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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산티아고 순례길<29>

바게뜨 빵, 현지 주식…버터·치즈 등 지방과 균형적 섭취


(전 농협대학교 총장)


상온보관 가능한 하몽, 빵과 곁들여 먹기에 안성맞춤


▶ 프랑스 루트와 합류, 빵과 하몽. ( 6월 18일, 27일차 )

아침부터 비가 와서 우의를 입고 출발했다.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평범한 길이어서 걷기 편했다. 약 15km 지점  멜리데(Melide)에서 프랑스루트와 합류했다. 길 위에 갑자기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체 순례자중 약 70%가 프랑스루트를 걷기 때문이다. 학교 학생들로 보이는 단체팀도 있었다. 멜리데에서 두 개의 루트가 합류하는데다가, 프리미티브(Primitive) 루트의 루고(Lugo)에서 출발하는 100km 구간과  프랑스 루트의 사리아(Saria)에서 출발하는 100km 구간만 걸어도 순례길 완주증명서를 발급해주므로 여기부터 걷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 TV에 스페인프로가 방영된 이후 여행사에서 산티아고 까미노 관광 상품을 개발하여 한국인들이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순례자의 자세가 아니라 관광 온 것처럼 떠들고, 음주하고, 질서를 안 지키고, 냄새나는 음식을 해먹는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는 지적이 있어서 걱정된다. 잘못된 행동을 하면 순례 길을 걷는 많은 사람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고, 한국의 이미지를 크게 훼손할 것이기 때문이다. 

빵(pan)과 하몽, Pan은 우리와 소리가 똑같다. 그런데 여기는 빵이 주식이다. 우리의 밥에 해당된다. 빵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다. 바게뜨, 토스트식빵, 크로와상, 파운드케이크 치즈케이크, 크림케이크, 생과일케이크, 갈릭케이크 등 재료에 따라 수없이 많은 빵이 팔리고 있다. 그러데 빵 중의 기본은 바게뜨로 친다. 바게뜨를 조금씩 잘라서 버터, 스프레드치즈, 또는 각종 잼을 발라서 먹는다. 꿀이나 올리브유를 발라 먹기도 한다. 빵에 버터를 발라 먹는 것은 매우 과학적이다. 빵만 먹을 때보다 훨씬 부드러워서 먹기에 펀하다. 영양적으로 보면 탄수화물에 지방을 발라서 먹는 것이므로 에너지 밸런스가 잘 맞는다. 또 버터의 지방은 좋은 지방이며 필수지방산의 조성도 좋다. 빵에 슬라이스치즈를 넣어서 먹거나 스프레드치즈를 발라서 먹으면 단백질이 보완되어 더욱 바람직하다. 여기다 슬라이스햄이나 하몽과 같은 가공품을 곁들여 먹으면 맛도 좋다.  

언젠가 한참 걷다가 어느 마을을 지나게 됐는데, 마침 빵을 배달하는 작은 봉고차를 봤다. 집집마다 빵을 배달하는 차였다. 주민이 주문한 빵을 배달하는 차인데 주로 바게뜨였다. 마침 필요해서 바로 구매했는데 바게뜨 긴 것 하나에 70센트로 싸다. 그럼 왜 빵을 집에서 굽지 않는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유인즉, 집에서 빵을 직접 굽는 것보다 빵집에서 대량으로 굽는  것이 품질도 균일하고 맛도 변함이 없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빵이 기본식품이라기 보다 기호식품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빵 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렇게 비싸도 사먹는 이가 있으니 만들어 판다. 비싼 빵집에 드나들고 비싼 빵을 먹는 것을 무슨 자랑거리로 여기니 특권의식과 과시욕, 우월의식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비싼 빵집에 젊은이들이 줄을 서는 것을 보면 가치관에 혼돈이 온다. 아무리 자본주의사회이고 부자라고 하더라도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스페인에서는 빵으로 인한 특권의식 같은 것은 없다. 모두 같은 빵을 먹기 때문이다. 

아는 바와 같이 하몽(Jamon)은 돼지 뒷다리, 즉 햄 부위를 소금에 절여서 장기간 건조, 저장한 것으로 상온 보관이 가능한 육가공품이다. 상온저장이 가능하므로 여행 중에 빵에 곁들여 먹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소금에 절였으므로 약간 짭짤하게 간이 배어 있어서 빵과 잘 어울린다. 하몽은 스페인의 특산품으로 일반 육가공품보다 비싸다. 하몽전문 음식점이 프랜차이즈로 운영되기도 한다. 일반 식당에서도 하몽을 재료로 샌드위치 등을 만들어 판매한다. 공항에서도 하몽을 판매할 정도다.   

아르수아(Arzua) 알베르게에 들어가니 새로운 얼굴들이 많았다. 까미노 친구들은 걷는 속도에 따라서 만났다가 헤어지고 헤어졌다가 또 만난다. 오늘은 우리가 좀 빠르게 걸었고 프랑스 순례자들이 합류해서 새로운 까미노 친구들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관리자가 우리에게 나이대접을 하는지 아니면 힘들어 보였는지 1층 침대가 있는 방으로 배정해줘서 ‘무차스 그라시아스(Muchas Gracias)!’라고 감사를 표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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