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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줌인>경기 안성 농업회사법인 ‘태백사료’

쇠죽 끓여먹이던 전통 방식 ‘화식’, 현대화로 신시장 개척

[축산신문 이동일  기자]


화식 효율성 높이고 대량생산 가능한 시스템 개발

영양가치 높은 원료, 고온고압으로 쪄 소화율 극대

우수효과 입소문 타고 전국 각지서 농가 문의 쇄도


쇠죽을 끓여 소에게 먹이던 시절이 있었다. 

쇠죽 끓이기(화식 火食)의 시작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지만 농경사회에서 가장 소중한 자산 중 하나인 소에게 겨울철 먹일 먹이를 만들기 위해 나름 고안해 낸 방식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초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소를 사육하기 위해 겨울철 이외에도 산이나 들에서 여러 야초를 걷어 솥에 넣어 끓여 먹이는 방식으로 발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육기술이 현대화되고, 농가의 사육 규모가 대형화되면서 화식은 지금 거의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무엇보다 효율성이 중요해지면서 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합사료와 조사료를 급여해 소를 키우는 것이 일반화됐고, 작업이 번거로운 화식은 극소수의 소규모 농가에서만 그 명맥을 이어왔다. 

그 동안 화식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대규모 사양관리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화식사료의 현대화를 통해 차별화된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곳이 있다.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태백사료(대표이사 조성용)는 현대적 방식을 접목해 전통의 사육방식인 화식사료를 새롭게 해석해 효율성을 높이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있다.


화식에 대한 인식의 차이

조성용 대표는 화식사료를 연구하고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전국 각지에서 많은 농가들로부터 문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배합사료 위주의 사양관리가 일반화된 지금도 아직 적지 않은 농가들이 화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태백사료가 신개념 화식사료를 개발했다는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관련한 문의 전화와 방문이 줄을 이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화식에 관심이 있었다는 사실에 우선 놀랐고, 한편으로 해볼 만하다는 확신도 생겼다”고 말했다. 다만 화식에 대한 인식의 차이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에게 문의했던 사람들 중 다수는 화식에 대해 생산비를 절감하는 방식으로만 생각을 하고 있었다. 소위 말해 그냥 사용하기 어려운 원료를 사료로 쓰기 위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가 하고 있는 화식의 개념과는 생각의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과거에 쇠죽을 끓이는 것이 일반적인 사양관리 방법이던 시절에는 부족한 사료 원료를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무엇보다 컸을 것이다. 하지만 화식에는 그 이외의 장점이 더 크다는 것이 조성용 대표의 설명이다.

2000년대 초반 성장기 사료에서 TDN(사료내 가소화영양소의 총량) 값을 높이는 것이 숙제로 여겨지던 때로 거슬러 간다. TDN을 높이기 위해 무작정 에너지가 높은 원료의 비중을 늘리면 소의 소화기관이 탈이 생겨 후기 생장에 지장이 생기는 문제로 많은 농가들이 고민했었다.

비슷한 고민을 했던 조성용 대표는 화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원가 절감을 위해서가 아니라 소화 흡수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고민하던 중에 선택한 것이 화식이었다. 과거 화식사료로 소를 키웠던 우리 농가들은 거친 풀 사료를 끓여 부드럽게 만들고, 부족한 영양소를 첨가해 소에게 먹였다. 원료사료가 부족한 현실에서 선택한 방법이지만 매우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이었다”며 “높은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 루핀, 옥수수, 면실 등을 고온고압으로 찐 다음 고초균 등 유익균을 배양시켜 급여하면 소화 효율이 높은 사료를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시행착오 거쳐 양산화 성공 

태백사료가 하고 있는 화식사료의 시스템은 원료사료를 가공해 소화흡수율을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료사료를 대형 찜통에서 스팀으로 원료를 쪄내고, 그렇게 1차 가공된 원료에 고초균 등 유익균을 투입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료와 조사료 등을 배합비 맞춰 섞어 최종 제품을 만들어내는 공정이다.

월 4천톤의 화식 원료사료, 7천톤의 완제품 TMR사료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시스템이다.

10여 년 전에도 한우생산현장에서는 산발적으로 화식에 대한 관심과 시도가 이어져 왔다. 하지만 현대식 사양 형태에 화식을 접목하려는 노력은 대부분 수포로 돌아갔다.

대부분 사료 원료를 모두 섞어 큰 솥에 넣고 삶아 내는 과거의 형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소규모 농장이라면 어느 정도 가능했지만 사육규모가 커지게 되면 작업량이나 연료비, 작업시간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조 대표는 굳이 사료원료에 대한 안전성 검사가 철저히 시행되고 있는 지금의 시점에 전체 원료를 모두 열처리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모든 사료원료에 대한 안전성 검사는 필수다. 굳이 모든 원료를 열처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열처리를 하면 풀사료에 포함된 비타민 같은 미량원소도 파괴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원료들만 열처리를 해서 나중에 혼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적 화식에 대한 가치를 찾아야 할 때

화식사료를 접목하고 있는 농장들은 그 효과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충북 제천 영광농장의 박종구 대표는 화식발효사료를 급여하면서 소들과 목장 환경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것은 분뇨의 상태다.

박 대표는 “농장의 환경이 확 달라졌다. 평소에도 농장 환경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긴 한데 화식발효사료를 먹이고 나서부터는 분뇨부터가 완전히 달라진 것을 보고 놀랐다”며 “소가 배출하는 분뇨에 옥수수 알갱이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소가 배출하는 분뇨의 양도 평소보다 1/3정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성에서 미경산 한우를 전문으로 사육하는 덕인농장 김익경 대표 역시 화식사료로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 소들은 육질등급도 물론 잘 나오지만 등심단면적이 다른 어느 농장의 소보다 크게 나온다. 외지에서 구매한 암송아지들로 110㎠ 이상의 등심단면적을 만들어 내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라며 “옛날 쇠죽을 끓이는 방식을 현대화 시킨 TMR사료 태백사료 ‘쇠죽이’를 전 구간에 걸쳐 급여하는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덕인농장에서 생산한 한우고기는 화식한우 전문판매점인 반앤파파에서 독점 판매하고 있다. 불경기인 상황에서도 탁월한 풍미를 자랑하는 고기 맛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조성용 대표가 기대했던 효과들이 실증사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조 대표는 “사료 섭취량에 비해 분뇨발생량이 적고, 그 상태 또한 좋다는 것은 그만큼 영양소의 허실이 없다는 것이다. 소의 생장이 빠르면서도 경제적 효과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본다”며 “아쉬운 것은 화식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가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화식이 소의 생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와 화식을 통해 생산하는 축산물의 영양적 가치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쉬운 예로 막걸리는 예전부터 만드는 방식은 알려져 있었지만 그 영양적 가치와 생물학적 기전에 대해 연구가 진행되면서 획기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화식사료에 대해서도 이런 기초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다양한 사양 시스템이 개발되고 결국 이것이 우리 축산물의 신규 시장을 창출하고, 수입개방에 대응하는 경쟁력을 만드는 길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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