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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

<기자수첩> 비락 낙농가의 깊은 상실감

[축산신문 이동일 기자]

 

양치기 소년은 거짓말 몇 번 때문에 늑대에게 잡아먹혔다. 심심해서 시작한 거짓말은 반복되고 소년은 거짓말에 대해 거부감이 없어졌다. 거짓말 몇 번의 결과로는 너무 비극적인 측면이 없지 않지만 그만큼 이 우화는 우리에게 거짓말의 위험성과 신뢰의 중요성을 강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반복적으로 거짓을 하게 되면 결국 신뢰를 잃게 된다. 소년이 목숨을 잃게 된 것은 수차례의 거짓말로 바로 그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비락농가들의 하소연은 바로 이런 신뢰의 문제였다.
두 차례에 걸쳐 깎은 쿼터가 자그마치 13%다.
수치상으로 단순하게 13%에 불과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13%가 농가에게는 아이를 공부시켜야할 등록금이고, 부모님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병원비고, 가족들을 지키기 위한 소중한 생활비다.
농가들은 쿼터 일부의 회복을 요구했다. 당초 한시적인 쿼터 삭감이라는 회사의 이야기를 믿었기 때문이다. 8%, 5% 거듭해 쿼터를 삭감하면서 회사가 했던 말은 1년 후 회복한다는 것이었다.
회사의 어려움이 곧 농가의 어려움이라는 생각에 어렵지만 쿼터 삭감에 동의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회사의 약속은 공허한 소리로 남았다.
비락 낙농가들이 무엇보다 속상한 것은 거듭된 약속 불이행에 더 이상 회사를 믿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유업체와 낙농가는 운명 공동체인데 신뢰가 무너졌으니 그 상실감이 오죽할까.
한 농가는 “솔직하게 회사가 어려운 상황을 툭 터놓고 이야기 했으면 이렇게 화가 나지는 않을 것 같다. 말로만 어렵다고 반복하는 소리에 이젠 질려버렸다”고 말했다.
신뢰가 기반이 됐다면 이런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믿을 수 없으니 근거를 요구하고, 진실하지 못했으니 감춰야 할 것이 많아지고, 더욱 불신은 깊어지고….
비락에서 농가의 의견을 받아들여 쿼터를 일부 회복할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 하지만 쿼터 회복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간 신뢰를 회복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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