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30년 가까이 경제적 피해 유발 불구 개별방역 한계
수년 새 양성률 가파른 증가세…고병원성도 활개
민간방역 역량 강화 …정부 종합적 관리체계 절실
돼지 PRRS(돼지 호흡기생식기증후군) 질병을 민간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가 종합적으로 관리, 양돈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양돈농가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양돈현장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돼지질병 전문가 등에 따르면 PRRS 질병은 지난 1996년 국내 유입 이후 30년 가까이 모돈 유산, 자돈 폐사 등을 일으키며 양돈장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더욱이 지난 수년 사이 더 증가세다.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 기준으로, PRRS 양성률은 지난 2021년 49.7%, 2022년 70.8%, 2023년 1분기 77.6% 등으로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양돈장 중 60% 이상이 바이러스 항원 양성인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오히려 PRRS 청정화 농장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최근에는 모돈 폐사 등 병원성이 더 센 고병원성 PRRS가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고병원성 PRRS는 충청, 경기, 강원 등 전국으로 확산되며, 양돈현장 경계대상 1호 질병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돼지질병 전문가들은 PRRS 문제를 풀어내지 않고서는 MSY 등 생산성 지표를 양돈선진국 수준으로 결코 끌어올릴 수 없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질병 특성상, PRRS는 개별농장 혼자만으로는 방역에 한계가 있다며 공동방역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특히 PRRS 피해 심각성을 인식하고, PRRS 종합대책을 마련·시행해 줄 것을 정부에 강력 요구하고 있다.
한 양돈 수의사는 “PRRS는 제3종 가축전염병으로 관리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농가들은 이동제한, 반출금지 등을 염려, 신고를 기피한다.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제 그 테두리를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양돈 수의사는 “양돈장에는 북미형(type2), 유럽형(type1), 혼합감염형(Type1+2) 등 여러 PRRS 바이러스들이 혼재돼 있다. 이에 따라 농장마다 맞는 백신을 선택하는 등 대응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며 정부에서는 실태 파악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덴마크의 경우, 전 양돈장을 대상으로 질병검사, 질병공개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통해 사료회사, 수의사 등 관계자들은 농장 질병을 파악한 후 스스로 차단방역을 실천한다. 민·관협력으로 PRRS를 이겨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양돈 수의사는 “살처분 정책이 아닌 이상, 결국 백신이 PRRS 방역 무기일 수 밖에 없다. 국내 바이러스, 고병원성 PRRS 바이러스에 효과 높은 백신 개발을 이끌어가야 한다. 자돈 백신접종 필요성도 커지고 있는 만큼 PRRS 백신 구입비를 농가에 일부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반면, 전문가 일각에서는 정부가 할 수 있는 뾰족한 PRRS 방역대책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민간 자율방역 역량 강화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한 양돈 수의사는 “전세계적으로 효과 높은 PRRS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다. 더욱이 많이 쓰이는 생독백신의 경우, 백신주 전파, 병원성 회복 등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써코백신과 같은 정부 PRRS 백신 지원사업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양돈 수의사는 “일부 농가에서는 PRRS 청정화를 차별화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MSY 25두, 30두 농장의 공통분모에는 PRRS 극복사례가 있다. 우수농가 벤치마킹 모델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에서는 양돈 현장과 지속 소통하며,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이동 제한 부담을 해소하는 등 PRRS 방역 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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