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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막걸리와 축산, 그리고 환경

  • 등록 2019.01.25 10:33:58


박 규 현 교수(강원대학교)


‘남들은 막걸리를 술이라지만/ 내게는 밥이나 마찬가지다./ 막걸리를 마시면/ 배가 불러지니 말이다.// 막걸리는 술이 아니다./ 옥수수로 만드는 막걸리는/ 영양분이 많다./ 그러니 어찌 술이랴.// 나는 막걸리를 조금씩만/ 마시니 취한다는 걸 모른다./ 그저 배만 든든하고/ 기분만 좋은 것이다.’ 이 시는 천상병 시인의 ‘막걸리’이다. 시인은 평소 막걸리를 좋아해서 그것을 밥이라고도 했다. 식품안전나라(www.foodsafetykorea.go.kr)에 따르면 막걸리 100g은 열량이 56 kcal, 탄수화물 1.8 g, 단백질 1.6 g, 나트륨 0.006 g이 들어있다고 한다. 이동숙(지역별 막걸리의 영양성분 분석, 전남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8)에 따르면 막걸리에는 succinic acid, citric acid 함량이 높았고 oxalic acid, phosporic acid, tartaric acid, lactic acid를 함유하고 있다. 유리당은 sucrose, galactose, lactose가 많고 ribose, mannose, xylose가 있다. 유리아미노산은 총 17종이 검출되었으며 alanine, proline phenylalanine, arginine, glycine이 많이 나왔다. 향미 성분은 70종이 검출되었다. 천상병 시인이 말한 막걸리가 밥과 마찬가지라는 말도 맞는 것 같다.
막걸리를 걸러내면 술지게미(다른 말로는 주박(酒粕), 주자(酒滓), 주정박(酒精粕), 재강, 술비지)가 나온다. 우리들은 술지게미로는 모주나 지게미죽을 만들어 먹고, 장아찌를 담을 수 있고, 욕조나 대야에 넣고 그 물로 마사지를 할 수 있으며, 비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버리는 것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술지게미, 즉 주정박은 사료 원료로도 사용된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축산실용기술모음을 보면 가축에게 주정박을 사용했을 때의 이점에 대한 자료들이 있다. ‘육계 사료에 옥수수 주정박 6~18% 급여효과(2012, 황보종)’을 보면 과거 사료로의 사용이 약 5%로 제한적이었으나 옥수수 주정박의 품질이 개선되어 증체량, 사료섭취량, 사료효율에서 차이가 없이 약 18%까지 배합사료로 이용이 가능하며 이 경우 사료 생산비는 톤당 18천원이 절감되었다고 한다. ‘비육돈사료에 옥수수 주정박 및 맥주박의 급여 효과(2009, 이성대)’에 따르면 육성비육돈 60kg 전후부터 110kg까지 옥수수 주정박 10%에 Mannase 0.07%를 첨가할 때 사료요구율이 3.09에서 2.77로 개선이 되었고 생체 1kg 당 사료비는 56원(4.1%) 감소했다고 한다. 농사로(www.nongsaro.go.kr)의 작목기술정보 중 ‘한우-한우 섬유질배합사료 활용을 위한 부산물의 특성 및 사료 분석 관련’에서는 주정박은 TDN(80%)과 조단백질 함량(27%)이 높고 반추위 미분해 단백질 함량이 높아 반추가축사료로서 배합사료의 25%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듯 막걸리는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인가. 이러한 주정박을 사료로 사용할 때에는 환경적 고려를 해야만 한다. 미시간주립대학(Michigan State University)의 2012년 자료, ‘주정박을 급여하는 농가에 저장된 분뇨의 공기질 영향-황화수소(Air quality impacts from manure stored at animal feeding operations feeding distiller’s grain: hydrogen sulfide)’ 자료에 따르면, 옥수수의 경우 황 성분을 0.07~0.15%를 함유하고 있으나 주정박은 0.4~0.9% 함유하며 이것은 증류과정의 영향, 그리고 황을 포함하는 아미노산이 주정박에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주정박을 많이 급여할 경우 분뇨에 황 성분이 높아지는데 그에 따라 저장된 분뇨에서 황화수소가 높게 배출되게 된다. 미시간주립대학의 실험에서 20%의 주정박을 돼지에게 급여했을 때 축사에서 약 30% 더 많은 황화수소가 배출되었다. 이러한 황화수소는 사람과 가축의 건강에 큰 위협이 된다.
황화수소는 황 성분이 있는 영양소가 공기가 없는 혐기적 환경에서 분해될 때 만들어진다. 즉, 분뇨가 쌓여있거나 액상으로 저장되어 공기의 공급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황화수소가 1 ppm(공기를 구성하는 분자 100만개 중에 1개의 황화수소가 존재) 이하의 농도가 있을 때에도 사람들은 황화수소의 특징인 썩은 달걀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높은 황화수소 농도의 환경에서는 그 냄새를 맡지 못하게 된다. 100 ppm 이상의 경우 건강에 즉각적으로 위협이 되고 500 ppm 농도 이상에 노출되었을 때 급작스럽게 죽을 수 있다. Pit를 사용하는 돈사의 경우를 예를 들면, 황화수소는 pit 안에 장기간 저장된 분뇨에 공기방울의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 농장관리자는 분뇨를 빼낼 때 휘젓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충분한 환기를 하지 않는다면 공기방울로 존재하던 황화수소가 한꺼번에 배출되어 공기 내 황화수소 농도가 200 ppm 이상, 심지어 1,500 ppm 이상 올라가게 되어 치명적인 위험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가축분뇨가 혐기적으로 저장된 장소에서 가축분뇨 처리 작업 중 인명사고가 발생하고 있으니 큰 주의가 필요하다. 황화수소는 공기보다 무겁기 때문에 바닥에 깔리게 된다. 따라서 낮은 곳일수록 더 조심해야 한다. 또한 겨울철에는 환기량이 더 적고 가축분뇨를 더 오랫동안 저장하기 때문에 더더욱 주의해야만 한다.
곧 설이다. 여러 이유로 청주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선조들이 가장 많이 마시고 사랑하던 술이 막걸리였고 그 술을 차례주로 사용했다고 한다. 올 해 설에는 막걸리를 차례 상에 올리고 축산물을 음복하면서 환경을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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