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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축산을 바라보는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그걸 지켜보는 나

  • 등록 2025.03.19 15:34:55

[축산신문] 

 

서 성 원 교수(충남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축산신문에 게재할 논단을 요청 받고 머릿속에 노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임재범 ‘너를 위해’의 유명한 가사인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라는 구절이었다. 아마도 지금 축산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이와 다르지 않다는 걱정 때문이었으리라.
나라 안팎이 어수선한 지금, 축산업의 현실은 참혹하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여 2025년 3월 11일 기준 1천450원을 돌파하며 작년 같은 날 1천323원에 비해 10%나 급증하였다. 환율 증가는 사료비를 포함한 생산비의 즉각적인 증가로 이어진다. 소비라도 늘어나면 좋으련만, 최근 5년 간의 우유 소비량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2023년 6월 이후 시유(市乳) 소비량은 매달 평균 1%씩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값싼 수입 멸균유의 유입이 급증하고 있는데, FTA에 따라 2026년 미국과 EU를 시작으로 해외 유제품이 무관세로 유입될 위기다. 2023년 낙농 경영인의 평균 연령은 58세이다. 나이는 들어가는 데 일을 맡길 사람은 없고 인건비는 늘기만 한다. 축산업이 환경오염의 주범인 양 호도되고 동물 윤리에 대한 관심 증가와 함께 축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와 소비자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다.
이렇게 축산의 현주소를 따져보니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현실이 이렇게 암울하다면 나부터라도 더 늦기 전에 영양·사료에서 대체乳, 배양乳로 전공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정말 그럴까?
그래서 나의 논단은(얼마나 지속될 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정말 축산업을 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에서 출발하기로 하였다. 축산업은 정말 사양(斜陽) 산업이고 이직을 걱정해야 할 만큼 미래가 어두운가?
우선, 산업·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보자. 32년 전, 필자가 대학에 입학하던 해, 축산은 생산액 기준 농업의 24%에 불과했다. 그런데, 최근(2023년) 통계에 따르면 축산업은 농업의 41%를 차지한다(2022년에는 44%였다). 이 추세라면 2031년에 축산은 먹거리 산업의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먹거리에서 축산의 중요성은 품목별 국민 1인당 농산물 소비량을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2023년 축산물 전 품목(우유, 돼지고기, 계란, 닭고기, 쇠고기)은 농산물 소비량 상위 10위 안에 모두 들어 있다. 특히 우유는 1인당 83.9kg로 쌀 56.4kg을 제치고 몇 년째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쌀이 아니라 우유가 주식인 시대에 살고 있다.
문화·사회적 측면으로도 보자. ‘운동 경기 관람은 치맥과 함께’라 할 정도로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있는 날에는 치킨업계 매출이 50% 이상 증가한다. 여름 휴가철에 삼겹살 바베큐, 명절에 한우 세트는 공식과도 같다. 아침에 요거트, 와인에 치즈, 우유 거품 라떼는 이미 우리 문화의 일부분이다. 일부의 채식주의자조차 유제품을 먹는다. 우리는 축산 식품과 떨어질 수 없다.
과학적으로 축산의 중요성은 재고의 여지가 없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축산물을 대체할 것이 없다. 다른 잡식 동물과 달리, 인간은 섬유소 이용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식물 유래 독성인자에 대해 저항성이 낮아서 동물성 식품을 먹어야 하는 종(種)이다. 아이과 노인은 특히 그렇다. 신념으로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있지만,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기에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필자는 과거 운동과 식사 조절을 통해 체중 감량에 성공한 적이 있다. 이때 매일 빼놓지 않고 먹었던 것이 우유와 닭가슴살이다. 축산물만큼 고품질의 단백질과 비타민, 미네랄을 손쉽게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 없다. 특히 우유는 완전식품이라 불릴 만큼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고 두유 등 다른 음료처럼 단순 당이나 합성 화합물을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영양과 다이어트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최고의 음료다.
필자가 대학에 들어간 그때도 축산업의 현실은 암울했다. 우루과이라운드로 인해 한국 축산업은 위기를 넘어 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필자가 석사 전공으로 반추동물 영양학을 선택한다고 하니, 사촌 형은 유전공학을 선택하지 않은 필자를 어리석다 하였다. 그런데 지금 어떠한가? 축산업은 위기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먹거리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축산인이 있었다.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높은 품질의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당위성과 자부심을 우리가 갖고 있는 한, 한국의 축산은 건재할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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