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도매가 하락 예측했지만 위탁사육 중단 안해
위험부담 크다고 떠넘기기 보단 함께 위기 넘을 것
농가-유통 불신의 벽 허물고 한우시장 변화 도모
(주)민속한우 권혁수 대표이사는 한우농가로서 큰 성공을 이룬 입지전적의 인물이라는 평가와 함께 위탁사육 시스템으로 한우 농가를 소작농으로 전락시킨 인물이라는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다. 한우전문기자로서 그를 만나보지 않을 수 없었다. 경북 군위군에 위치한 민속LPC 권혁수 대표의 사무실에서 한국종축개량협회 우선창 자문관과 함께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사업가로서 최선을 다할 뿐
사무실로 향하는 복도와 사무실 벽면에는 온갖 감사장과 수상패, 감사패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우 자문관은 “만나보면 알겠지만 무척 소탈한 사람이고, 솔직한 사람”이라고 권 대표를 소개했다.
실제 그의 첫인상은 성공한 사업가라기보다는 편안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고, 부정적 시각이 없지 않았던 나는 그에게 양극단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느냐와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권 대표는 “물론 알고 있으며, 크게 신경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난 정치인이 아니고, 세간의 평가에 일일이 신경 쓰고 이미지를 만들어나갈 만큼의 충분한 시간이 없다. 특히, 현재는 한우 가격이 폭락하면서 우리 회사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난 위탁사육 농가를 포함한 우리 회사 식구들을 먹여 살려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고,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일찍 가격폭락을 예측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린 기업이다. 한우가 우리의 주력 상품이고, 한우가격의 변동에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우도매가격의 하락은 이미 업계 전문가와 정부에서도 예측했던 것이고, 우리 또한 예상했었다. 기업가의 입장에서는 한우 위탁사육을 중단하고 긴축경영체제로 전환했어야 맞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 또한 농가의 한사람이고, 위탁농가에게만 모든 위험부담을 넘기는 그런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의 위기를 함께 넘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의 경영철학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발언이었다. 현재는 추가로 위탁사육 가입을 받고 있지는 않다.
상충되는 이해관계 해결이 숙제
농장부터 TMR사료공장, 도축장과 육가공공장, 판매장과 직영식당까지 민속한우는 한우에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를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에 경쟁력 있는 가격과 품질의 한우고기를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으며, GS리테일, CJ 프레시웨이, 생협 등의 파트너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 대표는 “농가는 비싼 값에 사주는 곳에 팔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육가공업체는 납품처에 적절한 품질의 고기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밖에 없고, 그 이해관계를 어떻게 줄이냐가 나의 고민이었다. 위탁사육에 대해 오해가 있는데 우린 농가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우리가 제시하는 조건을 충실하게 이행해주는 농가가 필요한 것이다. 농가에게도 우리에게도 도움이 돼야 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라고 말했다.
사양관리 시스템에 대해 물었다.
“육성기 사양관리가 핵심이다. 우리는 전국의 가축시장에서 송아지를 산다. 그리고 입식 초 2개월간은 우리가 자체 개발한 혼합 조사료로 소화기관을 우리 사양관리 시스템에 맡도록 셋팅을 한다. 그 이후로는 다른 것이 없다.
하루 3회 사료주기, 개체별 급여량 체크 등이 전부”라고 그는 말했다. “좀 더 설명하자면 혼합조사료는 수입건초를 주원료로 쓰고, 가장 고품질의 원료를 쓰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짧은 면담을 마무리 하면서 권 대표는 한우시장이 달라져야 하고,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한우산업은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가와 유통은 동반자여야 한다. 하지만 깊은 불신이 있다. 이 벽을 허물어야 할 것이다. 한우농가들이 생각하는 방향과 유통업체가 추구하는 방향, 소비자의 니즈가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것을 일관성 있게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수정란 이식에 필요한 난자를 공급하는 방법도 전향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도축장과 연계해 버려지는 우량 암소의 난자를 공급받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면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어렵다는 얘기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개선해 나간다면 새롭게 열리는 한우의 시대는 지금보다 한 차원 성장한 시대가 될 수 있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