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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남성우 박사의 ‘相生畜産’ / 92. 낙농삼각지, Dairy Triangle

천안·안성·평택, ‘시범목장’ 기지화로 지역발전 선도
세 곳 목장, 선의의 경쟁 ‘치열’…낙농발전 밑거름

  • 등록 2019.05.15 10:38:07


(전 농협대학교 총장)


▶ 우리나라에서 낙농업이 가장 먼저 발달한 곳은 서울 변두리와 인근지역이었다. 1960~70년대에는 서울 변두리인 중랑교, 뚝섬, 태릉, 도봉, 구파발, 신촌, 송파, 강남, 서초, 시흥 등지에도 낙농목장들이 많았다. 다수의 낙농가들은 서울을 둘러싸고 있는 고양시, 의정부시, 양주시, 남양주시, 구리시, 광주시, 안양시, 의왕시, 부천시, 김포시 등 지역에서 젖소를 길렀다. 이들은 중랑교에 자리 잡고 있는 서울우유조합의 조합원이었고 생산한 우유를 조합에 납유하면 조합은 이를 가공해서 서울의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일찌감치 자연스럽게 소비지를 중심으로 낙농지대가 형성된 것이다. 큰 도시인 부산, 대구, 인천시 인근도 같은 형태로 낙농지대가 형성되었다. 


▶ 그런데 서울에서 많이 떨어져 있으면서도 낙농지대로 발전된 지역이 있다. 소위 낙농삼각지(酪農三角地. Dairy Triangle)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국립종축원이 위치한 충남 천안지역, 한독낙농시범목장이 위치한 경기 안성지역, 한뉴낙농시범목장이 위치한 경기 평택지역, 이 세 곳은 지리상으로 삼각형을 이루고 있고, 같이 낙농업이 잘 발달된 지역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으므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지역에 어떤 산업이 들어오느냐에 따라서 그 산업의 중심지나 주산지가 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여수에 정유공장이 들어서면서 석유화학공업지역이 되었고 포항에 종합제철공장이 들어오면서 철강산업의 중심이 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천안, 안성, 평택지역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낙농시범목장이 들어오면서 자연히 낙농지역으로 발전되었고 그래서 낙농삼각지대라는 별칭이 붙게 된 것이다.


▶ 국립종축원은 전에는 농촌진흥청 산하 축산시험장에 소속되어 종축생산, 보급 업무를 담당해왔으나 1969년 9월 12일 농림부 직속의 국립종축장으로 분리되면서 기능이 강화되었다. 그러다가 1994년 축산시험장과 국립종축원은 다시 통합되어 축산기술연구소로 개편되었고 지금은 축산과학원으로 명칭이 바뀌어, 이제 축산과학원 내 종축개량부로 편제 되어 있다. 종축원의 역할 중에 종축의 생산, 보급 기능이 있으므로 천안지역이 낙농지대로 발전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종축 분양뿐만 아니라 낙농가에 대한 기술 지도까지 지원함으로써 다른 지역보다 낙농업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다.


▶ 한독낙농시범목장에 대해서는 앞서 많이 언급했으므로 기술교육에 대해서만 추가로 기술하고자 한다. 한독목장은 해마다 젖소를 분양하는 기능 외에 선진 낙농기술 보급이라는 임무를 띠고 있었다. 한독목장에서는 매년 농업고등학교 졸업생 20명을 선발해 낙농목장경영에 관한 이론과 실습 교육을 하는 6개월간의 장기 낙농연수과정을 실시했다. 각 도에서 2~3명씩 선발했는데, 선발기준은 앞으로 낙농목장을 운영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교육 이수 후 규모가 큰 낙농목장에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수료 후 목장을 자영하거나 취업을 하여 낙농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 한독목장은 장기교육 외에도 전국 순회 낙농기술교육을 실시했다. 순회교육은 대개 도별로 하루씩 도청 소재지를 교육장소로 택해서 실시했다. 자랑이 아니라 당시 한독목장의 낙농교육은 호응이 매우 좋아서 인기가 있었다. 목장을 직접 운영하는 전문가들의 강의여서 현실감이 있었고 현장의 경험담 등이 주효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농협중앙회와 합동으로 순회교육을 할 때면 당시 중앙회 축산원예부 구본현 축산과장이 직접 출강하여 낙농정책에 대한 강의를 담당해 주었다. 그 분은 건국대학교 축산대학을 졸업하고 농협에 입사한 분으로 능력과 열정을 인정받고 있는 진정한 축산인이다. 지금도 ‘신한바이오켐’이란 회사를 운영하며 좋은 영양보조제품을 개발, 보급함으로써 축산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 한뉴낙농시범목장은 1968년 10월 24일 박정희 대통령과 키스 홀리오크(Keith Holyoak) 뉴질랜드 수상 간의 공동성명과 1969년 6월 19일 한·뉴 정부간의 ‘평택시범낙농목장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외교각서’ 교환에 따라서 건설된 목장으로 평택시 진위면에 자리 잡고 있다. 당시 농어촌개발공사(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자회사인 한국낙농가공주식회사(KDBC)가 개설, 운영하다가 매일유업(주)으로 민영화 되었다. 한독낙농시범목장에 이어 해외 원조에 의해 두 번째로 건설된 이 시범목장도 지역의 낙농업 발전을 선도했다.


▶ 서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세 곳의 목장은 선의의 경쟁을 했다. 누가 서로 겨뤄보자고 한 것도 아닌데 말없이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두당 산유량, 유지율, 번식간격, 수태율, 육성률, 품평회 수상, 교육성과 등 모든 분야에서 서로 간에 실적을 비교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실무자뿐만이 아니라 책임자들도 무심한 척 하면서도 은근히 관심을 보였다. 언젠가 당혹스런 일이 벌어졌었다. 서울우유조합이 발행하는 월간 ‘서울우유’ 소식지의 원고 청탁을 받고 별 생각 없이 낙농트라이앵글 세 개 목장의 실적을 비교하는(공교롭게도 한독목장의 실적이 제일 좋았음) 기고문을 실었다. 어느 날 목장장께서 나를 부르더니 “국립종축장에서 항의가 거세다. 공식사과를 하고 글 쓴 사람을 처벌하지 않으면 가만히 안 두겠다.”고 하니 큰일이라는 설명이었다. 당시만 해도 국립종축장장은 농림부 직속이었고 장장이 고위직이었으니 목장장께서 매우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그 일을 무마하기 위해서 목장장께서 직접 찾아가 사과를 해야 했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선의의 경쟁은 계속되었으며, 이는 서로를 독려하는 기능을 하면서 목장 발전에 밑거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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