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 아 영 주무관(충청북도 동물방역과)
충청북도 도청의 오랜 담장이 철거되었다. 도민과 소통하는 열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는 단순한 건축물의 변화가 아니라, 도정과 도민 사이의 벽을 허물겠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변화는 우리 사회 전반에 ‘개방’과 ‘소통’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며, 특히 축산업계의 방역 시스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축산업에서 ‘담장’은 오랫동안 질병으로부터 가축을 보호하는 물리적 방벽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전통적인 ‘차단’ 개념을 넘어, 더욱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방역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그간 가축 방역은 ‘차단’과 ‘격리’에 의존해 왔지만, 그 한계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 축산업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 치명적인 가축 전염병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왔다. 정부와 농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질병과 대규모 살처분은 축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필자는 가축 방역에서도 ‘담장’을 넘어선 ‘열린 방역’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열린 방역’이란 기존의 차단 중심 방역에서 벗어나, 정보와 기술을 개방하고 공유함으로써 질병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열린 방역’의 핵심은 첨단 기술의 도입과 정보의 투명한 공유에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은 가축의 건강 상태를 24시간 감시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 또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질병 발생 패턴을 예측하고 선제적 대응이 가능해진다.
‘열린 방역’이 모든 물리적 차단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택적 차단’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 기술로 철새의 이동 경로를 분석하고 고위험 지역을 예측하여 해당 지역만 일시적으로 통제하는 등 정교한 방역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열린 방역’ 체계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축산 분야에 도입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개방형 정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그리고 축산농가 및 관계자 대상 교육 프로그램 확대가 필요하다.
‘열린 방역’은 단순한 방역 체계의 변화를 넘어, 축산업 전반의 혁신을 이끌어낼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이를 통해 질병 발생률 감소, 경제적 손실 절감, 축산물 안전성 향상, 환경 영향 감소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열린 방역’은 축산업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이 디지털화되고 투명해짐으로써, 소비자들은 자신이 먹는 식품의 이력을 상세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축산농가는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사육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동물 복지 수준도 향상시킬 수 있다.
충북도청의 담장 철거가 행정의 새로운 장을 열었듯이, ‘열린 방역’은 축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다. 이제 첫걸음을 내디딜 때다. 정부, 축산농가, 대학, 그리고 관련 업체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더욱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축산업의 미래를 함께 열어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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