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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본지·농협 주최 가업승계·축산창업 우수사례 공모전 ‘우수상’>귀농 축산창업 / 충북 괴산 조이농장(조정기·이춘화 부부)

“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어…도심 떠나 평생 직장 찾았죠”

[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농촌이 좋아 귀농을 꿈꾸던 조정기·이춘화 부부. 도시생활을 접고 충남으로 귀농했던 이들 부부는 한 번의 실패를 딛고 충북 괴산에서 한우번식 전문농장으로 축산창업에 성공했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노후를 걱정할 때 이들 부부는 평생직장을 일궈내고 풍요로운 일상, 자유로운 삶, 건강한 먹거리를 즐기며 여유시간을 활용한 취미생활과 지역사회 봉사로 행복을 만끽하고 있다. 농촌을 지키며 한우를 키우는 행복을 더 많은 젊은이들이 함께 느끼길 기대한다는 충북 괴산 조이농장 조정기·이춘화 부부의 귀농에서 성공한 한우인이 되기까지 여정을 따라가 봤다.


부부의 끝없는 열정과 배움…한우번식 전문농장 일궈
자체 개체기록 프로그램 개발…최우수 수송아지 출하
이장 맡아 지역봉사…앞으로 연 1회 마을잔치도 계획


조정기(57)·이춘화(56) 부부는 경북대 동아리 선후배로 캠퍼스 커플이었다. 조정기 대표는 정치외교학, 이춘화씨는 낙농을 전공했다. 1986년 결혼한 이들은 삼남매를 두었다.
조정기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이름난 식품회사와 광고대행사 등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이들 부부는 도시에서 살면서 항상 귀농을 꿈꿨다고 한다. 말 그대로 시골이 좋았다. 마침 IMF사태가 터지면서 조정기·이춘화 부부는 귀촌을 결정했다. 대상지역은 충남 논산이었다. 가족들은 논산에서 생활하고, 조정기 대표는 대전에서 광고기획사를 운영하면서 출퇴근하는 방식이었다. 이춘화씨는 이 때 오리고기 전문점을 5년 동안 운영했다. 그러나 첫 번째 귀촌은 실패로 끝이 났다. 경기불황으로 광고기획사도 잘 안됐지만, 결정적으로 AI 발생에 따른 오리사업의 타격이 만만치 않았다. 결국 다시 도시지역인 청주로 나와야 했다.
청주에서 학습지 교사로 생활을 꾸려가던 이들 부부는 도저히 도시에선 살 수 없다고 결정한다. 마침 연로하신 조정기 대표의 부모가 고향인 괴산을 떠나 청주로 이사를 하게 되는 시기가 맞물렸다.
조정기·이춘화 부부는 부모님 집으로 귀농키로 했다. 이춘화씨는 “청주에서 7개월 살았는데 도시생활이 답답하기만 했다. 면사무소에 귀농을 문의했는데 지원이 없다면서 성공하지 못하니까 오지 말라는 답변만 들었다. 그래도 농촌이 좋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계산하지 말고 낙향을 결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005년 괴산으로 귀농하면서 조정기 대표는 부모님이 키우던 한우 세 마리를 샀다. 암송아지 일곱 마리도 입식해 열 마리로 축산을 시작했다. 조정기 대표는 귀농 초창기 청주 직장으로 출퇴근하고, 한우사육은 이춘화씨의 몫이 됐다. 부모님 댁에 딸려 있던 10평짜리 계류식 우사에서 한우를 키웠다.
“아무 것도 모르고 한우를 키우러 들어온 셈이다. 귀농하자마자 송아지가 호흡기 질병으로 죽을 지경이 됐다. 나중에 알고보니 입식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농업기술센터에 문의해도 신통치 않았다. 인터넷을 뒤져 농협 축산경제 임연수 원장(수의사)을 알게 됐다. 그를 통해 처방전을 받고 송아지를 살렸다.”
초창기 아찔했던 기억을 얘기한 이춘화씨는 배움만이 살길이라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조정기 대표가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본격적인 한우사육에 뛰어들면서 조이농장은 2007년 한우 20두로 규모를 늘리고, 축사와 농가주택을 신축했다. 사육규모가 작아 한우번식 외에도 고추농사를 병행했다.
이춘화씨는 “소를 살리기 위해 모든 교육을 찾아다니며 받았다. 열의에 비해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농업경영인이 되면서 괴산군에서 4천만원을 지원받아 축사 1동을 지었다. 당시에는 주민 동의가 없어도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원래 마을이 평양조씨 집성촌이라 모두 친척이다. 일가붙이 젊은이들이 들어온다고 감사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아서 반대가 없었다. 요즘은 가끔가다 어른들이 파리가 날리면 이럴 줄 알았으면 못하게 할 것 그랬다고 하신다. 좀 더 환경친화적인 우사를 고민하고 있다.”
지식에 목말랐던 조정기·이춘화 부부는 본격적으로 ‘배움’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기 시작했다. 농업기술센터와 축협에서 운영하는 한우대학과 충북대 최고경영자과정과 농업마이스터과정을 들었다. 충북도 한우연구회와 괴산군 한우연구회에도 가입해 선도농가의 노하우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노력을 계속했다. 한우는 물론 축산관련 서적과 각종 간행물을 구입해 정독해 나갔다. 이런 노력은 조이농장이 2018년 한우 80두 규모의 번식전문농장으로 우뚝 서게 되는 동력이 됐다.
조정기 대표는 농장에 들어오면서 바로 개량에 들어갔다. 주로 육질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는 육질은 어느 정도 완성됐다는 판단에 따라 개량방향을 육량 위주로 전환했다. 암소형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조이농장은 우수한 형질의 한우를 확보하기 위해 나름대로 종빈우 개량에 활용할 수 있는 개체기록표를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엑셀 프로그램을 활용한 이 개체기록부는 암소평가서 역할을 한다. 직계 선·후대 및 방계(형매)의 도체 성적도 도표화하고, 가계의 내력과 유전체형, KPN 등 특징도 기록한다. 이를 토대로 해당개체의 선발여부를 결정하고, 개량방향까지 설정한다. 우량 암소로 입증되면 암수선별시약을 활용해 암송아지 출산을 유도하고 있다.
정액선정을 위해선 한우교배계획 길라잡이를 활용해 후대의 예상 육종가 등을 참고하고 있다.
조이농장은 폐사율 0%를 유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관리프로그램도 짰다. 어미 소의 경우에는 비타민과 미네랄 등 충분한 영양을 제공해주고 분만 전에는 아까바네, 호흡기, 설사 등 백신접종을 해준다. 이런 관리방법은 양질의 초유 생산과 발정-수정-임신-출산이 원활하게 맞물리는 번식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형 송아지 출산도 예방하고, 초유를 통한 면역체 전달로 송아지 질병 억제 및 치료증진 효과까지 보고 있다고 한다.
송아지의 경우에는 우선 송아지방부터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항상 보온과 환기의 균형을 맞추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철저한 개체관찰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잘 되고 건강한 송아지를 키어낼 수 있다고 한다.
현재 조이농장은 조정기 대표가 아버지에게 구입해 키운 8산차가 최고령이다. 좋은 어미 소는 끝까지 함께 간다는 원칙을 세워두고 있다.
그러나 임신 불가능으로 판단되거나, 번식장애 등 속을 썩이는 암소는 비육을 시키고 있다. 여덟 마리를 가지고 두 번째 암소 비육 중이다.
“계절번식을 안하고 있다. 겨울에는 송아지를 낳으면 집 안으로 들여서 키운다. 겨울에 태어나도 실패하는 경우가 없어 굳이 계절번식을 하지 않는다. 첫 수정은 13개월령에 들어간다. 수정률은 80% 이상이다. 번식주기는 1년 1두, 공태일은 60일 미만이다. 사료 섭취량이 떨어지거나 승가행위, 불안정한 행동, 땀 흘리는 것 등으로 발정을 체크한다.”
이런 노력은 좋은 송아지를 생산하는 농장이라는 명성으로 이어졌다. 조이농장은 2018년 괴산증평축협 한우경매시장에 최우수 수송아지를 출하한 농장으로 선정돼 상도 받았다.
조이농장은 임대농지에서 옥수수 5천평을 재배해 조사료로 쓴다. 자체 조사료포도 900평 확보하고 있다. 수송아지에는 알파파를 주로 먹인다.
조이농장의 연간 매출은 1억7천만원 정도이다. 2014년에는 우사 지붕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연간 400만원의 농외소득도 올리고 있다.
조정기 대표는 마을에서 유명한 일꾼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장으로 10년을 봉사하면서 마을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 이춘화씨는 “남편이 하는 일 중 9할이 마을 일이고, 1할 정도만 집안 일”이라고 했다. 그래도 마을 안에 위치한 우사 때문에 신경이 쓰여 앞으로 1년에 1회는 마을잔치도 직접 열 계획이다.
조정기·이춘화 부부는 귀농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반드시 부부가 귀농해야 한다. 창업하기 전에 현장을 경험하는 것도 중요하다. 축산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교육 참여로 지식을 습득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축산을 창업할 계획을 세웠다면 이왕이면 해당 축종이 발전된 지역으로 귀농하는 것이 여러 가지로 유리하다. 선배농가의 경험도 공유할 수 있고, 조사료 등 협업도 가능하다. 축산이 발전된 지역 일수록 지자체의 지원도 활발하다.”
이들 부부는 철저한 자본계획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기투자, 운영자금, 생활비로 구분해 계획해야 하고, 특히 축산 특성 상 자금회전이 느린 점을 감안해 운영자금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촌교육의 장점도 얘기했다. 아이들이 노력한 만큼 수확한다는 삶의 원리를 체득해 성실한 자녀로 성장한다는 설명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도 많고, 대학입시에서도 농어촌특별전형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지자체의 장학금, 지역인재양성 해외연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13년 동안의 농촌생활은 우리 가족에게 많은 어려움도 주었지만 이를 극복한 현재의 삶은 풍요롭다. 도시 친구들이 퇴직 후를 걱정할 때 우리는 자연을 배경으로 정년이 없는 직장에서 안정되고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농촌을 지키며 한우를 키우는 행복을 더 많은 이들이 누리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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