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홍 대표(해지음영농조합법인)
국내 일부 동물약품회사에서 멧돼지용 ASF 미끼백신을 환경부와 공동으로 개발키로 하고 미국 농무성의 협조로 ASF 백신용 균주 2종(I177L, I177 LVR)을 도입, 현재 백신 개발에 한창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기업에 따르면 ASF 백신개발 실험은 지난 2021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북대학교 동물방역차폐 실험실(ABL3)에서 경구 접종 5마리, 근육 접종 5마리, 대조군(미접종) 5마리의 미니돼지로 실험군을 구성, 백신을 접종하고 4주후에 국내 분리주인 화천 ASFV를 공격 접종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이후 바이러스 혈증변화(viremia 변화), 항체형성, 임상증상 등을 관찰한 결과 만족스러운 결과를 확보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험용 ASF 백신의 안전성 검사와 효능 검사 등을 위한 사육돼지 접종 실험은 아직까지 진 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실적으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대형 차폐시설(ABL3) 외에는 실험이 불가능하지만 검역본부에서는 현재 차폐시설이 구제역 백신 개발연구에 이용되다 보니 오는 2025년이나 돼야 실험일정을 잡을 수 있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ASF가 발생될 경우 살처분과 함께 일시 이동 정지, 역학관련 농장의 이동제한 등 강력한 방역 규제가 발동되며 양돈농가들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불편함과 피해 속에서 생사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지만 정부에서는 그 대안이 될 수 도 있는 ASF 백신개발에 뒷짐을 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미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배경으로 ASF 백신의 개발수준을 넘어 상용화까지 이뤄진 베트남과 비교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ASF 방지를 명분으로 농가에게 8대방역시설 설치 등을 강요하면서, 책임을 전가하기 보다 는 ASF 백신개발을 독려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지금 한돈산업은 ASF로 인해 절박하다. 산업에 우선 순위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국가재난 질병인 ASF의 피해를 막기 위해 다른 나라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민간규제만 강화하고, 백신 개발과 같은 대안은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양돈산업 환경, ASF 발생 추이 등이 베트남과는 분명히 다른 만큼 사육돼지에 대한 ASF 백신 접종은 다분히 신중히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
백신접종의 경제성과 안전성,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검증은 기본이고 백신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면 그 시점은 언제가 돼야 하는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에서 검토와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 다. 강제성 여부에 따라서는 정부 차원의 예산확보와 관리대책, 제도적 뒷받침 등 선결돼야 할 과제도 산더미가 될 것이다.
사전 충분한 검토, 그리고 정부 및 이해 산업계와의 협의 과정없이 갑작스럽게 백신 도입이 결정되면서 많은 혼란과 함께 실기 논란까지 이어졌던 지난 2010년 구제역 사태와 같은 실수가 다시는 반복돼선 안된다.
다만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된 ASF 백신이 존재 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 질 수 밖에 없다. 백신도입 여부에 대한 논의와 함께 ASF 백신개발이 병행돼야 할 이유다. 아무쪼록 ASF의 그늘에서 벗어나 방역과정에서 무너져 버린 양돈산업의 생태계를 조속히 복원하고 지속가능한 양돈산업 실현을 뒷받침 하기위한 정부의 현명한 판단과 노력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