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의 시각
산란계협 “케이지 내용연수 사용토록 해야…법 소급적용 피해 보상 필요”
소비자단체 “계란 가치소비 의향 상승…단계적인 연착륙 방안이 중요”
농경연 “농가들 투자 대비 소득에 대한 기대감 있어야…자조금 활용 고려해야”
[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산란계 사육면적 개선을 놓고 정부와 대한산란계협회가 갈등을 빚는 가운데 이에 대해 다른 단체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날 토론회에서 개진된 내용들을 정리해보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민국 박사(좌장) :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8년 9월 축산법 시행령이 마련되었고 7년을 유예한 만큼 형평성 유지를 위해 내년 9월에 기존 사육 농가에게도 예외없이 적용한다는 입장이며, 대한산란계협회는 전체적으로 제도의 변화를 수용하되 이미 투자된 시설에 대한 내구연수는 보장해달라는 입장이다. 이 문제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말해달라.
대한산란계협회 김경두 전무 : 정부가 추진하는 사육면적 개선 문제는 수용할 의지가 있다. 다만 위헌적인 소급적용 문구는 삭제해주었으면 좋겠다.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고병원성 AI 방지 대책인데 고병원성 AI와 사육면적의 관련성에 대한 근거는 전혀 없다. 0.075㎡를 적용한 농가들도 내용연수가 다한 시설을 교체한 것이므로 기존 농가들도 내용연수대로 사용토록 허락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으며, 헌법에도 공익 목적으로 법을 소급적용할 때는 피해를 보상하도록 명시되어 있는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
경상국립대 전상곤 교수 : 정부 정책의 목표는 고병원성 AI는 물론 진드기 감소, 동물복지까지 모든 것을 담고 있다.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가 중요한데 소비자 인식에 비해 정책이 다소 빨리 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든다. 닭 사육 마릿수가 줄어들어 가격이 올라갈 경우 우리나라 소비자가 가격 높은 계란을 수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한 부분이다. 또한 내구연수를 보장해준다면 농가가 둘로 나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기존 농가는 사육 마릿수가 급격하게 감소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는 없지만 신규 농가들은 피해 아닌 피해를 입게될 것이다.
축산과학원 김시동 가금연구소장 : 2년 유예가 가능한가에 대한 문제는 지금 바로 시작할 경우 현재 입식이 완료된 닭을 살처분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는 동물복지보다 더 어려운 문제다. 당연히 순차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만약 2025년 9월에 적용을 하려 했으면 올해 2월에 입식되는 물량부터 조치가 들어갔어야 하는 부분이다. 제도가 시행되면 농가들은 시설 개선에 나서려고 하겠지만 지자체가 인허가를 해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자체와 함께 인허가를 원활하게 해줘야 하는 부분도 있다. 제도를 시행하면 대국민 홍보가 필요한 이유다.
충청북도 황준영 주무관 : 정부가 제도를 시행하면 생산자단체가 따라올 수 있게 보상이나 대책이 있어야 한다. 사육면적 기준이 확대되면 계란값은 상승할텐데 이는 제과점 등 관련 산업도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소비자부담으로 이어진다. 2년 동안 과태료를 유예한다고 했는데 2년 동안 케이지를 교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든다. 산란계협회의 요구대로 시설 연한까지는 사용을 하거나 유예는 짧게는 3년 정도 하는 것이 맞다 생각한다. 열악한 농가는 기간을 좀 더 길기 두어서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다.
가농바이오 유재홍 회장 : 이것을 논의하기에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 가농바이오는 계란을 생산하면서 시설을 제공해주기도 하기 때문에 상황을 잘 아는데 내구연한 문제로 1년에 전체 산란계 농가 중 4~5% 정도는 무조건 다시 지어야 한다. 0.075㎡를 적용했다면 계사 환기시설도 그 기준에 맞추게 된다. 이 기준을 맞춘 농가가 약 20%는 넘을 것으로 본다. 현재도 우리에게 시설투자 문제를 상담하는 농가들이 상당히 많다. 시설현대화자금을 통해 증설한다고 하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농장은 이미 많다. 그 분들은 제도 시행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정확한 입장 표명을 해 농장에서 예측 가능한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한다. 이미 수레바퀴는 돌아가고 있다. 수레바퀴를 강제적으로 멈출 경우 추후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폭락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안혜지 사무국장 : 국내 소비자는 국내산 계란을 선호하고 원한다. 살충제 계란 사태, 고병원성 AI를 겪으면서도 수입산보다는 국내산에 대한 굳건한 선호를 지켜왔다. 축산법 개정 이후 사육환경이 개선되고 있지만 많은 농가의 시설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소비자의 동물복지에 대한 공감대는 높은 편이다. 인식이 모두 행동으로 반영되지는 않겠지만 계란은 타 축종과 비교했을 때 동물복지 축산물의 구매 의도가 높은 편이다. 나와 내 가족이 더 건강하기 위해 위생적인 환경에서 건강하게 생산된 계란을 먹고 싶은 것이다. 고물가가 지속되며 전반적인 식품 가격 인상이 발생했지만 계란은 가치소비 의향이 상승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미래지향적으로 정부와 생산자가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고 단계적으로 연착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용건 실장 : 축산분야 연구를 계속 해오는 입장에서 보면 축산업은 너무 어렵다. 자급률이 모두 하락하는 가운데 계란은 100%를 유지하고 있다. 낙농만 봐도 음용유는 절대 수입 못할 것이라 보고 음용수 시장만 보고 달려온 결과 유제품이 수입되고 멸균유도 수입되기 시작했다. 산란계도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도록 가격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부에서 다양한 대책을 제시했지만 농가 입장에서 시설투자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소득의 확대나 안정적인 소득이 기대될 때 투자가 이뤄지는데 지금 여건상 그게 어려운 것이다. 자조금 거출액을 다르게 하는 등 자조금을 활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건의해본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 : 동물복지는 기본적으로 가야하는 방향이 맞다. 면적을 조금 더 넓혀서 닭한테 숨통을 조금 더 트이게 하자는 것이다. 닭을 단순히 알 낳는 기계라고 생각을 한다면 닭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 모를 것이다. 유럽처럼 케이지 프리 정책을 논의하는 게 아니라 공장식 축산에서 숨통을 조금 트여주는 수준을 논의하고 있는 것이다. 사육환경번호 3번과 4번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야박한가. 축산을 매도할 생각은 없지만 모든 시장은 소비자가 원하면 그곳으로 가게 되어있다. 고통 분담을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과 규정에 의해 의지를 끌어올리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축산신문 김영란 편집국장 : 토론회 제목에서 답이 나와있는 것 같다. 연착륙을 위한 정책토론회 아닌가. 이미 시작은 된 것이다. 정부도 사실상 여론에 떠밀려서 받은 느낌도 있다. 정부가 제시한 2년 연장을 획일적인 연장 보다는 규모별 연장이 낫지 않나 싶다. 농가들도 과거에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니까 오히려 빨리 시행해달라고 성명서가 나오기도 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물가를 걱정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생산자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가장 잘 된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 가장 나쁘지 않은 정책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된다.
농림축산식품부 이연섭 과장 : 기본적으로 산란계 사육면적 확대는 2018년 9월부터 시행이 되어오던 것으로 지금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도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 이미 시행이 되고 있는 제도인데 없애는 것도 문제다. 행정유예도 검토했었고 순차적으로 신규 입식부터 실시하자 해서 결정한 것이 2년이라는 기간이 된 것이다. 축사시설현대화사업에 케이지쪽을 대폭 확대해 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오늘 토론이 사실상 마지막 토론이라고 생각하고 왔다. 내부적으로 끝까지 검토를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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