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규 현 교수(강원대학교)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분들 중에는 ‘정육점에서 고기를 손질한 후에 버리는 부산물은 어디로 갈까? 감자탕집에 가면 그 많은 뼈는 어디로 갈까? 다른 방법으로 사용할 수 없다면 열심히 키워 생산한 축산물이 음식물 쓰레기가 되는 것이 안타깝다.’라는 생각을 잠깐이라도 하신 분이 계실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는 ‘우리’가 음식으로 먹기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을 말하지만 다른 원료로 사용된다면 쓰레기가 아닌 자원이 된다. 이러한 생각은 우리 축산인이라면 들어보았을 폐사축 처리 방법 중 하나인 렌더링 방법과 연결된다. 지난 3월, ‘축산물 이상의 축산물’을 주제로 하는 수행 과제의 정보 조사를 위해 경북 영천에 있는 렌더링 업체 홍창M&T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현장을 보고 원료 수급 및 제품 생산에 대한 설명을 듣고 렌더링의 경제적·환경적 이점에 대해 알 수 있게 된 점에 다시 한 번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렌더링은 환경친화적인 방법으로 가축 부산물(부산물)들이 가지고 있는 지방, 단백질, 광물질들을 회수하고 다른 생산품을 위한 원료를 만들 수 있다. 렌더링으로 생산된 원료는 비누, 페인트, 화장품, 약, 면도크림, 크레욘, 가죽, 윤활제, 양초, 플라스틱, 비료, …등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동물의 사료원으로도 사용된다. 미국에서는 바이오디젤과 재생디젤 생산을 위한 원료의 30%를 렌더링한 지방과 기름에서 생산한다. 미국에서 가축 부산물을 렌더링하여 생산된 원료를 사료 원료로 사용하는데, 1천600 ㎢(서울과 인천의 면적 합과 비슷함)의 경작지에서 생산된 콩과 같은 양을 대체할 수 있다.
이렇듯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렌더링이란 방법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North American Rendering Association의 ‘렌더링: 최고의 초록 옵션 인포그래픽(Rendering: The Greenest Option Infographic) (2016)’에 따르면 부산물을 렌더링하면; ① 온실가스를 감소시킬 수 있다. 퇴비화 방법(퇴비화)에 비해 90% 이상의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들게 되며, 바이오가스화 방법(혐기소화)과 비슷한 양의 온실가스 배출이 발생한다. ② 렌더링을 통해 99%의 부산물을 가축 사료원, 바이오연료, 비료, 산업용·소비자용 물품 등 새로운 원료를 생산할 수 있다. 퇴비화는 비료, 혐기소화는 비료와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것과 대비된다. ③ 법/규정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바이오시큐러티(biosecurity)를 달성할 수 있다. 퇴비화나 혐기소화와 대비하여 생물학적 오염을 감소시킬 수 있다. ④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다. 화석연료 대신 렌더링으로 생산된 바이오연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고 거의 모든 탄소원을 렌더링으로 회수할 수 있어 그 탄소원이 온실가스로 바뀌어 배출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반면 퇴비화는 탄소원의 약 45~75%가 이산화탄소로 배출될 수 있고 4~20%가 메탄으로 배출될 수 있다. 혐기소화는 소화액의 처리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수 있다.
축산물은 많은 자원을 소비하면서 생산되는 고급 식품이다. 따라서 최대한 이용할 수 있을 때까지 이용한 후 폐기하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에서는 ‘식품의 지속가능한 관리(Sustainable Management of Food)’를 위한 우선순위를 제시했다. 가장 높은 순위부터 나열하면; ① 음식물 손실과 쓰레기(Food loss, food waste)를 줄이기 ② 남는 식품의 기부(푸드 뱅크 등) ③ 사료화 ④ 렌더링, 혐기소화 등을 통한 연료화 등 공업적 사용 ⑤ 퇴비화, 그리고 마지막으로 ⑥ 소각, 매립 등 처리였다. 위 순위에서 렌더링은 ③, ④ 순위를 위한 역할을 하는 반면에, 혐기소화는 ④, ⑤ 순위의 역할을 하고 퇴비화는 ⑤ 순위의 역할을 한다. 즉, 생산한 식품을 최대한 이용한다고 할 때 렌더링 방법이 퇴비화와 혐기소화보다는 우선순위로 적용되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윤석열 대통령당선인은 5월 10일, 새로운 정부를 시작한다. 위 문단들에서 제시한 내용만으로도 당선인의 공약집에 수록된 ‘07. 맑고 깨끗한 환경, 탄소중립을 도약의 계기로’ 공약에서 ‘탄소중립 실현’, ‘기후환경위기 대응’, ‘원자력발전’의 목표들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방법론으로써 렌더링은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당선인은 먹을거에 진심이라는 뉴스 기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식사정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모를,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묵묵히 일하며 축산의 환경 친화성을 높이는 우리 렌더링 업계에 감사를 보낸다. 당선인도 이 내용을 알게 된다면 바로 감사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