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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윤리적 축산물의 소비를 위하여

  • 등록 2017.11.08 11:10:14


이무하  명예교수(서울대학교)


식육소비는 개인의 부유함, 성별, 나이, 종교, 비만도, 총열량섭취 등 사회경제적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식육 소비가 양적으로 세계에서 14위(2014년)이다. 일본을 앞지른 지 오래다. 일본의 소비가 정체된 이유는 자신들도 모른다. 우린 연간 소비증가율도 아시아 지역에서는 상위에 속한다. 고기 종류별로는 백육보다는 적육 소비가 많다. 국민들이 정신없이 고기를 소비를 하다 보니 낭비도 많고 증가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내 생산량 증가와 수입의 증가가 동시에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른 국내 축산의 증가는 여러 가지 환경문제를 야기하고 수입증가는 지구적 탄소 발자국 문제를 유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전 세계적인 중산층 비율의 증가와 도시화 및 산업화 추세에 힘입어 야기된 축산물의 수요증가는 식품 공급 사슬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여 21세기의 축산물 생산과 유통에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구 공동체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들 중의 하나는 8억명(2015년)에 이르는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의 숫자다. 이런 상황에서 FAO에 의하면 전 세계의 식품 생산량의 1/3이 소비자의 손에 닿기 전에 사라진다. 인간의 기본 권리인 식품의 획득(access)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윤리적 차원에서 우리는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손실문제에 관심을 환기시켜야한다. 우리 모두는 식품 공급 사슬을 통해서 손실에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로 자신을 인식해야하고 효과적인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기아뿐만 아니라 식품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도 변화가 와야 한다. 식품은 사람을 먹이기 위해 생산한다. 따라서 우리는 식품을 생태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고소득 국가들이 식품과 에너지 낭비 태도를 바꿔야 한다.
소매상인이나 소비자들의 행태는 마음에 안 든다던지 판매기일이 지났다는 등의 이유로 멀쩡한 식품을 폐기한다. 또한 유통 산업계는 소비자들이 더 많은 식품을 구입하도록 유인하여 결국 가정에서 소비하지 못하고 버리게 만드는 관행도 문제이다. 개도국에서는 대부분의 손실이 공급사슬 하부에서 일어난다. 불충분한 도로 기반시설, 저장창고, 냉장시설, 운반 등으로 인해 식품은 소비자에게 전혀 공급되지 못하고 폐기된다. 이러한 식품 손실은 생산, 가공 및 운반을 위해 투입된 자원의 손실로 연결된다. 이것은 다시 대량의 농약, 비료, 연료, 토지, 수자원 등이 모두 손실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것들은 지구 환경변화에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폐기된 식품이 매립되는 경우, 탄산가스보다 20배 유해한 온실가스인 메탄가스를 발생시킨다.
현대의 대량생산은 식품 생산을 위한 자원의 집약화를 야기하고 물과 에너지를 생산과 분배에 대거 투입해야 하는 문제를 결과해 전 세계적으로 물부족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지구 기후 변화는 지역에 따라 물 공급에 큰 어려움을 제공하고 있고 농업 생산에 필요한 다량의 에너지 공급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자연을 존중함이 없는 대량생산과 대량 소비의 문화는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훼손시켜 우리 자신과 후손들에게 크나큰 죄를 범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식품의 가치는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생존과 관련한 영양적 측면이 중요하지만 그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야기되는 자연훼손이라는 부작용 때문에 지구 환경 보호의 더 높은 차원의 가치가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자연축산, 유기생산 축산, 소규모 농업, 지역 농산물 시장 등을 지원함과 아울러 낭비적 소비관행을 중지함으로써 지역 환경과 지구환경을 살리려는 노력은 축산물 소비의 윤리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국내 식품 소비 상황은 소득의 향상과 자유무역으로 식품의 양적 확보와 다양한 식품에 대한 접근성은 개선되었으나 영양적으로 균형 있는 식생활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음식점에서 축산물 소비행태를 보면 우선 고기로 배를 채우고 나서 나중에 식사를 한다. 이와 같은 풍요로운 식생활은 열량 섭취 과다에 의한 비만과 서구형 식사패턴의 고지방식으로 인한 대사성 질환 및 심혈관 질환의 급증으로 연계되어진다. 반면에 한쪽에서는 영양섭취가 부족한 국민들도 존재한다. 따라서 국민건강과 식량정책을 연계시킬 필요가 대두된다. 국민 건강증진정책 수립 시 영양정책 및 식량생산 정책과의 연계가 국가적으로 고려해 볼 시기가 되었다. 
현재 상태를 보면 지구의 한쪽에서는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식품 소비를 줄이려고 국가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반면에 지구의 다른 한 편에서는 굶어죽거나 영양부족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FAO(2016)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고생하는 숫자는 21억 명으로 전 지구 인구의 약 30%에 이르고 있다.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보다 과체중 인구가 더 많다는 불균형한 사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식품 윤리적 태도일 것이다. 아울러 국내에서는 연간 버려지는 음식물은 2010년 기준 금액으로 20조원(환경부, 2013)으로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만 연간 8천억 원이 소요된다. 음식물 소비량의 약 1/7이 쓰레기로 버려지며 가정과 소형 음식점에서 가장 많이 버려진다. 축산물은 생산하는 데에 다른 식품에 비해 에너지와 물이 더 많이 소요된다.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많이 먹고 많이 버리는 부의 과시 형태의 식생활을 할 것이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고 굶주린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윤리적이고 지혜로운 축산물 소비생활을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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