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전 직원 20‧30대 내국인…ICT기술 활용성 극대
“돼지가 편한농장” 자리매김…PSY 34두 현실화
# 사회적 요구 적극 반영
‘착한소비’, ‘가치소비’에 대한 소비 트렌드와 함께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농장 가축을 포함한 동물복지를 헌법에 명시하는 나라들까지 속속 출현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축산업계로서는 여전히 접근이 쉽지 않다.
진정한 동물복지 기준에 대한 논란은 나중 문제다. 현실적으로 추가적인 생산비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이를 수용해 줄 시장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축산식품기업을 표방해온 선진(총괄대표 이범권)이 이러한 동물복지 축산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그것도 최소 수준의 동물복지 축산이 아니다. 오로지 동물의 신체적, 정신적 안녕에 초점을 맞춘 ‘동물복지 인증 농장’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고객만족과 생산성에서 글로벌 리더’라는 비전 달성이 동물복지 분야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는 판단이 그 배경이 됐다.
# 12개 협력농장 동참
경기도 이천의 ‘오름율면농장’은 선진의 동물복지 축산을 주도하고 있는 핵심기지다.
모돈 920두 규모의 번식농장인 오름율면농장은 지난 2014년 제일종축에 이후 10년만인 지난해 4월 선진의 두 번째 동물복지 인증농장이 됐다.
지금까지 국내 양돈장 가운데 0.3%인 27개소에만 동물복지농장의 자격이 주어졌다. 그만큼 시도하는 농장도 드물고, 인증 과정도 까다롭다는 의미다.
오름율면농장 역시 3개월의 선행관리와 서류 확보 등 인증 준비에만 1년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다.
이에따라 선진은 2개의 직영 번식농장과 함께 비육을 담당하는 12개소의 협력농장을 통해 동물복지 인증 돼지고기 생산을 위한 계열화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
국내 동물복지 인증 양돈장 가운데 50% 이상이 선진과 함께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농장 단계 인증만으로 그 생산물이 동물복지 제품으로 인정을 받을 수는 없다. 생축 이동을 위한 차량과 도축장까지도 동물복지 인증을 받아야 하는 만큼 생산비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 최신 ICT기술 대거 투입
선진은 그러나 디지털 중심의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동물복지 축산에서도 글로벌 원가 경쟁력 확보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의지가 반영된 오름율면농장에 최첨단 ICT 기술과 시설이 대거 투입됐음은 물론이다.
우선 RFID칩을 이용한 개체 관리를 뒷받침하는 ESF 모돈자동사료급이시스템과 상시 모니터링 및 원격조정이 가능한 환기시스템의 적용은 기본이다.
분만사에는 스톨을 기준으로 각 개체를 식별, 사료량과 횟수 등을 제어하고 기록하는 전자식 급이기 ‘오름모돈급이기’도 투입됐다. 선진이 자회사인 ㈜애그리로보텍과 공동개발한 이 제품은 모돈의 생리적 특성에 따른 사료 공급이 가능토록 ‘사료급이 곡선(LP5)’까지 적용, 모돈의 포유량 증진은 물론 포유기간 동안 체중 유지 및 지방 손실을 최소화 하고 있다.
자동 액상급이시스템이 적용된 자돈사 역시 사료 섭취량의 상시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다.
오름율면농장은 이러한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돼지 관련 모든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 피드백이 이뤄지는 ‘디지털 스마트팜’으로 자리매김 해가며 글로벌 원가 경쟁력 확보라는 선진의 목표도 한발자국 더 가까이 갈수 있게 됐다.
오름율면농장 근무자 9명 모두를 ICT 기술과 데이터 활용이 상대적으로 친숙한 20~30대 내국인 직원으로 배치한 회사측의 ‘포석’ 도 생각 보다 빨리 디지털 축산이 정착될 수 있었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오름율면농장은 지난해 평균 생존 산자수 15두, PSY 32두라는 결실을 일궈 냈다.PSY 30두인 당초 목표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 시설부터 사양관리 모든게 달라야
물론 동물복지농장 인증 기준에 부합되는 시설 확보는 물론 사양관리 까지도 지금의 수준에 오르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당장 모돈들의 빈번한 다툼속에서 뒤쳐지는 개체에 대해 즉각적인 격리와 치료, 회복을 위한 근무자들의 세심한 점검과 관리가 필수적인 반면 동물복지 기준에 의해 관리 방법에 제한이 많다보니 혼란이 적지 않았다.
오름율면농장의 김기선 팀장은 “가두고, 풀어놓기를 반복하다 보면 모돈이 받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임신돈사에서 이뤄지는 사료급이 훈련도 쉽지 않은게 사실”이라며 “군사 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근
무자의 개체관리 방법 뿐 만 아니라 환기부터 사료급이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모든 게 달라져야 한다. 당연히 어려움이 많을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분만틀 사이즈가 넓은 만큼 모돈의 제어가 힘들 뿐 만 아니라 사료를 섭취하지 않거나 자돈 압사를 방지하기 위해 일으켜 세우는 과정에서 모돈에게 물리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표가 아닌 RFID칩을 이용하다 보니 일일이 리더기를 찍으며 개체를 확인하는 작업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할 정도였다.
김기선 팀장은 “지금은 조사료 급여를 통해 연변 방지와 함께 투쟁의 관심을 돌리고 포만감을 제공하며 모돈의 스트레스도 최소화 하는 등 많은 경험을 축적한 상태”라며 “무엇보다 돼지가 편해 보인다는게 처음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 후속 인증농장 표본 모델로
하지만 오름율면농장은 여유를 가질 틈도 없이 새로운 목표를 향하고 있다. PSY 34두 달성이 우선 목적지다.
선진 강용구 팀장은 “신축이 아닌 리모델링이 이뤄지면서 더 많은 초기 투자비용이 투입됐다.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를 더 낮춰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라며 “돼지 본연의 능력을 극대화 하기 위해 산자수 증가에 대비한 대용유 급이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결실은 비단 오름율면농장 한곳에 국한되지 않을 전망이다.
선진은 설성농장과 유전자원 등 2개 직영 농장에 대해서도 동물복지 농장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오름율면농장이 이들 농장의 표본모델로서 역할까지 짊어지게 된 것이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오름율면농장에서 생산된 다양한 데이터는 오는 2030년부터 국내 모든 양돈장에 의무화 되는 동물복지 규정에 선진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오름농장이 미래를 이끌어 갈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써 동물복지 축산에 대한 선진의 잠재력을 엿볼수 있는 가늠쇄가 되고 있는 이유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