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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식량안보와 축산업

  • 등록 2020.04.17 20:18:47

[축산신문]

윤봉중 본지 회장

코로나19가 지구촌을 뒤덮는 미증유의 위기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세계 각국이 앞으로 도래할 상황에 대해서도 불안한 시선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시간의 문제이지 이 또한 반드시 지나갈 것이다.
문제는 ‘이 또한 지나간’ 후의 세계가 어떻게 되느냐일 것이다. 인구(人口)에 회자 되는 전망과 주장은 각양각색이지만 결국은 하나로 귀결된다. 지구촌을 뒤덮고 있던 세계화, 세계주의가 퇴조하고 시대착오적 역사 퇴행으로까지 여겨지던 국가주의와 민족주의가 점차 그 자리를 메워 나간다는 예측이다. 중국은 코로나 사태가 위기로 치닫자 자국 내에서 생산된 마스크의 해외반출을 전면 금지했었다. 이로 인해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3M으로부터 마스크공급이 막힌 미국이 격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3M을 비롯한 4개의 의료 관련 미국회사를 강제 철수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며 의회에서는 국방물자생산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양국의 이러한 공방은 자국민의 안녕과 국익 우선주의의 산물이다. 이 사례는 코로나 이후 국제관계의 변화를 유추해볼 수 있는 단초가 된다.
물론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도 국익 최우선 원칙은 국제정치의 변함없는 가치였지만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적 색채가 더욱 농후해지고 개방의 폭이나 질이 위축될 게 불 보듯 뻔한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이런 일들이 한층 거칠어지고 날 선 양상이 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로 미뤄볼 때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식량문제에 대한 발상과 인식의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우리는 농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비교우위론을 입 밖으로 꺼내는 데는 신중했지만 국민의식이나 정책 결정 등 실질적 행동측면은 그렇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수급불균형으로 인해 공급이 부족하면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경우에 따라서는 항공운임까지 지원하며 수입에 나서고, 반대로 공급이 증가하면 과잉생산을 운운하며 ‘자연치유’에 기대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러한 대처방식의 반복은 결국 국내 생산기반의 위축과 자급률 하락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의 세계가 점차 민족주의나 국가주의적 색채가 짙어지고 여기에 미·중 패권경쟁 등 국제정치의 불확실성이 증대될 경우 식량은 상대 국가를 제어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봐야 한다. 이는 식량문제와 관련한 우리의 대처방식이 매우 안이하고 위험하다는 걸 일깨워주는 대목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곡물의 경우 쌀과 콩을 제외하면 대부분 30% 미만이며 축산물의 자급률 역시 급전직하의 추세다. 쇠고기의 경우 30%대에 머물고 돼지고기도 70% 아래로 떨어졌다. 유제품은 최근 10년간만 해도 무려 20%p가 떨어져 자급률이 50% 미만이다.
축산물자급률이 이처럼 심각함에도 중앙과 지방정부의 축산정책은 규제 위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물론 규제의 이유인 환경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할 사안이지만 작금의 현실은 옥석을 구분하지 않은 규제 일변도이기 때문에 축산기반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따라서 환경문제를 해결한 사례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장려책이 시행돼야 한다.
식량안보와 관련 자주율을 들먹이며 해외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없지 않다. 무조건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지만 식량안보적 개념에서 보면 허망한 논리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아무리 생산해도 국내 반입이 안 되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쉽게 일어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도 그 가능성이 있다면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게 안보문제다.
오래전 일이다. 한 재미학자가 국내 신문에 식량문제를 바라보는 한국 정책당국자들의 인식은 나이브(naive. 세상 물정을 잘 몰라 천진 또는 순진하다는 뜻)하기 이를 데 없다는 내용의 기고를 한 적이 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그 재미학자의 기고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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