면 농민들이 배워야한다’는 신념으로 농민계몽운동을 주도하며 야학(夜學)을 운영했던 선각자다. 그가 야학을 운영할 때 농민교재로 지은 ‘농민독본’에서 그는 농업과 농민이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도 변치 않을 생명창고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의 놀라운 식견과 선견지명을 확인할 수 있는 글을 옮겨본다.

▶ “농자는 천하의 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은 결단코 묵은 문자가 아닙니다. 이것은 억만년을 가고 또 가도 변할 수 없는 대 진리입니다. 사람의 먹고사는 식량품을 비롯해 의복, 주옥(住屋)의 자료는 말할 것도 없고, 상업 공업의 원료까지 하나도 농업생산에 기다리지 않는 것이 없느니 만큼 농민은 생명창고의 열쇠를 그 손에 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돌연히 상공업나라로 변해 하루아침에 농업이 그 자취를 잃어버린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농민의 세상은 무궁무진합니다.” (윤봉길, 농민독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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