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반기 한우산업 어디로
가격 안정화를 위한 암소도태 실시와 미국 광우병 발생 등으로 2012년 상반기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한우가격이 상반기에 기대 이상으로 잘 버텨(?)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하반기 한우가격의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한 상황. 올 하반기의 한우산업을 전망해본다.
8월 출하 추정물량 5만7천두
암소 도태도 하반기에 몰릴 듯
소비통한 가격안정 역량집중을
◆공급과잉 따른 가격 폭락 우려
현재 올 추석 출하될 것으로 추정되는 한우고기의 물량은 지난해의 124%로 예상된다. 특별한 소비처가 없는 한 올해 추석 한우고기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쇠고기 이력제를 기초한 월령별 사육두수 분포현황을 분석한 결과 한우 비거세와 거세를 포함한 추석 전 8월 출하 추정물량은 5만7천두로 예상된다. 지난해 4만6천두보다 24% 증가한 수치다. 내년 추석의 출하물량은 이보다 더 증가한 6만7천두로 늘어날 전망이다.
더욱 문제는 수소와 거세우 뿐 아니라 암소의 출하량 또한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우사육두수 안정화를 위해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한우암소 도태자금 신청 농가들의 출하가 하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안 그래도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거세우 물량에 암소 출하까지 겹친다면 공급물량에 대한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거세우 가격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것은 출하물량이 적기 때문이고, 6월을 넘어서면서 출하량이 늘어나게 되면 가격하락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추석 대목에 반짝 가격 상승이 있겠지만 초과공급 물량을 원활하게 소화하지 못하고 이월되면 이후부터 이어질 가격하락의 골은 매우 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고된 소값폭락 대책은 없나?
전반적인 상황으로 미루어 하반기 한우가격은 호재보다는 악재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이런 상황을 업계에서 미리 알고 있다는 것. 한우자조금을 비롯한 관련기관에서는 가격 하락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 논의에 고심하고 있다.
일단 급한불을 끄면서 장기적 소비안정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하반기 가격을 안정적인 선에서 이끌어가면서 출하물량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강성기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은 “하반기 출하가 예상되는 한우암소 물량을 소진하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출하되는 암소를 원활히 소화해야 전체 한우가격이 안정화 될 수 있기 때문에 대형마트와 암소 할인 판매행사를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 중에 있다”며 “장기적으로 단체 급식에 한우 소비가 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진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강 위원장은 조만간 공판장의 중도매인들을 만나 한우유통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고경철 축산물품질평가원 강원지원장은 “한우가격은 당분간 안정화되기 어렵다. 농가들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계획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이라며 “지금 송아지를 입식하게 되면 2014년 추석을 겨냥한 것이다. 지금 입식을 늘리게 되면 2년 후 추석 가격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입식두수를 줄이면서 최소 +등급이상의 고급육 생산이 가능한 우량개체를 선별해야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대적 할인판매 소기성과 불구 일각 “할인은 할인일 뿐”
근본적 소비기반 확대전략 필요
◆예상 깬 상반기 가격안정 비결은
올 상반기의 가격은 우려했던 것 보다 안정적이었다는 분석이다.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는 상반기 가격이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다.
특히, 지난해 1만3천원 선을 넘지 못하던 한우 거세우의 경락가격이 지난 4월 평균 kg당 1만5천792원까지 오를 정도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치고 있다.
한우 거세우 가격의 상승을 이끈 원동력은 대형마트의 파격적인 할인 판매라고 볼 수 있다.이마트와 롯데마트를 필두로 대형마트들이 올 초 부터 6월까지 한우고기 할인판매를 진행하면서 한우소비활성화에 불을 지폈다.
실제 이들의 할인판매로 인해 한우거세우의 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경락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아울러 일반 유통업체에서는 원하는 물량의 한우거세우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산지시세는 그리 좋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나마 올 1~2월 지난해 구제역 영향으로 송아지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던 영향을 받았던 것 말고는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7월 이후로는 시장에 나오는 송아지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어 농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상반기 한우가격을 분석하면서 전문가들은 진일보 된 소비기반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우사육두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수입 쇠고기의 물량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장기적인 소비기반 확보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올해 대형마트의 할인판매가 없었다면 상반기 한우가격은 폭락을 면키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유통업체의 할인판매에만 기대할 것인가? 나름의 시장을 개척하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한우소비기반을 늘려나갈 수 있는 목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국민의 1인당 연간 쇠고기 소비량은 8.5kg(`00)→8.1kg(`03)→6.7kg(`05)→7.6kg(`07)→8.1kg(`09)→8.9kg(`10)으로 변화가 없다.
한우사육두수는 2000년 150만두 수준에서 2010년 290만두를 넘어서면서 2배 가까이 늘었는데 우리 국민의 쇠고기 소비량은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은 큰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 美 광우병 발생이 한우시장에 미친 영향
이력제 등 투명유통제도 뒷받침
수입육 직격탄…한우시장은 미풍
4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광우병은 초기 국내 시장에 작지 않은 타격을 줬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광우병 발생 소식이 전해진 직후 미산 쇠고기의 매출이 50%가까이 급감했고, 쇠고기 전체 소비도 11% 정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후 한 달여가 지나면서 한우의 경우 소비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미산을 비롯한 수입육은 아직도 극심한 소비 부진을 겪고 있다.
광우병 발생 초기 우리 한우업계는 지난 2008년과 같은 동반 가격하락이 오지 않을까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일시적인 소비부진 현상은 나타났지만 과거와 같은 장기 소비부진 상황으로 발전하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음식점원산지표시와 쇠고기 이력제 같은 제도가 시행되면서 소비자들에게 어느 정도 신뢰감을 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좀 더 대중적으로 폭 넓게 한우고기가 소비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하고, 아울러 세계 시장에 한우가 진출하는 방안도 모색해 봐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