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남양유업의 집유조합 대상 원유계약 물량 30% 감축이 가시화되면서 낙농업계 전반에 극도의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대전충남우유농협, 천안공주낙농농협, 아산축협, 예산축협 등 충남권 4개 집유조합은 최근 남양유업으로부터 내년부터 계약물량을 30% 감축해줄 것을 요구하는 ‘조합원유 공급계약량 감축협조 요청의 건’ 공문을 전달받았다.
장기적인 적자 누적과 과다한 원유 잉여 및 소비감소로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됨에 따라 집유조합에 감축 협조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르면 2024년 1~9월 집유량은 하루 642톤이었으나, 사용량은 497톤에 불과해 잉여율이 22.6%에 달해 내년부터 최소 70톤의 감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의 원유감축 움직임은 올해 초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가 새로운 사주가 되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인수업체의 가치를 단기간에 높인 후 되팔아 수익을 창출하는 사모펀드가 새 주인이 된 이상 저출산, 소비불황 등으로 위축된 우유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일이라는 것.
축협 관계자는 “낙농가들과 유업체는 산업공동체라는 인식 아래 서로 양보해가며 계약물량을 협상해 왔지만, 남양유업의 새 주인이 된 한앤코는 낙농산업의 특수한 구조를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집유조합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말도 안 되는 물량 감축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라며 “남양유업은 오너 리스크로 인해 적자경영이 심화되고 회사가 사모펀드로 넘어갔다. 그 사이 납유 농가들은 물량 감축도 감수하며 고통을 함께 분담해왔는데 이제 와서 경영상 어려움의 책임을 낙농가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처럼 계약물량 감축 요청은 올 여름부터 집유조합을 비롯한 직송 농가에게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이에 집유조합들은 남양유업과 협상을 이어가는 동시에 농림축산식품부, 낙농진흥회 등에 협조를 구하며 해결책 모색에 나섰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고, 이러한 가운데 또 다시 남양유업으로부터 일방적인 최후통첩을 받은 집유조합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연말까지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4개 집유조합에 속한 농가 254곳은 울며 겨자 먹기로 원유생산량을 30% 줄여야 하는데, 낙농 특성상 저장성이 없는 우유는 유통기한이 짧고 생산량을 농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도 없다. 설사 줄인다하더라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수 밖에 없는데다 그렇다고 당장에 다른 납유처를 찾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미 생산비 폭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농가들에게 사실상 폐업을 하란 말 밖에 안 된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 때문에 집유조합들은 농식품부에 요청해 낙농진흥회로 원유를 납유할 수 있는 방안을 협의해왔지만 이마저도 예산, 형평성 문제 등이 얽혀 실질적인 해결책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만약 남양유업의 대안 없는 계약물량 감축이 현실화된다면 이 같은 움직임이 유업체 전반으로 번져 생산기반 붕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실제 매일유업에서도 내부적으로 원유감축 의견이 제시됐으며, 타 유업체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이번 사태를 선례로 남기지 않기 위한 당국의 적극적인 중재가 시급한 상황이다.
2025년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충남권 4개 집유조합들은 대정부·국회 건의 활동에 박차를 가하는 등 생존권 사수를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산축협 천해수 조합장은 “남양유업의 상황도 십분 이해하지만 대화를 통해 순차적으로 단계를 밟아가야지 한 번에 계약물량 30%를 일방적으로 감축하라고 통보하는 것은 농가들 보고 낙농을 그만두란 얘기와 같다. 조합 차원에서 대응을 하곤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최근엔 충남도지사와 만나 도에서 구제방안 마련에 힘써달라고 요청했고, 농식품부와 낙농진흥회에도 도움을 계속 구하고 있으나 시간은 흘러만 가고 있는데 답보상태가 계속되고 있어 답답한 심정이다. 농식품부는 낙농산업 중장기 발전대책을 발표하면서 원유생산량을 200만톤, 자급률을 48%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는데, 이럴 때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무슨 수로 목표를 실현하겠는가. 주무 부처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농식품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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