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육가공 • K-삼겹살로 시장 확대 추진
멧돼지 ASF 정책 ‘물리적 대응’ 경고
손세희 대한한돈협회장이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축산계열화사업 발전대책 5개년 계획’ 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그 법률적 근거가 되고 있는 축산계열화법 자체부터 양돈산업에 적합지 않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손세희 회장은 지난 7월 2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축산전문지 기자 초청 간담회를 갖고 양돈산업 정책을 포함한 현안 전반에 걸쳐 입장을 밝히고 향후 대응방안을 설명했다.
농가 소득보장 대책 ‘핵심’
손세희 회장은 정부가 마련한 축산법 개정안에 대해 일단 축산단체들이 요구하는 내용 가운데 상당부분이 포함돼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해도 국회를 통한 한돈법 제정을 포기할 수 없음을 거듭 확인했다. 제정 60년이 된 축산법으로는 시대적 변화와 달라진 환경을 모두 담아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그 배경이 됐다. 따라서 어느 한 방향만 고집하기 보다, ‘투트랙 전략’으로 접근, 보다 한돈산업 발전에 도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제22대 국회에서 의원입법을 통해 한돈법 제정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그 중에서도 농가의 소득안정과 생존권을 핵심 요건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여야 불문 국회 활동 강화
손세희 회장은 여야를 불문하고 제22대 국회와도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농해수위 위원장은 물론 여야 간사와도 만나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협회 각 지부 차원에서도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폭넓은 소통과 이해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다만 축산업의 생존을 위한 현안을 ‘정쟁’ 의 대상으로 끌어들여서는 안된다며 정치권을 겨냥하기도 했다.
조례, 무차별 규제 사례 모니터링
손세희 회장은 한돈산업의 미래를 위해 정책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축사시설 현대화사업이나 스마트팜 사업까지 지방조례에 의해 발목이 잡히고 있는 현실에 강한 유감을 표출했다. 현행 법률과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까지 넘어서는 지방조례도 상당수 임을 지적했다. 이에따라 협회 차원의 대응을 위해 그 사례를 모니터링 중이라고 설명했다.
동물복지-물가정책 ‘충돌’
손세희 회장은 우선 오는 2027년 시행예정인 ‘개 식용금지 조치’ 에 주목했다. 해당 이슈가 농장 동물에 대한 복지 이슈로 옮겨올 가능성에 강한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손 회장은 기본적으로 산업동물과 반려동물의 복지에는 큰 차이가 있는 만큼 그 기준도 달라야 함을 정부와 국민들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에 대해서는 현실에 대한 자각을 주문했다.
정부가 축산정책 마저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막대한 시설 투자 비용과 함께 생산비 상승이 불가피,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올 수 동물복지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이율배반’ 이라고 지적했다.
손세희 회장은 유럽에서도 실패한 정책을 강요하기 보다, 소비자가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면서도 ‘산업’에 적합한 동물복지 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축산단체 공동으로 올바른 여론 형성을 위한 활동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양한 한돈 소비처 개발 ‘돌파구’
손세희 회장은 1인당 한돈소비량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분석과 관련, 지난 7월23일 바이에른 식육학교와 ‘한돈육가공품 교육사업 협약’을 체결한 사례를 들며 베이커리, 와인 & 델리, 즉석 육가공품 등 다양한 식품산업에서 한돈의 활용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류를 활용한 ‘K-삼겹살 문화’ 전파 방안도 밝혔다. 해외시장 개척은 물론 돼지고기 수출국이 지금과 같은 가격에 삼겹살 부위를 우리나라에 보낼 수 없는 여건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오는 10월1일 한돈데이에는 MZ 세대들의 ‘핫플레이스’ 인 서울 성수동에 ‘한돈 팝업스토어’ 를 설치 운영하는 등 마케팅도 시대 변화에 맞게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열화 정책, 기업자본 확대 야기
손세희 회장은 축산계열화사업 발전대책의 법률적 근거가 되고 있는 축산계열화법에 양돈산업을 적용시키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축산계열화법 태동이 계열화 사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금산업에 맞춰져 있다보니 산업구조가 다른 양돈산업에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축산계열화법이 계열 주체로부터 약자인 위탁농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양돈산업의 경우 오히려 위탁 주체가 ‘갑’인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이어 계열화사업 중심의 양돈정책은 기업자본의 급속한 확대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축산계열화법 대상에서 양돈을 제외시키는 한편 양돈산업발전대책 역시 축산계열화사업 발전대책에서 분리, 별도로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돈농 감소-지역소멸 대책 연계
손세희 회장은 우선 정부의 다양한 지역소멸 대책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청년들이 먹고 살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 한 수백조원을 쏟아부어도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규모화라는 획일적인 정책을 통해 소규모 양돈농가의 폐업이 잇따르면서 지역소멸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회장은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다. 이는 곧 생산기반 붕괴와 농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가져오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다고 해도 인건비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소규모라도 안정적으로 농장을 운영할수 있는 여건을 조성, 청년 축산인 유입을 유도하는 한편 돼지고기를 비롯한 농축산물 자급률 목표와 함께 농촌 인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야생멧돼지 방역 이대로는…”
손세희 회장은 실질적인 야생멧돼지 ASF 방역대책을 정부에 거듭 촉구했다. 구체적인 목표나 계획도 없이 사실상 말 뿐인 사육밀도 저감 대책으로 인해 야생멧돼지 ASF가 확산되고, 이 과정에서 양돈장 ASF가 발생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물리적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손세희 회장은 이어 “축정에 대해 정부도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농가들이 안정적으로 사육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을 통해 올해 100을 투입했으면 내년에는 90, 내후년엔 80, 궁극적으로 10년후엔 10 정도만 투자해도 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