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유튜브로 농장도 알리고 청양도 유명해져… “귀농 첫해 3500만 원 수익”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하 농정원)에서는 우수 청년창업농을 선정했다. 농정원은 청년농업인 등 창업농들의 안정적인 영농정착을 장려하기 위해 창농과 귀농 우수사례 및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귀농귀촌 교육 분야를 비롯해 농산물 생산과의 내용 연계성, 현장 적용 가능성, 참가 농업인의 영농의지와 성장 잠재력 등을 심사해 우수 청년 창업농을 선정했다.
농정원 관계자는 " 우수 청년창업농은 청년창업농 영농정착 우수사례 발굴을 통해 청년 창업농 대국민 인식 확산과 청년들에게 농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자는 것이 취지"라며 "이번 우수 청년창업농들의 소중한 영농경험과 아이디어들이 예비 창년 창업농들의 영농현장에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에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우리 농사해볼까?
청년창업농 유지현 씨는 음대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음악사업을 꿈꾸던 예술가였다. 음악과 상업을 조화롭게 일구고자 했던 그녀는 반복되는 삶, 쉼 없는 하루하루에 지쳐갔다. 그러던 중 '30살이 되기 전에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새로운 직업을 찾아 고민을 하게 됐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 비전이 있는 일, 평생 같이 할 수 있는 일 3가지를 놓고 보니 농업이 보였다.
"평생 음악가로 살아갈 거라 생각했는데 서른을 앞두고, 가치 있고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여러 방면으로 눈을 돌려보던 중 농업이 눈에 들어왔어요."
유지현 씨는 2018년 1월에 사표를 던지고 양재 귀농귀촌센터에 가서 상담을 받았다.
“2018년 1월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귀촌 교육을 받기로 했지요. 농업은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매력이 느껴지더라고요. 젊으니까 몸으로 부딪히면서 경험하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지요."
이어 남편(당시 남자친구)과 함께 수도권과 2시간 안에 왕래할 수 있는 곳, 특산물이 뚜렷하여 교육이나 판로가 확실한 곳, 귀농인을 환영하는 곳을 찾았다.
"귀농 준비 1달 반 만에 충남 청양으로 귀농지를 결정하고 이장님들께 찾아가 빈집, 빈땅을 알아보아서 밭 1,000평과 빈집을 임대 받았습니다. 그리고 노지에서 할 수 있는 청양 특산물 고추, 구기자로 작목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시골 빈집, 셀프 인테리어로 전원주택 탄생
유지현 씨는 귀농준비 1달 반 만에 충남 청양으로 이주했다. 부모님 반대가 심해 결혼허락을 겨우 받아 귀농 후 2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사한 곳은 빈집이었기 때문에 큰돈이 안 들어가게 셀프로 인테리어를 하고 고장 난 부분은 수리를 하고 변기와 세면대도 없어서 인터넷을 뒤져가며 설치도 했습니다. 사람이 살 수 있게 빈집은 수리를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농사였습니다. 농사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이장님께 찾아가 이것저것 여쭤 보고 마을 분들에게도 잘 보여야 했기 때문에 동네 품앗이를 다 다녔습니다.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시고는 예뻐해 주셔서 여러모로 도와주신 덕분에 무사히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유지현 씨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별다른 갈등 없이 안착할 수 있었다. 도리어 주민들의 도움이 컸다고.
"농기계가 없는 저희를 위해 이장님이 트랙터로 밭을 갈아 주시고 관리기로 두둑도 만들어주셔 농작물을 심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또 마을 분들에게는 옛날 전통농법도 배우고, 귀농귀촌센터에서 하는 작목교육도 받아 현대농법도 배우면서 농사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됐습니다."
농사 첫해 3500만 원 수익 쾌거
주민들의 도움으로 구기자 재배를 시작한 유지현 씨는 400평 농지에 구기자 연구소에서 구입한 묘목을 심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죠? 아무것도 모르니 힘든 것도 모르겠더라고요. 몸은 힘들었지만 힘든 만큼 작물은 잘 자랐습니다. 귀농 첫해 차광막도 없이 구기자를 따다가 몸에 두드러기가 날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등 전체에 땀띠가 나는 등 너무 힘들어 울기도 했어요. 한여름 밭에서 작업을 하면, 도시에서 느끼던 더위와는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힘들었지만 남편과 함께 해서 견딜 수 있었다. 특히 이론 공부를 꼼꼼하게 한 남편 덕분에 변수가 많은 날씨에 대처할 수 있었다. 또 귀농귀촌 교육을 비롯해 각종 교육도 큰 도움이 됐다. 강소농을 위한 구기자 교육이 가장 도움이 됐다.
첫해 무사히 수확했지만 그다음은 판로가 문제였다. 타 농가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직거래를 통해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농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직거래를 해야 돈이 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귀농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판매, 홍보를 위한 블로그를 오픈했습니다. 낮에는 밭에서 일하고 저녁엔 반드시 블로그에 글을 올렸습니다. 그날그날 작업한 것들도 좋고, 그저 제가 느낀것들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콘텐츠가 쌓이니 저절로 다양한 매체에서 연락이 와서 방송과 뉴스 등에 출연할 수 있었고 그런 것들이 홍보에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최대한의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니 가공이 가장 접근하기 쉬웠다. 그 길로 가공을 공부했고, 청양군부자농촌지원센터를 이용해 구기자 티백을 만들었다. 덕분에 귀농 1년 차에 나온 농산물을 판매하여 3500만 원에 수익을 올렸다.
인기 유튜버, 청양도 알리고 농장도 유명
지역 활성 재단에서 청양군민들을 대상으로 가공을 해준다. 유지현 씨 부부는 가장 쉬운 구기자 티백으로 시작했다. 농사 2년 차에는 가공품을 늘리고 포장 패키지도 업그레이드하는가 하면 판로를 업그레이드하고자 유튜브와 스마트 스토어를 열었다.
"가공품은 구기자 티백 외에 분말, 구증구포를 만들었습니다. 또 패키지를 고급화하기 위해 청양군에 포장지 사업을 신청했습니다. 덕분에 선물세트 판매까지 가능해졌지요. 농업 유튜브를 열고 스마트 스토어에도 입점하니 2년 차에는 2배 이상 늘었습니다. 특히 유튜브를 통해 들어온 소비자들은 충성도가 높아 수익으로 바로 이어지더라고요. 판로를 위해 시작했던 유튜브 구독자가 3만 명이 넘어가면서 저희에게 소중한 부수입이 되고 있습니다."
인기 비결은 농업 현장의 갖가지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데 있다. 올린 영상은 하나같이 다른 이들에게 유익한 정보여서 귀농이나 귀촌을 꿈꾸는 젊은 층들의 반응이 뜨겁다. 고추나 구기자 같은 농작물 재배법에서부터 농기계 작동요령, 시골에서 빈집 구하기, 시골집 난방비 공개, 초고소득 귀농 작목 3가지 대공개, 청양군 귀농·귀촌 정책 소개에 이르기까지 모두 현장에서 길어 올린 모든 내용이 마치 생명수 같다.
또 유튜브를 통해 청양군을 알리고, 귀농을 알리고, 농사를 알리면서 농부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농업에 대한 사명감이 생겼다.
"청양군이 널리 알려져야 우리도 잘 될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청양군을 알리고, 농부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농촌진흥청, 충남도청, 청양군 등 다양한 곳과 같이 협업하여 영상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지역 축제 참여해 '음악 재능기부'
이제 갓 귀농 3년 차를 맞은 유지현 씨. 첫해에는 후회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 후회는 곧 만족감으로 채워졌고,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부심으로 행복을 그릴 수 있게 됐다.
"도시에서 30년 살았으니 다르게 살아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가끔 음악을 왜 버렸냐고 물으시는데 버리긴요. 도시, 농촌 누구라도 음악으로는 하나가 될 수 있잖아요. 작년에는 청양군 행사 등에 나가서 음악으로 봉사하기도 했습니다. 청양군 푸른밤 음악회에도 부부가 나가 공연하면서 행복했습니다."
유지현 씨는 내년 농사를 확장하기 위해 올해 땅 1,600평을 구매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전문적으로 농사를 지어볼 작정이다. 또 구기자를 활용해 체험농장과 게스트 하우스까지 계획중이다.
"힐링과 치유를 겸하는 귀농귀촌 체험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체험농장을 위해 허브도 심어볼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