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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미역국 요오드, 그리고 우유

  • 등록 2018.07.04 11:05:16

[축산신문 기자]


윤성식 교수(연세대 생명과학기술학부)


생일에 먹는 특별한 음식이라면 우선 무엇이 생각나는가. 요즘의 생일날은 뭐니 뭐니 해도 케익이다. 눈처럼 흰 유크림으로 덮어씌운 케익에 촛불을 켜고 가족들이 모여서 축하의 노래를 부른다. 마지막으로 입으로 불어서 촛불을 끄는데 이는 신(神)에게 자신의 소원을 전달하는 행위라고 한다. 아내는 매년 생일이 돌아오면 외국에 사는 아들에게 전화를 건다. “미역국은 먹었느냐”는 안부 전화다. 이처럼 한국인에게 미역국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생일날 먹는 별식이고, 산모가 분만 후 제일 먼저 먹는 음식이 바로 미역국이다. 산후 흰쌀밥과 같이 곁들여 먹는 미역국은 첫국밥이라고도 불린다. 도대체 왜 우리는 이처럼 미역국에 집착하면서 살아왔을까. 

그 이유는 미역에 요오드(iodine)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모유 분비에 도움이 되기 때문임이 밝혀졌다. 한반도에는 질 좋은 미역이 풍부하고 이것을 채취해 건조하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역국이 우리의 전통식품이 되었다. FDA에서 펴낸 자료를 보니 미역에는 성인 1회섭취량으로 대략 16∼3천μg의 요오드가 들어있다. 요오드를 공급하는 측면에서 보면 그야말로 미역과 같은 해조류가 으뜸이다. 젖소에 미역분말을 첨가해 먹인 결과 산유량이 대조구에 비해 하루 6.25kg이나 증가했다고 한다. 홀스타인 품종의 젖소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지만 미역에 함유된 요오드의 비유촉진효과를 암시하는 결과다. 

요오드는 검보라색을 띠는 미량원소다. 인체에서는 갑상선호르몬 thyroxine(T4), triodothyronine(T3)의 합성에 사용되는 무기질이다. 이 호르몬은 단백질 합성, 에너지대사, 면역기능, 성장과 신경발달을 돕는 기능이 있으니 산모나 신생아에게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다. 최근에는 아동의 인지기능에 도움이 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도 발표되었다. 주요 급원식품으로는 해조류와 생선, 우유 및 유제품이 소위 3총사다. 요구르트(컵)에는 75μg, 우유에는 56μg으로 대략 하루섭취량(DV)의 37%나 되는 양이 함유되어 있다. 이처럼 유제품에는 생각밖에 요오드가 꽤 많이 들어 있다. 우유의 요오드 함유량은 여름철보다는 겨울에 더 많고 요오드가 함유된 사료의 공급량에 따라서 차이가 심한 편으로 리터당 33∼534μg/L 범위였다. 그러나 요오드의 지나친 공급은 젖소에게 해로울 수 있으니 1일 10mg이 통상 상한선이다. 보스턴 의대 연구팀이 임상내분비대사학회지(journal of clinical endocrinology and metabolism)에 발표한 논문에는 우유 250ml에는 88μg의 요오드가 함유되어 있었다. 일반인의 요오드 하루 권장량은 150μg. 생후 6개월까지 110μg, 9∼13세의 학령기 120μg, 임신부와 수유부는 각각 220μg, 290μg 정도다. 요오드섭취가 부족하면 갑상선기능항진증, 과잉이면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생긴다. 많아도 부족해도 문제가 되는 전형적인 영양소다. 소금에 요오드를 첨가하는 이른바 요오드소금프로그램(salt iodization program)은 풍토병으로 고생하던 세계 여러 나라에서 요오드결핍증을 성공적으로 퇴치했다. 그런데 최근 국내·외에서 성인병의 주범인 고혈압, 심장병을 예방하기 위해 덜 짜게 먹기(low sodium diet)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저염식단은 요오드 결핍을 초래할 위험성 또한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식품에 함유된 유기 요오드는 체내로 흡수되어 90%이상 소변으로 배출된다. 따라서 소변 중 요오드 농도를 측정하면 개인의 섭취상태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임신 후 입덧 등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은 적당한 식품 섭취를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요오드결핍증에 걸릴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높아진다. 미국 NHANES(2001~2006) 자료에 따르면 임신부가 측정 하루 전 유제품을 전혀 섭취하지 않았을 때 소변 중 평균 요오드 농도는 리터당 100μg,으로 유제품 섭취자의 163μg과 큰 차이를 보였다. 알려진 것처럼 요오드가 결핍되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이 생겨 목 주변 조직이 비대해지고 피로감, 허약, 탈모, 체중 증가, 월경불순, 기억력 감퇴 등 여러 가지 임상적 증세가 나타난다.

얼마 전 오는 10월 대전에서 개최되는 낙농세계정상회의(IDF World Dairy Summit) 준비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국제낙농연맹(IDF) 주디스 브라이언스(Judith Bryans) 회장이 방문해 ‘세계우유의날(매년 6월 1일)’ 기념강연을 했다. 영국 King’s College 대학교 영양학 박사인 그녀는 우유의 영양학적 우수성을 중심으로 청소년, 임산부, 노인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우유를 섭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유에는 단백질, 칼슘, 칼륨, 인, 요오드, 리보플라빈(B2), 비타민 B12 등 필수 영양소가 들어있으며, 임산부 건강, 아이의 성장 발달, 영양실조 예방, 청소년 뼈 건강, 근육감소증 예방 등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특히 우유 속 요오드 함량을 강조한 점이 우리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요오드는 갑상선 기능과 에너지 신진대사 기능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로서 특별히 임산부 건강에 중요한 대표 영양소다. 그녀는 “우유와 유제품이 칼슘의 공급원이라고 알고 있지만 요오드의 공급원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요오드는 태아의 성장과 인지기능 발달에 도움을 준다”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해외 유명학술지에는 좀 이색적인 내용이 발표되었다. 한국인이 미역국(seaweed soup)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해 태아나 신생아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 특정하자면 미역국에 요오드가 과잉 함유되기 때문이라는 거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요오드는 분명 필수영양소이지만 미역국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것은 과유불급(過猶不及), 영양소는 너무 많아도, 반대로 부족해도 좋지 않다는 뜻이다. 요오드 섭취를 위해 요구르트를 한 컵 먹으면 갈증에 물 한잔 마시는 격이다. 알고 보니 생일 케익에 유크림을 곁들여 먹으면 빵에 부족한 요오드를 보충할 수 있으니 영양학적으로 볼 때 기막힌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조상들이 발견한 인절미에 콩고물을 묻혀 먹었던 식품궁합처럼 말이다. 번거롭게 미역국 끓이는 대신 간편하게 유제품을 섭취하면 임신·수유부의 건강을 챙길 수 있고 태아, 아동의 인지기능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니 일거양득이다. 유제품에 함유된 요오드의 새로운 기능을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우유는 참 좋은 식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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