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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논단>자연치즈, 천연치즈, 그리고 일반치즈

  • 등록 2018.03.07 10:59:42


윤 성 식 교수(연세대학교)


외국산 치즈 수입량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7년 통계자료를 찾아보니 치즈류를 수입한 292개 업체가 작년 한 해 동안 수입한 양은 자연치즈 약 12만 톤, 가공치즈 9천여 톤으로 두 개를 합치면 12만8천 톤이나 된다. 대금으로 지불한 돈은 5억4천만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충잡아 6천억 원이나 되니 한국인의 치즈 사랑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유럽이 원조라고 생각하는 치즈는 그 명칭이 국가마다 다르다. 라틴어로 카세우스(caseus), 고대 영어로 체스(chese) 또는 시이스(ciese), 네덜란드어로 카아스(kaas), 독일어로 케제(kase), 프랑스어로 프로마쥬(fromage)라 한다. 아시다시피 치즈는 “유가공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가공기술들의 정수가 녹아있는 유제품이다. 하나의 식품을 가공하는데 발효, 살균, 농축, 가염, 숙성 등 일련의 식품가공 기술을 동원해야 할 정도로 기술적으로 예민한 식품인 까닭이다. 자연치즈는 목장에서 갓 착유한 신선한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여 제조해야 하니 시유 다음으로 많은 국내산 우유가 소비되는 품목이라는 점에서 산업적 가치가 크다. 따라서 자연치즈는 국내 낙농산업을 버텨주는 일종의 버팀목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치즈의 종류는 숙성기간, 조직, 제조방법, 지방함량, 동물의 젖, 기원(origin)인 국가나 지방에 따라서 구분하는데 세상에는 1천여 종이 넘는 각종 치즈제품들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치즈를 만드는 4가지 핵심공정 즉, 우유의 응고(curdling), 유청빼기(whey-off), 가염(salting), 숙성(ripening)을 거쳐 만들어야 제대로 된 자연치즈라 할 것이다. 만약 학자들에게 이 4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을 한 개만 뽑으라 한다면 십중팔구는 응고공정이라 대답할 게다. 두부를 만들 때 바닷물이나 간수를 치듯 치즈를 만들 때도 렌넷(rennet)이라는 응유효소를 넣는데 본래 어린 송아지 제4 위에서 추출한 것을 사용하였지만, 요즈음에는 재조합미생물을 이용하여 생산한 효소가 상업적으로 많이 사용된다. 이 효소는 산성 영역에서 활성이 높아 우유에 약간의 식초를 넣거나 통상적으로 유산균 스타터를 첨가하여 산성화시킨 다음 응고시키는 것이 조직이나 풍미에 도움이 된다.

“무엇이 자연(natural) 또는 천연이고 무엇이 가공(processed)인지 분명하게 규정할 시점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위와 같이 만든 치즈를 자연치즈(natural cheese)로 명명한 것은 일본의 식품 규정을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서 통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이 자연(natural) 또는 천연이고 무엇이 가공(processed)인지 구별할 시점이 되었다. 현재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자연치즈라는 용어는 합당한 용어인가. 어떤 기준으로 “natural”이라는 용어를 치즈류에 붙일 수 있는가. 만약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떤 특징을 가지는 치즈를 자연치즈로 규정할 수 있는가. 미국 식품의약국은 ‘natural’이란 “인공물 또는 합성물(기원과 상관없이 모든 색소 첨가물 포함)이 들어있지 않거나, 외부에서 첨가하지 않거나, 통상적으로 해당 식품에 들어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 식품에 적용한다“라고 정의한다. 한편, 우리나라 식품공전에서 자연치즈는 “원유 또는 유가공품에 유산균, 응유효소, 유기산 등을 가하여 응고시킨 후 유청을 제거하여 제조한 것을 말한다. 또한, 유청 또는 유청에 원유, 유가공품 등을 가한 것을 농축하거나 가열, 응고시켜 제조한 것도 포함한다”로 정의 되어 있다. 사용하는 원료유, 유산균, 응유효소, 유기산 등에 대한 내용이 애매모호하기 짝이 없다. 요즘은 천연식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있으니, 이 욕구와 소비추세를 감안하여 자연치즈는 우유의 응고공정을 기준으로, 일단 동물의 위(胃)에서 유래한 렌넷을 넣어서 만든 것을 자연 또는 천연치즈로 규정하고, 그렇지 아니한 현행 자연치즈는 모조리 일반치즈로 규정하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2017년 국내 목장에서 생산된 우유생산량은 약 205만 톤이다. 그런데 국내 우유소비량은 약 400만 톤을 넘어섰으니 국내산 우유와 거의 맞먹는 외국산 우유가 이 땅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50퍼센트 밑으로 떨어진 우유자급율은 수입 치즈 때문인데, 유제품 소비량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산 우유의 생산을 늘리는 것은 그야말로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국내산 우유가 외국에 비해 2-3배 비싸다 보니 치즈를 만들어 봐야 적자를 면키 어렵고, 가공치즈 생산을 위해 값싼 외국산 자연치즈를 사용하도록 해야 그나마 제품가격을 내릴 수 있다고 하소연한다. 당국은 가공유차등가격제 등 지원책을 확대하고 있지만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니 역부족이다. 정부는 해외에서 냉동자연치즈를 수입하여 국내에서 해동,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을 치즈 제조설비를 갖춘 국내 30여 개 유가공업자로 한정한 바 있다. 이는 국내 유가공업체가 위생 및 안전관리 인력을 보유하였을 뿐만 아니라 비싼 국산 우유를 사용함으로써 어려운 낙농산업을 끌어온 배려도 참작했을 것이다.  
작년 3월부터 국내에 ‘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수입치즈에 민원이 생기고 있다. 우리나라가 먹거리의 대부분을 수입으로 먹고 사는 형편이니 수입식품의 안전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수입식품영업자는 ‘축산물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4천300여 개보다 무려 9배나 많은 3만9천여 업체수가 있다. 이들은 축산물 중에서 특히 자연치즈 소비가 증가하는 현실에 군침을 흘린다. 해외 자연치즈를 냉동치즈의 형태로 수입하여 해동한 다음 국내 시장에서 유통하려면 치즈제조 시설을 갖추어야 하므로 유가공업체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치즈제조 시설을 갖춘 유가공업체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본래 자연치즈는 발효식품이어서 발효균의 생존에 치명적인 냉동이라는 공정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치즈를 냉동하였을 때 발생하는 여러 가지 품질상의 결함들이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에 자연치즈 제조업체는 냉동 자체를 꺼려하고 불필요한 일로 여긴다. 그러나 수입치즈는 보존, 유통기간의 제약 때문에 편의상 냉동을 필요로 하고 당국에서도 이를 감안하여 냉동자연치즈 수입을 예외로 허용한 바 있다. 문제는 치즈류의 수입과 관련된 영업자의 자격이다.
‘축산물위생관리법’ 하에서는 치즈의 생산과 판매는 HACCP가 의무적으로 적용되지만, 이들 수입업자들에게는 의무사항도 아니고 연간 4시간의 위생교육을 받으면 그만이다. 그들은 치즈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나 위생관리인도 없고 그저 보관창고만 마련하면 수입이 허용된다. 냉동치즈는 보관온도만 잘 관리하면 식품위생학적 안전성이 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의 영업활동을 제조시설을 갖춘 유가공업자로 제한하는 것은 무역장벽이라는 거다.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의 입맛을 길들이고 있는 자연치즈를 냉동상태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정부에 이런저런 민원들이 올라오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들은 저렴하고 품질 좋은 외국산 냉동 자연치즈를 수입하여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올바른 정책이 아니냐고 항변한다. 그들의 주장이 그럴싸하게 들리니 낙농업에 문외한 일부 식품학자들도 위생에 문제가 없다는 등 부화뇌동하는 형국이다.
치즈문제가 어디 식품위생만으로 끝나는 사안이던가. 최근 우유소비 감소, 분뇨처리, 불법축사 등 그렇지 심란한 국내 낙농산업에 드리운 시름이 깊어만 가는데 치즈시장마저 값싼 수입유제품으로 도배질할 참인가. 소한 추위에 애써 키워낸 국내산 자연치즈 새싹마저 꺾일까봐 염려되어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