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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선진 기술 확보해도 현장 접목 안되면 무용지물”

>>창간 31주년 특집
동물자원과학회 채 병 조 회장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국내 축산학계는 인재양성과 공급은 물론 각종 신기술의 개발 및 도입, 검증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한국 축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을 뒷받침해 왔다. 특히 그 어느나라 보다 세분화된 학회 활동을 통해 한국 축산업의 비전과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현장과 소통하는데 노력해 왔다. 이들 국내 축산 관련 학회들의 결집체인 한국동물자원과학회 채병조 회장으로부터 한국축산의 오늘과 내일을 냉정한 시각에서 접근해 보았다.

 

산업주체 생산비·유통비 절감 노력
합리적 가격 축산물 공급이 키포인트

시설·기술 갖춘 ‘강소농’ 확대돼야
축산물 품질 제고…‘규격’ 개선 검토

산·학 연결 위한 현장 지도교수제 필요
현장 소통 강화…학회 명칭 변경 추진

 

-수입축산물의 관세제로화 시대 돌입과 각종 환경규제까지, 한국 축산업이 위기라고 한다. 학계에서 바라본 우리축산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나라 축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시각에 공감한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신속하면서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다만 ‘위기’ 라기 보다는 ‘어려움’ 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모든 산업은 다 어려움이 있고, 진정한 위기는 축산업이 아닌 다른 산업에서 볼 수 있다.
사실 관세제로화는 시기가 문제였을 뿐 ‘올 것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축산농가들이 관세제로화 시대에 준비하는 기간이나 정부 대책측면에서 조금은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FTA는 피할수 없었기에 생산원가와 유통비용을 줄여 국내산 축산물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우리 축산업계의 지속 과제일 것이다.
생산원가 절감은 생산성과 직결된다. 가령 양돈의 경우 양돈선진국은 MSY가 25두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17두 정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드물긴 하더라도 국내에도 25두 농장이 존재하는 만큼 노력하면 쫓아갈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유통비용이다. 얼마전 한우 1마리가 1천만원이고, 유통비용이 41.5%라는 보도를 접할수 있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방법을 찾아 유통비용을 줄여나가야 한다. 어디까지나 사견이긴 하나 우리나라 축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가려면 국내산 축산물을 차별화해 수입육 보다 높은 가격에 팔기 보다는, 좀더 저렴하게 생산해 소비층을 넓혀주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축산업에서 ‘어려움’ 이란 개인적으론 환경규제를 더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축산업으로 인한 환경문제는 이제 걱정 단계를 넘어 적극적으로 대처할 단계에 이르고 있다.즉, 이웃들에게 최대한 냄새를 줄여주되, 농장도 청결하고 아름답게 가꿈으로써 혐오스런 모습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관계당국에서도 행정 규제만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시간을 주고,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특히 민원으로 인해 축사신축까지 어렵다고 하는데 이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
학계의 입장에서 보면 농장에서 발생되는 냄새문제는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연구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 한국축산업의 강점과 약점을 꼽아주신다면.
 우선 우리나라 축산업의 강점을 생산자와 소비자 두가지 입장에서 생각해 보겠다. 생산자 입장에서 보면, 기술수준이 강점이다. 우리나라 축산업 전반의 기술수준은 세계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사료의 경우 기술 수출까지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평균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양축현장에서 그 기술이 제대로 접목되지 못하고, 시설수준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근래 첨단시설을 갖추고 최신기술까지 접목, ‘강소농’이라는 표현이 손색 없는 농가가 속속 출현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품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긴 하나 국내산 축산물의 가격이 높더라도 맛이나 신선도에서 수입육과 차별화된다는 판단에 따라 소비층이 형성되고 있는 추세도 강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쉽지 않은 ‘신토불이’ 효과도 국내산 축산물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약점은 생산성이다. 생산성이 낮다보니 생산비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시설개선과 최신기술이 속히 접목돼야 한다. 양축농가를 대상으로 한 세미나에 참석해 보면 중소규모 농가의 경우 농장대표가 참석할 뿐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관리자들은 보기 힘들다. 아무래도 그 자리에서 습득된 기술과 정보가 실제 농장운영에 접목되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질병통제 또한 최대 약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낮은 생산성의 이면에는 질병이 도사리고 있다. 구제역, AI 같은 경우는 별개로 접근하더라도 만성 소모성 질병에 대한 대책이 미흡할 뿐 만 아니라 농가에서 차단방역이 이뤄질수 있는 시설도 부족하다.

 

- FTA시대 한국축산이 더 강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한 한국축산’ 을 말씀해 주신다면.
개인적으로 ‘강소농’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축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업규모이면서, 알찬 축산농가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일정수준 이상의 사육규모, 시설 및 기술이 집약된 건강한 농가들이 우리나라 축산의 근간이 돼야 한다.
물론 수평 또는 수직계열화도 활성화 돼야 한다. 다만 대기업이 주도하기 보다는 양축농가가 어우러진 형태의 계열화가 농가 소득 증진은 물론 도농간의 격차를 줄이는데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물음에 적합할지 모르겠지만 축산물의 품질도 강한 축산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 요인이 될 것이다. 국내산 축산물의 품질 제고를 위해 시급히 개선해야 할 것 중 하나가 ‘규격’이다. 출하 가축의 체중이 다양하고, 사육방식이 다르니 균일한 부분육이 생산되지 못하고 있다. 가령 돼지의 경우 수입삼겹살에 비해 낮은 국내산의 균일도가 떨어지다보니 소비자들에게 불만을 사고 있다. 앞으로 국내 축산업에서 수출도 무시못할 영역이 될 것인 만큼 축종을 막론하고 품질제고에 신경을 좀더 써야 할 것이다.
한가지 더 보태고 싶은 것은 ‘수입육의 국산 둔갑’을 막아아 한다는 것이다. 보다 강력한 방법으로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축산현장은 물론 축산기업들까지 인재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축산전문가와 후학 양성을 위한 대책은.
 올초 동물자원과학회장에 취임하면서 처음으로 강조한 부분이 바로 우리분야 인재모집과 양성, 그리고 활용에 대한 것이었다.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여 잘 훈련시키고, 훈련된 전문가가 산ㆍ학ㆍ관에서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면 우리나라 축산업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잘 알다시피, 인구절벽에 따른 학령인구가 줄어 전국대학의 축산관련학과에 지망생이 더 줄어들 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재 유입 역시 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우수한 인재가 지속적으로 축산업에 영입되기 위해선 축산업이 ‘혐오스러운 산업’ 이란 인식을 바꿔야 하며, 축산물이 인체건강에 유익한점, 해로운 점 등을 제대로 알려서 소비자들의 혼란을 없애야 한다.
특히 6차산업으로서 축산업의 잠재력과 그 가치를 충분히 인식시켜서 젊은이들이 모이는 산업으로 육성해 가야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업계에 진출한 제자들로 부터 “학교 다닐때는 몰랐지만 업계에 나가보니 축산업이 참으로 잠재력이 높아 매력있는 일터”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기분이 매우 좋다. 바꿔말하면 축산관련학과에 입학하기전에는 우리 분야를 잘 몰랐지만(심지어 공부할 때 까지) 막상 일을 해보니 괜찮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래서 홍보가 필요하다.
정부조직이나 농축협, 심지어 일부 사료회사 까지도 축산 비전공자들이 축산실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축산은 과학이다. 전공자들도 잘 모르는게 축산인데 비전공자들에게 맡겨진다면 효율성이 저하될 뿐 만 아니라 축산분야 졸업자들의 일터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축산업 발전을 위한 학계의 역할, 그리고 산학 교류 활성화 방안을 제시해 주신다면.
우리 학계의 역할은 첫째가 인재양성이고, 둘째가 가치있는 연구를 통해 학문과 산업발전을 위한 지식과 정보의 교류 및 확산이다. 따라서 산학교류는 매우 중요하다. 진정한 산학교류는 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식 교육이 있어야 하고, 학교에서 이론만 공부할게 아니라, 실습이나 인턴과정을 통해 현장을 이해할 수 있는 훈련도 이뤄져야 한다. 이를위해 우리나라도 산학을 연결하는 ‘현장지도교수(extension)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대학에 연구를 할수 있는 시설(외국대학에는 있는 축사, 도축장 등)이 없거나 부족한 것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현장의 문제점을 연구할수 있는 재정의 상당부분은 산업계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축산선진국은 이런 제도가 활성화 되어 있다.  
우리 학회에서도 축산현장과 보다 더 가까이에서 소통하기 위해 학회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초창기 학회 명칭인 축산학회로 회귀하는 것이다. 현재 학회 이사회를 거쳐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 동물자원과학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이했다. 그 의미와 함께 향후 운영 및 발전방안을 설명해 달라.
 지난 60년을 거쳐오면서 우리 학회는 나름대로 조직이나 그 역할에서 매우 의미있는 학회라는 것이 입증됐다. 다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 축산업계를 둘러싼 국내외 사정이 복잡해지고, 지속적인 발전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은 역설적으로 ‘우리 학회의 할 일이 더 많다’ 는 의미로 받아들일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 축산업은 농업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미 40%를 넘었을 뿐 만 아니라 국민이 식단을 책임지는 식량으로 자리매김했다.
따라서 우리 학회는 앞으로 산업의 니즈를 수행해 나가되, 학회 회원들 대부분 대학이나 연구분야에 소속돼 있는 현실을 감안해 새로운 영역을 창출하는 것으로 산업을 선도하는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업이 없다면 대학도, 학회도 그 존재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 학회에서 소비자들에게 축산물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연례행사로 ‘축산과 건강 심포지엄’을 개최함과 동시에, 미래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축산학과 축산업 제대로 알리기’  책자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이다.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