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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착유기 발달사와 착유설비의 현주소

  • 등록 2018.10.10 10:52:59


김 동 균 이사장((전) 상지대 교수 강원도농산어촌미래연구소)


모든 젖빨이 동물의 유즙은 태어난 어린 것을 살리기 위해 어미가 혈액을 변형시켜 만든 영양물질이다. 각종 영양소가 담긴 혈액이 유선상피세포로 들어간 이후의 변화는 실로 놀랍다. 색체부터 경계심을 유발하는 붉은색에서 자유롭고 평안함을 주는 백색으로 변한다. 그 내용물도 곧장 먹기만하면 건강을 유지하면서 신속하게 성장하도록 균형이 잘 잡혀있다. 오죽하면 젖이 부족한 인류에게 ‘젖소는 인류의 유모이다’라는 문구마저 선사했겠는가? 인류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1만1천년 전부터 소의 젖을 식용으로 이용했다. 그러므로 유즙을 외부로 유출하는 일은 1만년 이전부터 있어왔다. 그러나 2세기 전까지는 모두 사람의 손을 이용해 젖을 짰으나 그동안 ‘다른 더 편하고 좋은’ 방법을 찾는 일이 도처에서 진행되었다.
원시형태의 착유기는 Colvin(1865)이 고안한 것이었는데 4개의 젖꼭지 끝에 음압을 만들어내는 장치를 달아서 우유를 짜내는 형태로서 유두관을 삽입한 후 끝 부분에 둥근 사발을 연결시켜 음압을 이용하는 구조였다. 이어서 Baldwin(1878)이 개발한 착유기는 과거 우물물에 쓰던 펌프로 음압을 발생시켜 유방전체를 용기로 감쌌다가 나오는 우유를 받아내는 형태였으며, Mehring(1892)이 처음으로 진공발생장치를 제대로 갖춘 착유기를 만들었으나 동력은 사람의 손이나 발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여기까지가 사람의 근육 힘으로 동물의 젖을 짜려는 시도였다. 그러다가 오늘날 다양하게 발달된 착유기의 프로토타입(원조모델)이 나타났는데 20세기가 열리던 무렵이었다. 호주의 Alexander Gillies(1903)라는 발명가는 이 때 처음으로 진공발생부, 수유부, 맥동부를 갖춘 착유기를 선보였는데 이것의 구조와 기능을 여러 나라가 점진적으로 개량해 매우 정교한 기능을 갖춘 현대적 착유기로 발전시켰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착유기는 약 150년의 역사를 지닌 물건이며, 현대 착유기의 꼴을 갖춘 때는 약 1세기 전의 일이라고 하겠다. 
착유작업은 하루도 멈출 수 없는 낙농업의 중요한 일과일 뿐 아니라 사람의 해야 할 일의 40%를 자치하던 중요한 작업이자 돈을 만드는 마지막 과정이다. 동시에 착유작업은 젖소의 번식 조건이나 질환유무의 감식, 생산능력의 확인을 통한 우군의 개량, 생산반응을 통한 사양방식의 적정성 여부도 판단하는 종합적인 절차이기 때문에 이 분야를 선도하는 세계 주요메이커들은 이러한 요소들을 손쉽게 알려주는 방법을 기계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착유 원리는 동일하지만 해결방식은 매우 다양하고 정교해 처음에는 양동이형 착유기들이 보급되다가 소위 pipeline system이 나오면서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착유하는 집단 착유설비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그 흔적은 오늘날에도 계류식 우사로 쓰던 파이프라인 우사를 착유실의 형태로 변경시켜 사용하고 있는 목장에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70년대 이전까지는 손착유 방식이 주류를 이루면서 낙농 경영주가 목부들의 횡포에 시달리는 일이 많았으며, 목장의 귀중품인 착유기를 망가뜨리고 야반도주한 이야기가 업계에서 회자했다. 일본은 1980년대부터 손 착유방식이 사라졌고, 우리나라도 1990년대에 기계착유가 보편화되었다. 그럼에도 전착유 과정(fore milking, striping)과 침지(dipping)에 소의 유두를 만지는 일은 병행되는 곳이 많다. 분만우 초유관리를 위한 양동이형 착유기도 병행된다.
20세기 후반부터 나타난 전문 착유실(milking parlor)은 착유설비체제의 변혁을 가져왔다. 즉,  사람 대신 소가 이동하는 형태로 착유작업이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각 작업을 정확하고 빈틈없이 그리고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무수한 기술들이 투입되었다. 그 결과 오늘날에는 착유실을 드나드는 소에게 가장 편한 구조를 제공하기 위한 융합기술들이 동원되었고 실내 디자인도 매우 다양하고 쾌적한 형태로 발전했다. 헤링본, 병렬, 로타리라는 이름의 착유설비체제가 나오더니 약 25년전부터 로봇착유기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가격도 만만치 않게 비싸지만 이러한 것들이 제공하는 편의성과 합리적 작업에 의한 생산성의 증가로써 투자비를 보상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목장규모의 대형화 추세에서 낙농을 지속하려면 착유설비의 현대화는 필수적인 과제가 되어버렸다. 
최근(2017년 이후) 소개된 세계적인 착유설비의 기능을 소개하면, 3대의 로봇착유기를 도입한 목장이 250두의 착유우를 2인이 관리하면서 시간당 2.3톤의 우유를 생산해 연간 15억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으며(Lely), 브라질에서 도입한 착유설비는 유두컵부착, 유방자극, 유두세척 및 소독, 건조, 전착유, 본착유 및 착유후 침지작업 등 7단계의 작업이 착유컵속에서 유연하고도 신속하게 진행되는 첨단기능을 갖추었다(GEA). 이 장비의 도입으로 6개월만에 유량이 29kg에서 32kg으로 증가했으며 향후 5개월 내 두당 45kg으로 올리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처음 자동설비에 적응하는 기간으로 다소 시간이 걸렸으리라). 한편, 영국에서는 신속출입 병렬착유실(30두용)의 도입으로 1일 3회 착유를 하면서 임상형 유방염 발생율을 연간 10%로 줄였으며, 체세포수를 14만5천수준으로 유지하는 결과를 얻었다(Dairymaster). 이 설비 사용 1년반만에 두당 연간산유량은 3톤이나 늘었으며, 항생제의 사용을 크게 줄이고 방역치료비가 크게 절감되었다. 마지막으로, 착유스톨 설계방식을 융합해 만든 최신 로타리형 착유실은 스트레스가 없는 환경을 제공하면서 시간당 800두를 착유하는 놀라운 성적을 보였는데, 특기할 점은 착유상(milking stall)의 표면을 정밀한 나일론 롤러를 깔아 부상을 철저히 예방했으며, 지그재그로 설계해 60도의 각도로 위치하도록 고안했다(BouMatic).
착유설비는 낙농에서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목장의 팔자를 크게 바꾸는 핵심이 될 수 있다. 다만 금액이 높아서 엄두를 못내는 것이 문제이고, 잘 만나면 탄탄대로를 가기도 하지만 잘 못 만나면 송사에 시달리면서 목장운영에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착유설비의 도입은, 그것이 처음이거나 갱신이거나를 불문하고 결혼하는 것처럼 조심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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