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박 종 수 명예교수(충남대학교)
한국 낙농업은 인구위기에 처해있다. 농업에 대한 인구위기는 비단 낙농업뿐 아니라 전 농업분야에 걸쳐 공통된 과제이다.
그러나 특히 낙농업은 타 농업분야에 비해서 신규진입이 어렵다. 높은 직·간접비용과 막대한 토지, 생산쿼터 확보 등이 요구되기 때문에 젊은 청년농업인이 낙농업에 신규진입을 시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나마 현재 목장의 후계자는 대부분이 부모가 일구어 놓은 목장을 자식들이 승계 프로세스에 따라 상속을 받아 운영하거나 공동운영하는 목장형태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진입을 촉진하는 정부의 개입이나 차별화된 정책은 물론 승계후계농을 촉진하는 정부의 개입 등의 정책이 극히 미진한 상태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에서 조사·발표한 ‘2023 낙농경영실태조사’에 의하면 전국의 낙농경영주 가운데 60세 이상의 경영자가 2020년에 47.5%에서 2023년에 52.8%로 나타났으며, 경영을 승계할 후계자가 있다는 농가도 2020년 36.1%에서 2023년 32.9%로 해가 거듭될수록 낮아지고 있는바, 낙농경영의 고령화 문제는 지속가능한 낙농경영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경기도 및 강원도 일원에서 목장을 경영하는 조합원으로 구성된 서울우유협동조합에서도 유사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2023년 서울우유조합에서 조사·발표한 2023 목장종합실태조사에 의하면 서울우유 조합원 가운데 60세 이상의 경영자는 2020년 54.6%에서 2023년에는 57.6%로 높아졌으며, 경영을 승계할 후계자가 있다는 농가도 2021년 30.6%에서 2023년 29.8%로 감소추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전국 단위조사에서 2023년도 현재 목장을 후계자와 함께 경영하고 있다는 농가가 1일 평균 1톤이상을 착유하는 농가에서는 69.7%, 1일 1톤 미만 착유농가에서는 30.2%, 서울우유조합의 조사에서는 후계자와 함께 경영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연평균 60두 이상의 젖소를 사육하는 농가에서는 77%, 60두 미만의 소규모 농가에서는 14.7%로 나타나 있다.
두 경우 모두 경영규모가 큰 농가일수록 그나마 후계자의 확보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바, 경영규모가 큰 농가에서는 목장의 승계 프로세스가 비교적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후계자가 있는 농가는 환경변화에 따라 목장에 투자하고 혁신도 하겠지만, 후계자가 없는 경영주는 규모를 줄이거나 은퇴 상태로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느 경우라도 지속가능한 낙농업이 영위되기 위해서는 목장에 관심과 열정이 있지만 재정적 이유로 목장을 경영할 수 없는 젊은이들이 낙농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이에 필자는 승계후계자나 신규진입 청년들이 낙농업을 직업으로 여기고 경영을 시도할 수 있는 대안을 간단히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신규진입을 희망하는 젊은이(청년창업농)들에게 무상 지원될 수 있는 쿼터(keeping quota)가 필요하다.
2002년 우유수급의 대란을 계기로 국내에서 잉여원유 차등가격제를 실시하기 위해 사실상 도입된 원유 쿼터제는 낙농업의 신규진입을 어렵게 하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쿼터의 운영관리에 대한 사전 조치나 대책이 없이 집유 주체별로 생산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운영케함으로써 각 농가별로 부여된 생산 할당랑(쿼터량)은 궁극적으로 농가의 무형자산이 되어 관리되고 있다.
쿼터제의 시행초기에는 20만원/ℓ수준이었던 쿼터가격이 원유의 수급에 따라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해 오면서 최근에는 서울우유조합의 경우 65만원/ℓ, 낙농진흥회 납유농가의 경우 35만원/ℓ정도에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원유쿼터는 규모를 확대하여 생산량을 증량하려는 농가와 감산하려는 농가 및 낙농업을 은퇴하려는 농가간에 거래가 이루어져 왔으며, 거래시 집유주체가 매도자로부터 회수하는 10%의 쿼터량은 아무 대책없이 사실상 집유주체는 물론 국가 전체의 생산감축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다.
이 같이 대책없는 쿼터제도하에서 낙농업의 신규진입 희망자가 값비싼 원유쿼터를 구매하여 낙농업을 영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므로 정부(또는 지정 집유주체)가 은퇴 낙농가로부터 쿼터 매도시 일정비율의 쿼터를 회수·보관하여 보관된 쿼터(keeping quota)를 신규로 진입을 희망하는 젊은 청년농가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되, 거래를 철저히 제한하는 등의 소위 합리적인 쿼터뱅크(quota bank)제도를 조속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둘째, 후계농 육성자금을 대폭 확대하고 지원 대상의 선발인원을 경종농업과 축산업을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
토지와 자금에 대한 접근의 어려움은 대가축 중심의 축산업을 창업하려는 젊은 청년 농업인에게 가장 큰 장벽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2021년부터 후계농업육성자금을 확보하여 지원하고 있으나, 선발인원과 신청금액에 비해 크게 부족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 특히 경종농업에 비해 축산업은 초기 자금이 더 많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여 선발된 축산 청년창업농에게는 더욱 많은 창업자금이 지원될 수 있도록 차별화해야 한다.
셋째, 후계자가 조기에 목장에 적응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한다.
후계자를 대상으로 신기술은 물론 경영, 마케팅교육을 강화하고, 특히 이미 목장에서 부모와 함께 경영을 하고있는 승계 후계농업인에게는 동일한 경영체라 할지라도 농축협의 조합원이 되어서 협동조합운동을 조기에 경험할 수 있도록 협동조합의 복수조합원제도를 조속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유럽이나 미국, 뉴질랜드, 호주 등 낙농선진국에서는 우유의 생산, 가공, 유통이 철저히 협동조합에 의해서 주도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아니된다. 한국의 낙농산업도 긍극적으,로 낙농협동조합의 주도로 전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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