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설상가상 집유량 전량 소화 못해 생산량 감축 협조까지
유대 감소 우려, 쿼터 확보 움직임도…“생산권 보장돼야”
남양유업 납유농가들이 불투명한 미래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2021년 불가리스 사태를 비롯한 오너리스크로 몸살을 앓아온 남양유업은 3년간의 법정분쟁 끝에 사모펀드 한앤컴퍼니가 경영권을 차지하게 됐다.
이에 한앤코는 2020년부터 지속되어 온 적자에서 탈출하기 위해 경영효율화에 박차를 가했고, 덕분에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7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2.9%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남양유업도 수익성 위주의 사업 강화를 통해 실적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남양유업 납유농가들의 불안감은 나날이 고조되어 가고 있다.
낙농가들 사이에서는 한앤코가 남양유업의 새로운 주인이 되면서 저출산, 소비불황 등으로 우유·분유 시장 자체가 위축된 만큼 유가공사업을 일부 축소하면서 그 감축분을 농가들에게 전가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이러한 불안은 남양유업이 잉여유 처리 곤란을 이유로 농가들에게 원유생산량을 감축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더욱 크게 번지고 있다.
논산의 한 농가는 “몇 개월 전부터 남양유업으로부터 협조공문과 연락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남양유업에서 집유하는 원유량이 하루에 650톤인데, 현재 400톤만 처리하는 수준이라며 자율적으로 원유감산에 동참해 달라는 공문이다. 쿼터를 넘어서 생산하는 농가는 전화로도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전해들었다”며 “감축해야 될 물량도 상당한데다 초과원유가 아니라 쿼터 내 물량까지 줄여달라는 요구는 처음이라 앞으로 남양유업에서 어떤 제스처를 취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혹시나 쿼터를 감축하지 않을까하는 위기감에 일부지역에선 미리 쿼터확보에 나서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부여의 한 농가는 “농가입장에선 납유하는 물량이 줄어들면 수익도 감소하기 때문에 쿼터를 조금이라도 더 구하려는 농가들의 대기줄이 늘어지고 있지만, 이미 폐업할 농가는 다 정리가 된 상태라서 그런지 시장에 쿼터가 풀리지 않고 있다. 그 영향으로 한때 20만원 가까이 떨어졌던 쿼터가격도 30만원까지 부르는 곳도 들어봤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말 그대로 폭풍전야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침이 정해진 것은 없지만 남양유업의 새주인이 사모펀드인 이상 조만간 어떤 조치가 행해질 것이라는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라며 “다만, 쿼터는 엄연히 보장받아야 할 낙농가의 자산이고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전제 하에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만약 낙농가들의 재산권이 침해받는 사례가 생긴다면, 자칫 산업 전체로 그 영향이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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