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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낙성대에서>농협 개혁이란 ‘혁명’에 대하여

 

이 상 호 본지 발행인

 

농협 개혁 200년 공들인 일
2년만에 무너뜨리는 격
경고의 목소리 귀 기울여
새판 생각하는 용기 가질 때

 

개혁은 제도나 기구를 새롭게 뜯어 고치는 것이지만 혁명은 비합법적 방식으로 탈취하는 권력교체의 형식을 의미한다. 이렇게 보면 두 단어는 차원이 다른 뜻을 가지지만 둘 다 새로운 것을 세우고 새롭게 뜯어 고친다는 점에서 동의어로 쓰일 때도 있다. 통일벼 개발 보급을 통해 주곡자급을 이뤄낸 역사적 사실을 농업혁명 내지는 녹색혁명으로 칭하는 것이 그 예다. 이런 맥락에서 50여년 유지해온 조직을 지주회사체제로 바꾼 농협 개혁은 그 파격으로 인해 혁명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
그렇다면 농협 개혁, 아니 ‘농협 혁명’은 어떤 혁명일까? 프랑스의 상징파 시인 발레리는 “혁명은 200일 동안 할 일을 두 달 만에 해치우기도 하지만, 200년 동안 공들인 일을 2년 만에 무너뜨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혁명의 양면성을 이처럼 명쾌하게 설명한 말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 혜안이 놀랍기만 하다.
농협 창립을 5·16이 있었던 1961년으로 치면 농협의 역사는 반세기를 훌쩍 넘는다. 반세기 넘게 협동조합간판을 달고 경제, 지도, 신용사업을 하던 농협을 금융지주회사와 경제지주회사로 순식간에 바꿔놓았으니 발레리의 말처럼 ‘200일 동안 할 일을 두 달 만에 해치운’ 셈인데 문제는 200년 동안 공들인 일을 2년 만에 무너뜨린 게 아닐까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이 과연 지난 반세기 동안 ‘공들여 만들어진 조직’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의심은 농협 개혁이 개악으로 비쳐지는 데 기인한다는 점에서 ‘혁명’을 이끈 정부와 농협수뇌부는 성찰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농협은 2012년 3월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를 출범시켰다. 이 때 금융지주는 모든 금융자회사를 흡수해 완성(完成)조직이 됐고 반면 경제지주는 모두 3단계에 걸쳐 2017년이면 완성조직이 된다.
그런데 갈수록 지주체제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농협의 장래를 걱정하는 협동조합관계자들 중엔 금융지주는 이제 농협을 떠날 일만 남았다고 말한다. 금융지주가 덩치를 불리기 위해 인수합병에 나서고 상장하는 시점이 분수령이라는 것이다. 규모에 관계없이 외부자본(해외포함)이 유입되는 순간 농협의 생명줄인 브랜드사용료는 물건너 간다는 게 이들의 걱정이다. 요즘 회원조합들은 100% 농협보험을 판매하고 있음에도 분리되기 전보다 취급수수료는 오히려 줄었다고 아우성이다. 분리되기 전보다 보험회사의 인력이 4배 이상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제지주는 어떨까. 협동조합전문가와 회원조합 관계자들은 경제지주가 완성조직이 되는 2017년 이후엔 산하 자회사들이 정체성이 불분명한 조직으로 바뀔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익을 극대화해야 할 자회사들이 기업논리에만 충실해 회원조합의 영역을 침범하며 피나는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혁명에 견줄 만한 농협개혁이 과연 누구를, 그리고 무엇을 위한 개혁인가라는 의문을 남기고 있다. 이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개혁의 방향이 틀렸다고 말한다. 그러나 농협은 입이 있어도 정부 눈치를 보느라 말을 못하고 ―금융부문은 다르겠지만― 정부만 옳다고 강변하는 현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 개혁의 큰 줄기를 부문별 연합회형태로 틀고 여기에 기업적 요소를 가미했어야 했지만 정부가 이를 외면했고 당사자인 농협도 방향성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된 만큼 개혁주체인 정부와 농협이 경제부문만이라도 재검토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농협을 둘러싼 제반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농협 개혁이 200년 동안 공들인 일을 단 2년 만에 무너뜨리는 혁명이 될 거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정말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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