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병 숙 부장(한국종축개량협회 한우개량부)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가 확산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축산분야에서는 기상이변 및 국제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사료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한우농가들의 시름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또한 최근 한우 사육두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 340만두를 상회하고 있다. 따라서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을 예방하고자 전국한우협회와 농협에서는 선제적으로 저능력 암소감축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 채 일부농가에서는 검정되지 않은 수소를 이용한 자연종부를 시키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농가피해는 물론 한우 사육두수 수급관리에도 역행하고 있다. 자연종부를 시키는 농가 입장에서는 송아지 가격이 좋다 보니 수태율을 높이고 빠른 송아지 생산을 통해 소득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자연종부가 인공수정보다 경제적 이익이 될까?
실제로 자연종부를 실시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은 유전적 질환 발생, 전염성 질병 전파, 저능력우 생산, 개체관리상의 위험성 등이 있다. 자연종부를 시키면서도 ‘그래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안이한 농가들을 위해 문제의 심각성을 하나하나 따져보기로 하자.
대표적인 자연종부의 폐해 중 하나인 전염병은 브루셀라병, 비브리오병, 요네병 등이 있다. 만일 암컷 우군 내에 이러한 전염성 질병에 감염된 개체가 있어 그것을 모르고 자연종부를 실시하게 된다면 그 암컷에 의해 수컷이 감염되고, 결국 암컷 우군 전체에 질병이 전파되어 농장 문을 닫게 되는 엄청난 과오를 저지르게 된다. 또한 불량유전자를 갖고 있는 개체에서 태어나는 송아지의 유전적 불량형질(BLAD, DUMPS)이 발현되면 치사성이 높고,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개량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검정되지 않은 수소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손해를 보는 것이다. 인공수정용 한우 보증씨수소와 후보씨수소의 후대검정우의 표현형 능력 차이를 비교했을 때 보증씨수소의 후대축이 후보씨수소의 후대축보다 도축 시 두당 약 20만원 이상의 경제적 차이를 나타내었다. 하물며 이런 보증씨수소와 검정되지 않은 일반 수소의 능력 차이는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경매우 시장에서도 아비의 혈통이 우수한 송아지가 비싼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며, 자연종부로 태어난 송아지의 가격은 당연히 이보다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자연종부를 시키는 농가에서도 자연종부로 생산된 송아지는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 내다 팔고 자기 농장에서 키울 소는 인공수정으로 생산된 송아지를 사다가 키우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자연종부는 해당농가 뿐만 아니라 다른 농가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자연종부를 선택하게 되면 각종 전염병의 잠재적 감염 기회와 이로 인한 유산, 최악의 경우 집단 폐사로 인하여 농장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 또한 치사유전형질인 BLAD와 DUMPS의 발현 위험성이 증가하여 송아지 폐사가 우려되며, 이러한 극단적인 예시가 아니더라도 개량이 진행되지 않아 경쟁력 및 우군 능력이 떨어지고 궁극적으로 소득 감소로 이어진다. 이러한 리스크를 제대로 안다면 자연종부를 고집하는 농가가 있을까? 더 이상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는 농가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