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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논단>아리스토텔레스와 동물복지를 이야기하다

  • 등록 2018.06.22 10:28:19


전중환 농업연구사(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10여 년 전, 처음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동물복지에 대해 강의를 할 때였다. 강단에서 강의주제인 동물복지라는 제목이 스크린 화면에 뜨자마자 몇몇 분들은 ‘사람복지도 안 되는데 동물복지가 무슨 얘기야?’라며 웃음을 보이셨다. 그 때 우리나라에서 동물복지를 바라보는 분위기가 그랬다.
지금은 누구나 동물복지라는 단어를 크게 낯설게 느끼지도 않고 대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TV나 신문에서도 동물복지와 관련한 사회적 이슈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며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동물복지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복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가끔 언론을 통해서 접하는 동물보호 단체들의 퍼포먼스들을 보면서 동물복지가 단순 호기심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된다.


동물복지 서적
동물행동학 혹은 동물복지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 동물복지와 관련한 내용을 소개한 최초의 서적은 싱클레어(Upton Sinclair)가 쓴 ‘The Jungle’이라고들 하는데 이 책은 1906년 발간된 소설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이 가축사육장과 정육업에서 일하면서 겪는 부패와 가축처리 등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 이후 1964년 해리슨(Ruth Harrison)이 ‘Animal Machines’를 발간하면서 동물도 고통을 느끼며 가축의 밀사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주 출신의 실천윤리학자이며 프린스턴 대학 교수인 피터 싱어(Peter Singer)는 1973년 ‘Animal Liberation’을 저술했는데 ‘동물도 고통을 느낀다’는 것과 ‘행복추구’라는 공리주의 철학을 결합해 동물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수차례 방문해 강연을 한 바가 있는 피터 싱어는 ‘동물의 고통을 배려하지 않는 것은 종(種) 차별이다.’라고 주장한다.


동물권리와 동물복지
피터 싱어가 주장하는 동물의 행복추구권은 동물권리(Animal Right)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지침이 되고 있다. 이들의 철학적 근간을 이루는 공리주의는 제레미 벤담(Jeremy Bentham)이 중심으로 전개된 사상이며, 이 사상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성을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 물론 존 스튜어트 밀(J. S. Mill)이 ‘쾌락도 질적인 차이가 있음’을 주장하며 벤담의 사상을 일부 수정했지만 공리주의는 고대 그리스의 에피쿠로스학파의 쾌락주의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동물권리는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공리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이성보다는 감수능력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동물도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음’을 주장한다.
반면에 동물복지는 동물권리와는 접근방법에 있어 다소 차이가 있는데 동물복지는 ‘동물이 느끼는 고통에 대한 배려’를 주장한다. 동물복지의 철학적 근원은 스토아학파인데 유물론을 따르며 금욕과 평정을 추구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기초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플라톤의 제자이자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이며, 서구 철학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철학자이다. 그는 윤리학에 있어 이성(理性)에 대해 강조했는데 ‘동물도 감정이 있으나, 이성적이지 못하므로 이성을 지닌 인간이 동물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접근일 수 있으나 또 한 편 인간으로서 동물을 배려하는 매우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철학과 신념
동물복지와 동물권리는 철학적 접근방법에 의해 매우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나, 결국 동물복지와 동물권리의 차이는 철학적 차별성이나 도덕적 우월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신념에 따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마땅히 추구할 동물의 권리’와 ‘이성적 인간으로서의 배려’는 동물 혹은 인간 둘 중 어느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가에 의한 차이이다. 사실 우리가 지금 이야기하는 동물의 감정이나 이성에 대한 개념과 판단기준은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계속해서 변화해 왔으며 앞으로도 변화해 갈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과거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2천400여 년 전과는 사회의 모습도 과학의 개념도 확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많은 사람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통해서 동물복지의 해답을 찾고자 노력한다. 이는 반려동물을 돌보거나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등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들을 통해서 동물에 대한 인간의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가 공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통해서 현대의 동물복지를 이해한다는 것은 2천40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위대한 스승과 대화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