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농림축산식품부가 무상학교우유급식을 대신해 2022년부터 시행 중인 ‘우유바우처’ 시범사업은 수혜자들의 호평 속에 내년부터 규모를 더욱 확대해 추진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실 기준을 반영한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사업의 초기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이에 우유바우처 시범사업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 풀어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학교 아닌 가정에서 직접 무상 우유 구매케
사업비 부담 크고 혜택 대상 줄어들 가능성
지원금 증액·온라인 구매 창구 필요성 제기
▲내년 전국 30개 지역, 9만명으로 확대
우유바우처는 농식품부가 학교우유급식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공급하던 무상우유를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로 제공하는 사업으로 2022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학교우유급식률이 지난해 29.1%까지 감소하면서, 무상우유를 지원받던 취약계층 학생들의 낙인효과 발생 우려 제기, 흰 우유 위주의 공급에 따른 선택권 제한, 그리고 학교에서 우유급식을 실시하지 않아 무상우유를 지원받지 못하는 문제 등이 발생했다.
또한 학교현장에서도 무상우유급식 대상자 선정과 같은 업무 부담이 문제점으로 제기되어 왔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혜자에게 우유바우처(월 1만5천원, 현금카드)를 발급하고, 학생들이 편의점·하나로마트 등에서 국산 유제품(국산 원유 함량 50% 이상)을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개편에 나섰다.
시행 2년차가 지난 지금 현장에서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농식품부가 진행한 ‘2022년 우유바우처 시범사업 만족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책방향 동의(94.2%) ▲재신청의사(96.9%) ▲소비확산 기여(93.1%) 등 응답자 대부분이 사업방식 개편에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또한,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진행한 대국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7.1%가 무상우유 지원방식 전환에 긍정적으로 답변했으며, 수혜자의 82.4%가 우유바우처가 취약계층에게 더 효과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러한 반응에 힘입어 농식품부는 올해 15개 지역 2만5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우유바우처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30개 지역 9만명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며, 지속적인 현장 의견수렴 등을 통해 사업방식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감서 “현실 기준 미비” 지적
하지만 일각에선 사업의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선 현실 기준을 반영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국회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은 지난 10월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국정감사에서 “우유바우처 사업의 인당 지원 금액이 유통되는 유제품 가격에 비해 현저히 적어 오히려 원유 소비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존에 진행하던 무상 우유급식 사업의 경우, 급식우유로 쓰이는 우유제품(200ml)의 출고가는 480원 가량으로 학교에선 개당 450원에 구매해 1만5천원으로 월 34개를 구매할 수 있으나 우유바우처 사업 시행 시엔 동일 우유제품을 1천원 가격으로 월 최대 15개밖에 구매를 못한다는 것.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학교우유급식 지원으로는 200ml 우유를 한달 평균 20.8개 섭취할 수 있지만 우유바우처 지원으로 1천ml를 구매하면 200ml 우유 19.5개에 해당하는 우유를 섭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판매가격이 낮은 하나로마트를 이용하거나 편의점 할인행사로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유제품을 선호도에 따라 구매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구매상품을 흰 우유 1천ml로만 상정했을 경우로 가격대가 비싼 다른 용량 제품, 또는 가공유 및 치즈를 포함한다면 소비량은 실질적으로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또, 선호도를 고려했을 때 수요가 가공유로 몰릴 수 있다. 게다가 가공유는 국산 원유 함량이 50% 이상이면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건강증진과 원유소비확대 차원에서 올바른 음용습관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지원금액이 현실 기준과 동떨어지면 수혜자들이 바우처 이용에 불편함을 느껴 소비를 줄이게 되고, 불용액이 커지는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 2022년 우유바우처 시범사업 예산 중 26.5%다. 수혜자만 4배 가량 확대되는 2024년 예산에 대입해보면 139억원 중 36억8천만원의 불용액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1인당 지원 상한 금액을 조정하거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출고가로 싸게 살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 요구되고 있다.
▲기존 수혜자 배제…형평성 논란도
우유바우처 사업 시행 시 학교우유급식 미실시 학교와 제도권 외 청소년 등으로 지원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기존의 수혜자가 혜택을 받지 못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로 인해 시범사업 결과 만족도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는 우유바우처 사업의 참여를 꺼리고 있다.
전북은 현재 우유바우처 사업에 참여하는 지자체 중 절반 이상이 차지할 정도로 호응이 좋은 지역이다. 하지만 도내 인구의 1/3을 차지하는 전주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청서를 내지 않아 지역 영양교사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사업의 취지엔 공감하지만, 무상우유급식 보다 소요되는 예산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혜택을 받는 대상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우유바우처 사업에 참여시 이전까지 무상우유급식 혜택을 받던 다문화 가정 등이 제외되면서 수혜자 1만5천명 중 4천여명이 지원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으며, 지방 교부금이 줄어들고 있어, 지자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것.
또한, 무상우유급식이 우유바우처 사업으로 대체될 경우 학교우유급식이 축소되지 않도록 행정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상 무상우유급식은 학생의 신분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상급식과 병행해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즉, 학령인구 감소와 학생들의 우유기피 현상, 학교현장에서의 업무 과중 등으로 학교우유급식률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무상우유급식이 사라진다면 유상우유급식을 시행할 학교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유바우처 사업이 기존의 무상우유급식이 지니고 있는 취약점을 보완함으로써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우유 및 유제품을 보다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생겨났듯이, 성장기 학생들에게 필요한 영양분 제공 및 올바른 식습관 조성 그리고 우유소비 확대 등 본디 학교우유급식의 목적이 달성되어야 우유바우처 사업의 의미도 퇘색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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