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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K-축산, 국민속으로(4) / 배양육, 미국 FDA 승인이 불안한 이유

  • 등록 2023.05.24 10:43:40

[축산신문]

 

최윤재 명예교수(서울대학교)

축산바로알리기연구회장

 

미국, 시장 논리 초점 안전관리 사후조치 시스템
사전예방 중시 유럽, 승인 오랜기간 신중기할 듯

 

 

미국 FDA가 승인한 배양육, 유럽은 아직
2022년 12월 미국에서 배양 닭고기가 FDA의 승인을 통과해 화제가 되었다. 미국의 승인은 2020년 싱가포르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배양육의 안전성을 인정하고 통과시킨 결과였는데,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한 미국에서의 승인이라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음으로써 우리 국민들은 이제 배양육은  안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미국에 대한 신뢰와 의존도가 크기 때문이다. 허점은 그들의 결정이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간과한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 역시 미국의 정책에 따라 국내 정책의 향방을 결정하기도 한다.
그러나 싱가포르와 미국은 배양육을 승인한 반면에 아직 여타 유럽 국가에서는 관련 승인을 내주고 있지 않은 이유를 질문해 보자. 시기가 늦춰졌을 뿐 축산업 선진국인 유럽에서도 곧 배양육을 승인해줄 것인가? 필자는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아마 승인을 내주더라도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 예상이 된다.
유럽, 국민 건강이 최우선 안전 관리
유럽연합은 식품의 안전성을 평가할 때 미국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더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다. 이들이 고수하는 원칙은 ‘사전예방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 또는 사전주의 원칙)’으로 불확실성이 내재된 과학기술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안전한 것이 명확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보수적으로 예방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사전예방 원칙은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늦더라도 안전한 편이 낫다’는 말로 간단하게 설명되기도 한다. 요컨대 유럽은 알 수 없는 잠재적인 위험이 존재한다면 미래에 감당할 수 없을 결과가 초래되기 전에 미리 최대한 예방하는 걸을 선호한다. 최근 유럽의회가 배양육 연구를 지지해주고 있지만, 그와 별도로 시장에서 승인을 받는 작업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이다. 
일찍이 유럽연합은 다른 나라의 행보와 무관하게 사전예방 원칙을 준수하여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육류와 우유, GMO 수입을 거부하며 국제 무역 분쟁을 일으킨 바 있다. 이를 두고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은 유럽의 사전예방 원칙이 사소한 위험에 과도하게 반응한다거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정치적 결정을 정당화하는 주장이라거나, 보호무역주의를 유지하려는 이기주의라는 식으로 폄하되기도 했다. 
 

사후조치 vs 사전예방
이처럼 동일한 식품일지라도 그 안전성을 두고 국가별로 취하는 입장이 다르다. 요약하자면 미국의 평가 시스템은 사후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로서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 방식은 변화가 빠른 현대사회에서 기업들의 상품을 시장에 빨리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큰 위험성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의 사전예방 원칙은 과학적 불확실성이 갖는 위험성을 경제성보다 우선 고려한다는 특징이 있다. 비록 기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각 생산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를 상정하여 미리 예방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사전예방 원칙은 관련 기업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운다는 점에서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하기도 한다.  
두 방식 모두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국의 기준이 무조건 옳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하는 식품 영역에서는 가능한 보수적으로 그리고 가능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경제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정부는 그에 앞서 국민의 건강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대기업의 이윤은 그 다음이다. 
 

참고 문헌
ㆍ하대청, “사전주의의 원칙은 비과학적인가?: 위험 분석과의 논쟁을 통해 본 사전주의 원칙의 ‘합리성’”『과학기술학연구』10 (2010)
ㆍ김찬우, “미국과 EUD의 GMOs 분쟁”,「KIEP 세계경제」2005년7월
ㆍ[식품안전 법령 개선방안] 토론회 보도자료 (2015년 “식품안전 법령 개선 방안 토론회: 기본원칙을 중심으로” 주제 토론 발표)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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