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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에서>성큼 다가선 인공 축산물시대

  • 등록 2022.12.21 14:05:20

[축산신문]


이상호 본지 발행인


우리나라의 반도체신화는 이른바 ‘황(黃)의 법칙’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황의 법칙은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2002년 국제반도체학술회의에서 앞으로 반도체 메모리용량은 매년 2배씩 증가할 것이라고 밝힌 데서 비롯된 것으로 이후 삼성은 그의 예언대로 매년 2배씩 늘어난 메모리제품을 개발, 세계 반도체시장을 석권했고 난공불락이던 일본 반도체산업은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첨단기술이 세상을 한 순간에 바꿔놓는 걸 보여준 사건이었다.


반도체 저장용량 매년 배로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

생명공학에도 얼마든지 가능…축산업계 속수무책

 주무부처는 축산 진흥 뒷전…‘푸드테크 마이웨이’


아닌 밤중 홍두깨처럼 반도체를 들먹이는 건 기술발달에 힘입어 인조육과 인공배양육이 축산물시장을 뒤흔들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김대식 KAIST 교수는 한 유력 일간지에 게재된 칼럼에서 ‘닭 없는 치킨’ ‘돼지 없는 삼겹살’ ‘소 없는 스테이크’의 등장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뒤이어 네덜란드의 한 대학에서 세포배양을 통해 식용쇠고기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는 보도가 나와 그 가능성에 한층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양산체제가 갖춰진 건 아니지만 이는 시간의 문제라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황의 법칙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가운데 나왔듯이 생명공학 판(版) 황의 법칙이 나올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인공배양육을 비롯한 관련연구에 속속 참여하고 있어 인공 축산물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간 듯한 느낌마저 들 정도다. 미국 스타트업 기업인 퍼펙트데이사(社)는 최근 기존 우유와 똑같은 인공우유를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를 소재로 한 유제품이 곧 출시될 것이란 소식도 있다.

이와 관련 식약처는 최근 관련업계와 협의체를 구성, 명칭 등 세부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며 농식품부 역시 관련연구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축산업계는 속수무책이다. 축산업계의 대책을 굳이 꼽자면 어떤 경우에도 고기(肉) 또는 ‘대체단백질’이라는 표현은 절대 안 된다는 식의 강력 반발인데 사실 이런 식의 대응은 두유의 경우에서 보듯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

명칭문제는 ‘꼴 보고 이름 짓는다’는 옛 사람들의 지혜를 빌리면 된다. 조미료를 천연조미료와 인공조미료로 구분하듯이 식물성 소재를 기반으로 한 것은 인조육, 세포배양을 통한 제품은 인공배양육으로 구분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대체육이나 대체단백질 같은 근본 없는 명칭이 허용되는 것은 절대적으로 막아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축산업계가 이제부터 할 일은 큰 틀에서의 대응이어야 한다. 과대포장 되고 있는 인조육과 인공배양육의 문제점을 과학적으로 규명, 이를 효과적으로 알려 나가는 한편 축산현장의 그늘을 시정하고 보완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유와 두유의 공존에서 보듯 일반축산물과 배양육과 같은 인공축산물의 공존을 염두에 둔 대책이다. 이는 일반 축산물의 자연친화성 강화와 품질고급화를 통한 경쟁력제고로 귀착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축산업계의 진지한 고민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뭐라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도 이에 대한 대책은 없이 이른바 푸드테크로 농식품산업의 혁신성장을 견인한다는 기치만 내걸었을 뿐이다. 축산은 이대로 가면 되는 걸까?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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