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최 윤 재 회장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국가전략기술 육성 계획, ‘농축산업 무관심 정부’ 민낯 투영
국가 미래 좌우할 과학기술 정책, 식량안보 전제돼야
한국의 미래를 그리는 과학기술주권 확보 계획
정기적으로 수립되는 과학기술정책은 해당 국가의 미래가 어떠할지를 보여주는 창이나 다름없다. 과학기술 역량이 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지난 8월 26일 정부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주권 청사진: 제1차 국가전략기술 육성 기본계획(’24~’28)(안)‘을 발표했다. 발표는 “과학기술주권 및 기술안보 역량 확보”을 목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는 “차세대 전략기술”을 선정, 그에 필요한 지원 계획을 자세하게 포함했다.
전세계 기술패권 경쟁에서 한국이 과학기술 주권을 논할 수 있다는 것은 고무할만한 일이다. 과거 선진국들을 추격하던 20세기 후반을 지나, 2000년대 이후 탈추격 국가로 거듭난 한국이 이제 능히 과학기술 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신흥기술 개발을 자신있게 논하게 된 것이다.
농축산업 관련 계획 찾아볼 수 없어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이번 정부의 과학기술주권 청사진은 정부가 농축산업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결과에 다름없다. 일단 참여자만 살펴보아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빠져있다. 이러하니 내용에서 또한 농축산업 관련 계획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일단 보고서에 정리된 ‘12대 국가전략기술 및 50개 세부 중점기술’은 반도체, 인공지능, 원자력, 바이오, 로봇, 우주항공 소위 요즘 뜨는 주제들만을 다루고 있을 뿐 민생과 직결된 많은 항목들이 누락돼 있었다.
‘농업’이라는 키워드는 첨단바이오 하위 주제로 있는 ‘공학생물학(Engineering Biology)’과 연계되어 잠깐 등장했다. 그조차도 ‘비료, 식품 내 탄소배출 경감’이라는 단어만 추가되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다룰지에 대한 소개는 없었다.
경제안보만 챙기는 정부, 농업은 푸대접
정부가 농축산업을 지나치게 경시하고 있음은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그대로 보여졌다. 올해 8월 발표된 2025년 농식품부 예산안은 총 18조7천496억원으로 2024년 대비 불과 2.2% 상승했다. 농촌진흥청 예산은 올해 대비 0.7% 증가에 그친 1조1천52억원에 겨우 머물렀다.
2025년 예산(총 677조4천억원)이 2024년과 비교해 약 3.2% 밖에 증대되지 않아 긴축재정으로 평가받은 것과 비교하면 농업 관련 예산이 얼마나 푸대접 받는지를 알 수 있다. 정부 예산에서 농식품부 항목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8%에 그쳤다.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11.8% 늘린다고 발표해 역대 최대 규모를 발표했지만 농축산업과는 관계가 없다. 내년도 예산 지원액의 대부분이 앞서 소개한 ‘대한민국 과학기술주권 청사진’에 나온 반도체·디스플레이, 2차전지, 통신 등에 집중돼 있다.
식량 안보, 더 늦기 전에 지원 필요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과학기술주권 청사진’은 이후 5년 간 정부가 집중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한 분야들이 결정되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끼칠 영향이 매우 크다. 지원이 모든 분야에 공평하게 배분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꼭 필요한 분야에 대한 지원이 소홀해서도 안 될 것이다.
현재 정부 보고서는 ‘경제안보’만을 강조하고 있지만 우리는 경제발전도 ‘식량안보’가 전제되어야 의미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 건강, 최소한의 의식주가 보호받지 못하는 국가에서 경제안보를 외쳐봐야 공허할 뿐이다. 더 늦기 전에 식량안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이뤄지길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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