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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논단>동물복지의 오해와 진실

  • 등록 2018.08.10 13:29:14


전 중 환 농업연구사(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환경과)


TV를 켜면 반려동물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제작된 방송 프로그램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반려동물 관련 문제들이 뉴스의 주요내용으로 다뤄질 정도로 반려동물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한 소비자들은 축산물을 구매할 때 축산물이 생산되는 과정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기도 하며, 가축의 사육환경과 동물복지의 문제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사회적 관심이 커지는 만큼 양질의 정보들이 제공되고 있지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동물복지 관련 많은 자료들이 잘못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 자료들이 반복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사람들로 하여금 동물복지에 대해 편견을 가지게 만들어 지속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축산 현장이나 강의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이 동물복지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오해로 인해 동물복지가 왜곡되거나 외면을 당하는 경우를 목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복지 향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으며, 보다 정확하고 전문화된 정보들의 제공이 요구되고 있다.
  
# 동물복지는 채식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의 행복할 권리(동물권리: animal rights)를 주장하며 채식을 권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동물복지를 따지면서 고기는 왜 먹어?’라며 반문하기도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동물복지가 채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동물권리는 동물의 입장에서 ‘동물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동물복지와는 시각의 차이가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 하는 동물복지(animal welfare)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성이 있는 인간으로서 동물의 고통을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동물복지는 동물과 관련한 산업들을 부정하지도 않고 채식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다만 필요에 의해 동물들을 이용하고 사육하더라도 동물들에게 가해지는 고통을 줄여주자는데 그 목적을 둔다. 즉, 축산분야의 동물복지는 가축의 사육과 축산물 생산에서 발생되는 고통을 줄여주자는 것으로 관리방법이나 사육시설을 개선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캐나다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의 David Fraser 교수 등 세계적인 동물복지 석학들에 의하면 동물복지는 이성을 지닌 인간으로서 마땅히 동물의 고통을 배려해야 하는 것으로 채식주의와는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채식은 신념이나 건강 등의 이유로 개인이 선택하는 것으로 동물복지를 개선하거나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 자체가 동물복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 동물복지 인증을 받으려면 방사사육해야 한다?
동물복지에 대해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방사사육에 관한 것으로 가축이 방사 사육되는 모습을 보면 그것이 동물복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방사사육을 함으로써 가축들에게 더 많은 본능표출의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방사사육을 한다고 동물복지가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가지 사례를 들면, 돼지를 방목장에서 친환경적으로 사육하고 있으며 동물복지 인증을 받고 싶다는 축산농가가 있어 담당기관에서 현장실사를 실시했다. 현장을 실사한 결과, 그 곳은 제대로 된 축사도 마련되어 있지 않아 돼지들이 추위와 더위, 눈, 비 등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태로 사육환경이 매우 열악했다. 결과적으로 이 축산농가는 동물복지 인증을 받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인증기준에 제시되어 있는 세부항목들의 기준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방사사육을 하지 않는 산란계 농장이 동물복지 인증을 받았는데 인증기준의 요건들을 잘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이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영양공급, 사육시설 및 가축관리 등 여러 가지 요건들이 충족될 때 비로소 동물복지 인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단, 동물복지 인증기준에 의하면 돼지를 제외한 나머지 축종에서 실외 방목장 시설의 기준이 설명되어 있는데 이는 필수사항은 아니라 선택사항으로 포함되어 있다.


# 동물복지적인 사육하면 질병발생이 없다?
구제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 전염성 가축질병이 발생되면 어김없이 동물복지 축산을 소개하는 방송이 등장한다. 물론 동물복지 축산의 중요성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동물복지적인 가축사육을 하면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이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으로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01년 영국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영국정부에서는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서는 친환경적으로 가축을 사육해야 하고 가축의 동물복지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로부터 약 9년 후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국가적인 재난을 겪은 이후 영국의 대응방안을 참고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의 도입을 앞당기게 되었다.
이처럼 친환경적이고 동물복지를 고려한 가축사육을 강조하는 이유는 좋지 못한 사육환경과 가축관리가 가축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해 면역능력을 떨어뜨린 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가축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여줌으로써 가축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면역능력을 정상화시킬 수 있고, 면역능력이 정상적으로 작용할 때 질병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복지적인 사육을 통해 가축의 면역력을 정상화해 질병에 대한 대항력을 키울 수는 있으나, 동물복지가 모든 질병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매일같이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보다 명확한 결론을 얻기 위해 나름의 방법으로 필요한 정보들을 가려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들이 걸러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잘못된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동물복지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동물복지에 대해 막연한 거리낌을 갖게 하거나 혹은 지나친 기대감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동물복지에 대한 사실적인 내용들이 제공되고 이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소비자과 생산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동물복지가 발전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