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전우중 기자]
국내 토종벌 산업은 비교적 양봉산업에 비해 여러 면에서 취약한 게 현실이다. 그만큼 산업 기반이 열악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토종벌 사육 농가는 양봉과는 달리 여러 봉산물중 벌꿀 생산 이외는 별다른 소득을 창출할 수 없는 구조다. 그래서 그런지 대부분 토종벌 사육 농가는 전업이 아닌 취미 또는 다른 농업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소득원이 없으면 그만큼 생계가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러한 와중에 특히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토종벌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열정 하나로 우수 한 품종의 토종벌을 육종하여 토종벌 사육 농가에 공급하는 젊은 한봉 농가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그는 다름 아닌 한국한봉협회 충남도지회 금산지부장을 수행하고 있는 ‘하늘선물토종벌’ 신동훈 대표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신 대표를 통해 국내 한봉업계에 놓인 여러 현안과 한봉산업 발전 방향을 들어 보았다.
신동훈 하늘선물토종벌 대표가 오늘날 있기까지는 꿀벌에 대한 애착과 남다른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신 대표는 충남 금산군 일원에서 토종벌인 한라벌만 육종하여 보급하는 육종 전문 농가다.
벌이 좋아 어릴적부터 양봉인 꿈꿔
신 대표는 어릴 적부터 남다르게 벌을 좋아해 동네에서 취미 양봉을 하는 어르신 댁에 항상 놀러 다니면서 ‘언젠가는 나도 벌을 키워야지’ 하던 호기심과 관심이 오늘날 양봉업을 직업으로 택한 이유다.
신 대표는 지난 2010년 무렵에 서양벌(양봉) 2통을 취미로 양봉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는데 벌에 푹빠져들다 보니 몇 년 사이에 사육 군수가 200통에 달할 정도로 사육 군수가 늘어나 전업농으로 전환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 2014년경 토종벌에 낭충봉아부패병이란 바이러스 전염병에 의해 토종벌이 몰살 직전이란 말을 듣고 내가 한번 뛰어들어 이 위기를 극복해 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양봉에서 토종벌(한봉)로 전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몇 년 사이에 벌통은 1천500통에 달할 정도로 많이 늘어났고 현재는 400~500통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신 대표가 오늘날 토종벌(재래종) 육종을 하게 된동기로는 지난 2010년 토종벌에 발생한 낭충봉아부패병으로 전국에 사육 중인 토종벌 97%가 폐사하는 등 한봉산업이 큰 위기를 겪었다.
낭충봉아부패병의 주요 증상으로는 꿀벌의 유충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감염 초기에는 백색에서 회황색을 띠고 병세가 진행됨에 따라 머리부터 갈색 또는 회갈색으로 변하며, 마지막으로 암갈색으로 변해 차차 건조, 폐사까지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낭충봉아부패병 치료 새전기 맞아
다만 최근에 농림축산검역본부와 민간 기업이 협업을 통해 낭충봉아부패병 유전자치료제 개발이 완료되어 내년부터는 시판될 계획으로 한봉 농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신 대표는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이 없던 토종벌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감염되면서 거의 멸종하다시피 초토화되어 토종벌 사육 농가들이 큰 피해를 본 바가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토종벌 복원을 위해 미약하나마 힘을 보태기로 마음먹고 토종벌 육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토종벌 육종이 말처럼 쉬운 일이 절대 아니었다는 신 대표는 “때로는 이 일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정말 많았다. 한때는 수백 통씩 증식을 시켜 놓아도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순간, 모든벌은 소각처리를 해야만 했다”며 “하루아침에 그동안 고생했던 것들이 물거품이 되면서 큰 좌절감도 수없이 맛 보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버티고 또 버티면서 토종벌 육종을 계속해서 사육했고, 그러던 중 농진청에서 개발한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 벌인 한라벌이 개발되어 한라벌 증식 사업자로서 충청남도 대표 농가로 선정되어 현재까지 낭충봉아부패병 저항성 벌인 한라벌을 선발 육종하여 농가 보급으로 마중물 역할을 다하고 있다.
또한 신 대표는 “낭충봉아부패병은 쉽게 말하자면 코로나19를 생각하면 된다. 코로나19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지만, 집단적 내성이 생긴 지금은 코로나에 걸려도 대부분 감기처럼 지나가는 것처럼 우리 토종벌들에게 전염되었던 낭충봉아부패병도 저항성 한라벌을 지속해서 공급함으로써 전국적으로 집단적 저항성이 형성되어 있다”며 “현재 100% 완벽하지는 않지만, 벌을 사육함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을 정도로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특히 “꿀벌 육종의 완성은 결국 농가”라고 항상 강조한다는 신 대표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내가 사육하는 벌을 유심히 관찰하고, 질병 저항성이 좋은 계통을 모계로 선택하고, 우수 유전자를 가진 수벌을 양성해서 내 봉장의 저항성 유전자 풀을 계속해서 증가시키고 또는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종벌, 질병 내성 강해 키우기 수월
그는 이어 “위 사항을 유념한다면 토종벌 사육은 대체로 양봉에 비해 수월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토종벌은 질병 저항성이 매우 탁월하기에 그렇다”며 “특히 토종벌이 낭충봉아부패병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이 없는 상태에서 동남아시아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되면서 괴멸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토종벌은 키우기가 어렵다고 인식하지만, 그 외의 거의 모든 세균성, 바이러스성, 기생충(응애·진드기)등의 양봉 질병으로부터 내성이 있기에 약을 쓸 필요도 없어 관리하기가 쉽다”며 토종벌 사육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예전에 하던 토종벌의 방치 사육 방식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신 대표는 “가령 토종벌의 습성을 정확히 알고 벌에 사육자가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육자의 계획하에 벌을 사육함으로써 하나의 가축으로 인식하고 꿀이라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높아진 니즈를 충족시키는 것이 현대의 토종벌을 키우는 양봉인들이 직시해야 할 부분”이라고 특별히 강조했다.
지금도 수많은 지역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낭충봉아부패병이 지속해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토종벌의 낭충봉아부패병을 경험해 보지 않고는 그 두려움을 알지 못할 것이라는 신 대표는 “앞서 언급했듯이 토종벌은 양봉에 비해 유해 요인으로부터 내성이 많기에 수월한 면이 많지만 언제 또다시 낭충봉아부패병처럼 무서운 질병이 발병할지 모르는 일”이라며 “현재 토종벌뿐만 아니라 서양종과 동양종을 아우르는 위기 요인으로 달라지는 기후 변화라고 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기후 변화는 꿀벌의 생태계뿐만 아니라 동·식물에도 영향을 미치며 더 나아가 농작물 생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신 대표는 “응애·진드기 같은 기생충과 등검은말벌과 같은 외래 천적들의 창궐이 벌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부적합하게 만들어지는 요인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양한 품종 개발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토종벌은 우리 고유의 종이지만 그 안에서 우수한 형질을 선발하고 육종하여 다양한 토종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그것이야말로 토종벌 산업을 육성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신 대표는 “저 또한 토종벌을 사육하는 한 사람의 양봉인으로서 토종벌 산업에 보탬이 될수 있도록 제가 아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토종벌 농가들의 교육과 선도에 앞장서고 우수한 토종벌을 지속해서 생산·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한 “멸종위기의 보호종으로 지정된 야생동물인 오소리가 봉장에 출몰하는 일이 최근 들어 급격히 늘고 있어 꿀벌을 사육하는 농가들의 피해가 줄을 잇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함께 피해 농가에 대해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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